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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7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3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왠일인지 2권을 건너뛰고 읽어버렸네요. 2권과 연결된 내용이 적지는 않았지만, 수록작은 독립적으로 읽는 데에 별 지장은 없었습니다.

총 3편의, 연작식으로 구성된 중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긴 이야기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구성은 여전히 좋습니다. 적절하게 삽입된 복선 역시 짜임새를 느끼게 해 주고요. 일상계스러운 분위기와 함께하는 잔잔한 묘사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권에서부터 본격적인 "책탐정"으로서의 활약이 시작되는데 책에 대한 자료 조사와 설정이 정말 대단합니다. 책 자체가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추리의 단서가 되는 구성은 절묘해서 탄복을 자아낼 정도예요. 앞으로는 "뒤마클럽"처럼 정말 희귀한 책을 찾아나서는 모험물스러운 에피소드가 등장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오리코의 어머니에 관련된 비밀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배경 설정 없이도 비블리아 고서당과 관련된 책, 사람들 이야기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추리적으로 조금 뜬금없다는 점도 여전하고요.
또 고우라의 활약이 전무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독자에게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기 위한 화자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추리적으로 너무 하는게 없다 보니 역할이 미미해져버렸어요. 이래서야 말없고 힘좋은 머슴과 다를 게 없지요. 한때 유행했던 말없는 보디가드 같은 존재? "경성탐정록"의 왕도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반성해야겠네요.

덧붙이자면 책의 표지와 내지는 예쁜데, 각 단락별로 추가된 일러스트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책과도 별로 잘 어울리지 못했고요.

그러나 이런 단점들은 사소합니다. 장점을 희석할 정도는 아닙니다. 추리소설, 그리고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생각난 김에 가지고 있는 절판본이라도 정리해서 "hansang 고서당"이라는 카테고리나 만들어 추가해봐야겠네요. 전문 콜렉터분들이 가지고 계신 것에 비하면 창피하기 그지없지만요.

2023/04/08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에 요시와라라는 중고업자가 방문했다. 비블리아가 꼭 구입해야 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만원>>을 팔기 위해서였다. 
비블리아의 약점을 알고 책을 거액에 팔아넘긴건 시작에 불과했다. 요시와라는 시오리코의 할아버지였던 악덕업자 구가야마의 수제자로 지에코, 시오리코를 망신주고자 음모를 꾸몄다. 그 중심에는 구가야마의 유품인 셰익스피어의 퍼스트 폴리오가 있었다. 
세 권의 퍼스트 폴리오 중 어느 것이 진짜일까? 세 권을 모두 입수한 요시와라는 경매에 책들을 출품했고, 시오리코는 전재산을 걸어서 어머니 지에코를 누르고 진짜라고 생각한 책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경매가 끝나고 요시와라는 책은 모두 가짜였다고 말하는데..... 

어쩌다보니 홀수권만 띄엄띄엄 읽게 된 인기 일상계 단편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일단은). 
마지막 권답게 드디어 다이스케와 시오리코가 결혼을 약속할 뿐더러, 시오리코의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가 가정을 떠났던 이유가 밝혀지는 등 시리즈 내내 유지되었던 여러가지 수수께끼와 사건이 모두 해결됩니다.
그 덕분인지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여러개의 단편이 아닌 긴 장편 느낌으로 오롯이 한 권이 진행됩니다. 초반부에 시오리코의 외할머니 에이코의 의붓손주 미즈키 류지의 비밀에 대한 일상계스러운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흥미요소일 뿐 내용과는 별 관계는 없습니다. 시오리코의 할아버지이자 지에코의 아버지였던 악덕 고서점 주인 구가야마 소헤이가 낸 수수께끼이기도 한, 셰익스피어의 발견되지 않은 퍼스트 폴리오는 그가 남긴 세 권의 책 중 어떤 책인지? 를 밝혀내는게 이야기의 핵심이니까요.
퍼스트 폴리오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꽤 흥미롭습니다. 고서회관 경매장에서 지에코와 시오리코의 경매 대결, 뒤이어 모녀를 망신주려고 획책했던 요시와라가 책 세권은 모두 가짜라고 밝히지만, 뒤이어 시오리코가 진짜 퍼스트 폴리오가 어디있는지 - 책 속 공간에 숨겨져 있었다! - 를 밝히는 일종의 추리쇼 등 볼거리가 많은 덕분입니다.

다만 애초에 요시와라가 진위여부를 밝히기 위해 X-ray 촬영을 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건 다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수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 퍼스트 폴리오인데 말이지요.
지에코가 요시와라의 음모를 미리 눈치채고 이를 방조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세 권 중 한 권이 진짜라는게 분명하다면, 모든걸 요시와라가 독점하도록 놔 두는건 바보짓이잖아요? 최소한 자기가 입수할 수 있었던 한 권은 챙겼어야 했습니다. 그게 진짜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케일이 커진건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1억엔이 넘는 퍼스트 폴리오는 작은 헌책방이 다루기에는 너무 부담이 큰 물건이에요. 그걸 작은 일본 내 고서 경매에서 처리한다는 것도 비상식적이고요. 시오리코의 책 관련 지식이 별로 사용되지 않는 것도 시리즈 정체성을 흐립니다. 퍼스트 폴리오의 진위 여부 감정은 책에 대한 정보로는 알 수 없는, 또 다른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책 좀 좋아한다고 이걸 감정까지 해낸다는건 말도 안되지요. 저는 헌책 관련 일상계 이야기가 주였던 시리즈 초반부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드네요. 따뜻하고 인간 냄새 넘치는 비블리아 고서당과 1억엔이 넘는 퍼스트 폴리오, 원하는 책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악당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아요. 현실적이지도 않았고요.

장편 분량에 맞는 재미와 디테일은 챙기고 있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의미가 크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설정과 전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오롯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만 독립적으로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15/05/13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를 무대로 한 연작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의 네 번째 권.

다른 시리즈와는 다르게 책 한 권이 하나의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및 크게 세 개의 단락 구성은 동일한데, 세개의 단락이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에도가와 란포 매니아 가야마씨의 내연녀 기시로 게이코가 자신이 물려받은 소장품을 비블리아에 파는 대신, 가야마가 남긴 금고를 열어달라는 의뢰를 해결해 주는 큰 흐름의 이야기입니다. 한 권짜리 긴 장편같은 느낌을 전해 주지요.

단락별로 짧게 소개해 드리자면, 첫 번째 단락인 "외딴섬 악마"에서는 기시로 게이코의 의뢰가 소개됩니다. 도입부 성격이라 당연히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의뢰인 기시로 게이코가 시오리코를 테스트하는게 전부에요. 셜록 홈즈 단편에서 서두에 홈즈가 의뢰인에 대해 추리해내는 추리쇼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만 커버를 씌워 놓은 란포의 작품 초판본을 맞춰보라는 테스트는 문제입니다.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는 추리물이지만, 일반인은 작중 고우라의 반응 정도만 가능할 뿐이며 고서 전문가 외에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오리코는 쉽게 맞춰 버리기는 합니다만.

두 번째 단락 "소년 탐정단"은 금고를 열기 위해 필요한 열쇠를 내연남인 가야마씨 본가에서 찾는 내용입니다.

"소년 탐정단"의 이야기들과 흡사한 보물 찾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소개되는 책과 본편 내용이 비슷하게 일치하는 다른 비블리아 시리즈 단편과 유사합니다. 3권에서 시오리코와 문제가 있었던 고서당 히토리 서방의 주인과 가야마 나오미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를 해결하는 일상계스러운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오리코씨가 활약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건 단점이네요. 가야마 나오미를 도발한 뒤 보물이 어디 있는지 찾게 만든다는, 홈즈 시리즈인 "보헤미아의 스캔들"과 동일한 트릭 외에는 특별한 추리가 선보이지는 않는 탓입니다. 더 중요한 초판본이 따로 숨겨져 있었다는 반전이 있기는 한데 특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은 정도고요.

마지막 단락인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금고를 여는 세가지 장벽 중 마지막 남은 하나인 히라가나 암호를 맞추는 트릭이 핵심입니다. 또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가 전면에 등장하여 "과연 금고에 뭐가 들었을지?"를 주제로 시오리코의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라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야마씨 부친의 과거 직업과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원고에 얽혔던 사건을 엮어 이만큼이나 픽션을 짜 맞춘건 실로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야마씨가 어떻게 썼을지도 좀 궁금해지네요.

하지만 앞선 단락들 - 특히 첫 단락과 - 과 동일한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일반 추리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란포의 데뷰작 "2전 동화"에 사용된 소품 및 암호, 그리고 란포가 초판 발행 시 범했던 실수까지 인용한 란포 매니아, 아니 란포광(狂)을 위한 트릭이거든요.

또 제가 싫어하는 시노카와 지에코가 실제로 등장해서 의도를 드러낸다는 내용은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네요. 시오리코를 자신의 길로 유혹하기 위한 의도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완벽한 최종 보스로 그려진 것에 비하면 계획이 너무 즉흥적이고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이럴 거였으면 본인이 금고를 연 뒤 원고를 갖고 도망치는게 시오리코를 더 자극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란포 작품들과 함께 흘러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 최초로 주요 등장 작품을 다 읽은 것은 처음이라 더욱 반갑기도 했고요. 허나 추리적으로는 건질게 너무나 없기에 감점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말으셔야 겠지만 단품으로서의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덧 1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에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가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네요. 읽을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죠. 마침 시오리코씨가 극찬한만큼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딱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지금 읽기에는 너무 뻔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떤 점이 그렇게나 좋았을까요?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덧 2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2,3 역시 절판되었네요.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죠?

2014/12/1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의도는 아니지만 짝수권은 건너 뛰고 홀수권만 띄엄띄엄 읽게 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정 고서와 얽힌 이야기를 탐정역의 시오리코가 풀어낸다는 잔잔한 일상계 단편입니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 다이스케의 고백에 대한 답변 같은 긴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 나가는 연작 구성이라는 점은 전작과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이스케의 고백과 시오리코의 답변을 정말 순진하고, 착하고, 예쁘게 묘사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서당을 무대로 한 작품다운 고풍스러운 묘사였고, 덕분에 고우라 다이스케의 비중도 단순 화자보다는 조금 커진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애정이 아니라 거의 숭배에 가까워 보이기는 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등장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데, 이번 권에서는 지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마 단의 "검은 손수건"이라는 추리소설이 특히 땡기네요. 책 정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더 궁금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작품이 이번 권에서는 없다는 점입니다.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거나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 이야기들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품의 재미가 부족한 것은 아닌 만큼 시리즈의 팬이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수록작 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월간 호쇼"

고서와 고서점을 테마로 한 잡지인 "월간 호쇼"를 팔러 다니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노부인이 잡지를 판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수해 가는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수수께끼가 신빙성 있게 짜여져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 등장했던 책 판매 노숙자 시다 씨가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시다 씨와 함께 다니는 노신사가 뭔가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 밝혀지는 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나 시다 씨 첫 등장에 함께 나왔던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성 안데르센"이 다시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그것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나름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아울러 "월간 호쇼"라는 잡지가 실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어 보입니다. 과월호라도 구할 수 있다면 한번 구해보고 싶네요.

그러나 추리적으로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동기 측면에서도 비약이 심할 뿐 아니라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트릭이라는 문제는 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블랙잭"

햐~ 이 작품까지 나오다니! 저도 한국어 판으로 다 구입했을 뿐더러, 작중 소개되는 양장본은 형이 학창시절 초판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서 더 반가웠습니다(블랙잭을 실사처럼 묘사한 까만 커버). 작중 주요한 소재인 4권의 "식물인간" 이야기도 다른 블로거분의 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깊이 파고들어 이런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도 창작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많이 반성이 되네요.

이야기 구성도 어머니 임종 시에 굳이 책을 구입하려 한 아버지의 행동을 밝혀내는 것이고, 그 의도가 무척이나 따뜻한 내용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랄까요. "블랙잭"이라는 작품 테마에도 잘 어울리고요.

또한 시리즈답게 "블랙잭"의 다양한 판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매니악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똑같은 책이 두 권 있는 이유도 생각지 못했던 것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으며, 아버지가 구입한 마지막 책 상태와 구입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도 추리적으로 완벽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에게 5월을"

망나니 동생이 형의 임종 후 찾아와, 형이 소중하게 여기던 귀한 책을 자신에게 유품으로 남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인 부분은 별로 건질 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비약이 심할 뿐더러, 미망인 히사에가 모든 수수께끼를 쥐고 있다는 것이 전부니까요. 이야기의 발단이 된 스미오의 행동도 딱히 합리적이지 않고, 고인이 죽기 전 진상을 파악했다는 것도 근거가 없습니다. 평생 모르다가 죽기 직전에 알았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사에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고서당 사람에게 평생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 같으면 끝까지 부정했을 겁니다.

데라야마 수지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정도만 수확일 뿐,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15/05/1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연작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 두 번째 권입니다. 이번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두 편은 중학생 소녀의 독후감, 헌책 출장 감정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그리는 전형적인 일상계입니다. 시오리코씨 어머니와 수백만엔에 이르는 책 도난 사건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의 과거편은 단순 일상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편은 책을 팔려고 내 놓은 뒤 사라진 손님을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 일상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완벽한 일상계 추리물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일상계 추리물을 좋아하고, 독서와 헌책방 역시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시오리코씨 어머니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게 좋았을겁니다. 최종보스 느낌인데 작품과는 영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미녀 시오리코씨, 그녀를 흠모하는 근육 알바 고우라 다이스케의 순진무구한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 주변, 동네의 소소한 책 관련 사건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지요.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추리적으로 건질게 별로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시오리코씨가 당사자 중 한 명이라서 추리라고 부르기 애매하고, 두 번째 이야기는 시오리코씨가 책을 확인하지 못했던 실수가 더 크게 다가오는 탓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추리적으로는 가장 괜찮지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소재와 설정이었고요.

덧붙여, 시리즈 다른 편들과는 다르게 등장하는 책들 중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 없다는 점, 그리고 책의 완성도는 좋지만 각 단락별로 추가된 일러스트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책과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점도 실망한 부분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아주 좋지도 않은, 뭐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중 한권으로는 충분히 읽을만 합니다.

각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1권에서도 등장했었던 고스가 나오가 자신의 똑똑한 여동생 유이가 쓴 "시계태엽 오렌지" 독후감으로 생긴 문제를 고우라에게 의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독후감으로 생긴 문제라니! 책 관련 추리 소설 중 이 정도까지 사건성을 낮춘 일상계가 있었을까요? 여튼, 소재는 정말이지 참신했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 영화로 잘 알려진 내용은 '불완전판'이며, 원래는 알렉스가 개과천선하여 과거의 삶과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는 결말이 '완전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사실이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전개가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독후감은 상당히 잘 쓴 내용으로 큰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외려 주위의 설레발이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원칙적으로는 중학생이 "시계태엽 오렌지"를 읽은 것 부터가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왜 그런건 지적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고요.

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치밀해서 괜찮기는 하지만, 결국 원본은 시오리코씨가 썼다는 일종의 반전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뭐라 이야기할 거리가 없습니다. 결말을 알고 나서 단서를 짜맞추는 방식과 다를게 없으니까요.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일상계의 왕도를 걷는 점에서는 별점 4점도 충분하지만 추리적 요소가 약해 약간 감점합니다.

후쿠다 데이치 "명언수필 샐러리맨"

고우라 다이스케가 대학교 1학년때까지 사귀었던 옛 동창 아키호로부터, 그녀의 돌아가신 부친의 수집 도서 정리를 의뢰받은 뒤의 이야기.

고우라의 과거사, 그리고 현재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푸근한 이야기로, 첫 시작에서 비블리아 고서당으로 팩스와 전화가 온 사실과 아키호가 출장 감정을 의뢰한 이유가 연결되는 치밀한 구성도 괜찮습니다.
알 수 없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주제와 그것을 드러내는 묘사들, 그리고 후쿠다 데이치가 유명작가 시바 료타로의 본명이며, "명언수필 샐러리맨"은 성공 전에 발표한 책이라는 잡학 지식도 좋았고요.

그러나 내용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아무리 엿듣는 사람이 많았고, 부녀가 만날 때마다 싸우는 등 복잡한 가정 사정이 있었다지만, 귀중한 책을 몰래 물려주려 했다는 설정이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물려줘봤자 받는 사람이 그 가치를 영원히 알 수 없다면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에피소드가 사건으로 성립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출장 감정을 나선 시오리코가 귀중한 책을 놓쳤다는 것인데, 이건 큰 문제입니다. 아팠다는 설정은 있지만 그래도 그간 보여주었던 책에 관련해서는 너무나 완벽했던 캐릭터성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감기로 인해 시오리코씨는 출장 감정을 나서지 않고 고우라에게 원격으로 지시했기 때문에 책을 놓쳤다... 라는 식으로 전개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아시즈카 후지오 "utopia"

시오리코씨의 어머니 이야기가 첫 등장하는 에피소드.

일단은 시오리코씨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명하기 위한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이야기입니다. 수상한 손님이 판매를 의뢰한 책만 가지고 주소를 짐작하여 찾아오는 부분에서는 그녀의 뛰어난 추리력을 알려주며, 이후 깨우친 진상을 가지고 협박하여 손에 넣기 어려웠던 휘귀본을 입수한다는 부분에서는 사악함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아울러 "선의의 제삼자"가 되기 위한 교묘한 장치, 즉 장물인 "최후의 세계대전"에 2,000엔이라는 가격표를 붙여 책을 판매, 구입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없게끔 안배하는 '악마의 술책' 역시도 돋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를 좋아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허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시오리코 씨의 어머니가 이렇게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은, 그야말로 최종보스로 등장해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치고는 너무 거창하잖아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훨씬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12/2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12.24일이 회사의 대체휴무일이었습니다. 연휴가 생긴 덕에 폭풍 독서를 진행했네요. 

이 작품은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에 책을 팔러 온 손님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일상계 중단편 연작집입니다. 단편이라고 보기는 조금 긴 호흡인, 총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작 별로 주제가 되는 책이 있고 그 책에 관련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사건이 책과 인물과 연계선상에 놓이고요. 이를 충분히 있음직한 소소한 일상계로 그려내고 있는게 특징인데, 방식은 미야베 미유키의 "쓸쓸한 사냥꾼"과 동일하지만, 이 작품 쪽이 보다 일상계스럽고 책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헌책방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몇 년 전 추리소설 절판본을 찾아 인터넷과 오프라인 헌책방을 유람하던 때가 떠올랐거든요. 원하던 책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한 쾌감은 잊기 힘들지요. (이런 것들이죠) 당시 귀했던 절판본이 속속 재간되고 있어서 지금은 빛이 많이 바래긴 했지만요.

하지만 비현실적인 설정과 등장인물은 조금 거슬렸고, 추리도 비약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의 비현실성이 심한 편입니다. 추리력 뛰어난 고서점 점장은 "명탐정 홈즈걸"과 같이 유사한 전례가 있으니 그렇다 쳐도, 긴 생머리 - 거유 - 중증의 독서 중독자라는 설정은 "R.O.D"의 요미코 리드맨과 똑같은데 너무 만화스럽습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책을 못 읽게 된 고우라는 더 와닿지 않았고요. 그냥 운동계열 근육 백수가 시오리코의 미모에 끌렸다는 설정이 더 현실적이었을텐데 말이죠. 아니면 차라리 일본어를 잘 못 읽는 외국인이라고 하던가... "더 리더"를 반대로 비튼 설정인데, 영화만큼의 설득력을 보이지 못해 유감스러웠어요. 아울러 마지막 에피소드는 작품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헌책방과 추리, 그리고 일상계를 사랑하는 저에게는 딱 맞는 성격의 작품이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약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어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추리소설 입문자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만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에 더 적합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있다면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생각난 김에 자주 가던 헌책방 사이트나 한번 둘러봐야겠습니다.

2021/10/23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오카자키 다쿠마 / 양윤옥 : 별점 2점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6점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소미미디어

커피 애호가 아오야마는 여자친구와의 트러블 직후, 카페 탈레랑 간판을 발견한게 계기가 되어 인생 커피를 만났다. 아오아먀는 탈레랑의 명언과 같은 달콤한 커피를 찾아 헤메었는데, 탈레랑에서 그런 커피를 맛 본 것이었다. 커피를 내린 바리스타는 기리마 미호시로, 아오야마보다도 연상이었다. 그녀는 아오야마의 이메일 주소만으로 그의 이름을 추리해 내는 뛰어난 추리력을 선보인 뒤, 아오야마의 우산이 사라잔 이유 등의 소소한 일상 속 수수께끼를 커피를 갈면서 풀어내었다. "그 수수께끼, 이제 잘 갈아졌어요."라는 말과 함께.

특정 분야 전문가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흔해빠진 일상계 단편 추리물. 이런 류의 작품은 엄청나게 많지요. 제가 읽었던 것만 해도 아래와 같습니다.

이 작품은 이 중에서도 여러모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연상케 합니다.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젊은 전문가 아가씨 탐정, 그리고 그녀를 연모하는 어수룩한 남성 화자 컴비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요. 그러나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에서는 헌 책의 역할이 중요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커피'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차이는 큽니다. 카페 탈레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이 모이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과 해결은 커피, 그리고 바리스타와는 무관하거든요. 그나마 관련이 있는건 "제 2장 비터스위트 블랙" 정도 뿐입니다. 이래서야 바리스타탐정일 필요도 딱히 없지요. 추리를 하는 동안은 핸드밀로 커피를 갈다가, 추리를 마친 뒤 "그 수수께끼, 이제 잘 갈아졌어요."라는 말을 하는게 바리스타가 탐정일 유일한 이유입니다. 문제는 너무 만화적이고 유치했다는 거지요.

추리적으로도 비약과 억지가 눈에 띄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바리스타 미호시가 상처입었던 과거 이야기가 조금 긴 호흡으로 설명되며, 묻지마 폭행이라는 강력 범죄가 연루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최악이었고요. 과거 미호시의 접대를 개인적 호감으로 착각했던 스토커가 있었다는건 설득력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주변을 맴돈다는건 현실적이지 못했습니다. 긴 호흡의 심각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비블리아 고서당"과 살짝 비슷하네요. 별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도 말이죠. 이외에도 서술 트릭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에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지겹기까지 했습니다. 분량을 조절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낭비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커피'가 보다 중요하게 사용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지금은 그냥 흔해빠진 양산형 일상계 단편에 불과하네요. 2권에서는 보다 폭넓게 커피가 활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1장 사건은 두 번째 방문 때" 

아오야마가 탈레랑을 처음 찾는 이야기로 시리즈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호시가 이메일 주소만 가지고 아오야마의 이름을 알아낸 추리는 마음에 들었어요. 커피 애호가라고 소개되기에 "블루 마운틴"은 커피인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단서로 그게 이름을 의미한다는걸 추리하는게 지극히 합리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오야마의 우산이 사라지고, 새빨간 우산이 남아있었던 상황에 대한 추리는 조금 억지스러웠습니다. 애초에 이미 헤어진 여자 친구의 친구가 아오야마를 비난할 자격 따위는 없고요. 코믹하고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설득력없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제2장 비터스위트 블랙"

아오야마의 친척 아가씨 고스다 리카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이야기. 진상은 리카만 남자친구라고 생각했을 뿐, 그 남자의 진짜 연인은 따로 있었다는 겁니다.

리카가 외국에서 살다왔던 탓에 오해가 생긴 것이었는데, 이를 '블랙 커피'를 통해 드러내는 묘사는 일품이었어요. 일본에서 블랙커피는 설탕도 밀크도 넣지 않은 스트레이트 커피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커피 색깔만을 의미한다네요. 그래서 리카는 머그컵만 보고서 블랙커피라고 단정했지만, 쓴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남자 친구는 혼자 설탕을 넣은 커피를 마셨던 것이라고 합니다. 문화의 차이를 세련되게 드러낸 좋은 장면이지요.

남자친구 녀석도 리카와 하룻 밤을 같이 보낸건 사실인데 아오야마가 그 녀석을 좋게 바라보는건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그 녀석은 리카가 오해할만한 행동을 저지른건 맞습니다. 단지 '오해'라고 넘어가는건 무리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제3장 유백색에 하트를 숨기다"

아오야마는 창 밖에서 뛰어가던 혼혈아 켄토에 대한 이야기를 미호시에게 해 주었다. 켄토에게 가끔 우유를 사 주며 친해졌지만, 교토 여름의 풍물시 오쿠리비 축제 날, 다친 켄토를 걱정해주다가 다투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아오야마의 이야기와 켄토의 행색에 주목했던 미호시는 카페 밖으로 달려나가 켄토를 찾기 시작하는데...

아오야마가 처음에 커피 맛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미호시와 함께 다른 카페에 왔다는 것, 그리고 아오야마가 켄토에게 우유를 사 준게 아니라 단지 전해들은 이야기라는 두 가지의 서술 트릭이 숨어있는 작품.

서술 트릭은 신선했지만, 정작 다른 수수께끼들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우선 다른 카페의 커피가 탈레랑과 맛이 같았던건 우연히 같은 원두를 사용했기 때문이지요. 이는 미호시가 탈레랑 커피 원두 구입처를 앞에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수수께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듣고 이유를 눈치채지 못했던 아오야마가 멍청한 거지요. 

켄토가 돌보던 고양이를 나쁜 아이들이 괴롭힌다는걸 미호시가 간파했던 건, 넘겨 짚은 것에 불과할 뿐 추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비약이 심했던 탓입니다. 방학, 그리고 매일같이 축구를 핑계로 학교를 가면서 우유도 가져갔지만, 정작 축구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학교에서 고양이를 키웠다는 진상을 끄집어 낸건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아이들이 고양이를 빼앗아 죽이려고 했다는건 증명이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급식 주머니는 단서가 되기 힘들었으니까요. 미호시 스스로도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다는 말을 할 정도였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제4장 바둑판 위의 추격전" 

아오야마는 산책 도중 전 여자친구 마미를 만났다. 그녀를 피해 도주하던 끝에 탈레랑으로 향했지만, 마미가 그곳까지 쫓아온 탓에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새 여자친구라고 소개해버리고 말았다. 마미는 잠자코 물러났지만, 그녀는 어떻게 아오야마가 탈레랑으로 도망쳐 올 것이라는걸 미리 알았던 것일까?

제목의 바둑판은 탈레랑이 있는 상점가 거리를 의미합니다. 바둑판과 같이 직선으로 나누어진 구획의 거리라는 설정이지요. 상점가 거리를 비롯하여 교토 시내를 무대로 펼쳐지는 아오야마의 산책과 도주 과정은 여정 미스터리 느낌을 전해줍니다. 교토 시내 거리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 덕분입니다. 그 와중에 "마루타마치 르부아"의 마루타마치 시가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풋풋한 사랑 싸움, 그리고 도라야 마미와의 옛 추억을 잃어버린건 슬픈 일이라는걸 아오야마가 깨닫는 결말은 여운이 남겨져서 좋았습니다.

문제는 추리적인 부분입니다. 모카와 마타지가 전화로 알려주었다는게 진상인데, 모카와 할아버지가 마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단서가 사전에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추리의 여지가 전무했거든요. 아무리 '일상계' 작품에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래서야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지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5장 past, present, f*****?" 

아오야마는 잡화점에서 고가의 다트를 보고 홀딱 빠졌지만 막상 사려고 하자 이미 팔리고 없었다. 잡화점을 나온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우연히 만났고,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호시는 저녁 술자리에서 아오야마의 깜짝 생일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고, 선물로 그 다트를 주었다. 그런데 다트가 마음에 들었다는걸 미호시는 어떻게 알았을까? 다음날, 아오야마는 고나이라는 남자를 만나, 미호시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수수께끼는 흥미롭지만 진상은 전편과 같습니다. 잡화점에서 아오야마를 보고 미호시에게 정보를 알려준 공범(?)이 있었던 거지요. 다행히 전편보다는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범의 정체를 진작부터 노출시키고 있는 덕분이지요. 아오야마도 진상을 추리해 내는데 거의 성공하고요.

하지만 고나이를 통해 드러나는 미호시의 과거는 뜬금없었고, 고나이도 굉장히 작위적인 설정이라 마음에 들지 않네요.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미호시의 다정함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찐따가 위험한 스토커가 되었다는건 지나치게 뻔했을 뿐더러, 고나이가 아오야마아게 접근해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이유도 잘 설명되고 있지 못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6장 Animals in the closed room" 

아오야마는 환상의 커피인 몽키 커피 원두를 구했다는 말로 미호시를 자기의 방으로 초대하는데, 그리고 이 때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는 계획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선물이었던 테디 베어 인형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찢긴 채였다. 밀실인 자취방에서 인형을 찢은건 누구였을까?

탈레랑의 고양이 샤를이 미호시 토트백 안에 숨어 몰래 들어와 인형을 찢었다는게 진상인데, 여러모로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샤를이 가방 안에 들어간걸 눈치채지 못할 수 있을까요? 약에 취해 잠들었다는 설정이 붙어있기는 합니다. 그럼 깨어나서 인형을 찢었다는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샤를이 마침 아오야마가 미호시가 자리를 비운 틈에 가방에서 빠져나와 인형을 찢은 뒤, 아오야마와 미호시가 도착하기 전 조용히 옷장 안에 숨어 들어가 잠들었다는 우연도 과합니다. 세 번째로 새끼 고양이가 인형을 찢었다면, 작 중 묘사처럼 날카로운 날붙이로 악의를 가지고 찢은 것 같았을리가 없습니다. 조금 긁히고 만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이외에도 아오야마가 선물을 미호시 몰래 등장시키기 위해, 낚시줄과 후크를 이용해 만든 복잡한 장치 트릭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수상해 보였던 신문배달원(?)과 아오야마가 침대 밑에서 발견한 머리카락의 등장을 통해 위험인물 고나이의 존재를 다사금 떠올리게 만들고, 다음 에피소드를 위한 복선으로도 적절히 사용한건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앞서의 이유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7장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고나이 나미카즈는 미호시가 아오야마와 사이좋게 지내는걸 참지 못하고 복수를 결심했다. 그리고 어두운 밤, 미행 끝에 브래스 너클로 폭행을 가하는데 성공했다. 아오야마는 이 폭행은 자신이 미호시와 만남을 가졌다는 것 때문이라는걸 깨닫고, 전에 받았던 고나이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더 이상 미호시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1권의 마지막 이야기. 고나이의 폭행으로 입원한 당사자가 아오야마였다는 서술 트릭이 사용된 작품입니다. 전편의 괴한은 아오야마의 전 여친 마미로, 유도부원이었던 그녀가 고나이를 처절하게 응징한 뒤 우여곡절끝에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결말도 깔끔했어요. 독자는 아오야마를 미호시로 착각하고, 고나이는 마미를 미호시로 착각하는 이중의 서술 트릭이 사용된 셈이지요. 아오야마의 정체가 다른 카페 바리스타였고, 본명도 아오야마가 아니라 아오노 야마토라는 것도 밝혀지는데, 이에 대한 미호시의 추리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커피맛을 훔치러 왔다는 둥, 사랑 싸움같은 중반부 전개와 고나이가 폭행을 결심하는 이유가 잘 납득되지 않는건 단점이에요. 고나이의 생각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오야마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미호시를 생각한다면, 고나이같은 위험인물은 감옥에 보내는게 당연하잖아요? 서술 트릭도 병문안을 온 사람까지는 등장시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친 사람은 미호시, 병문안을 온 사람은 아오야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였는데, 지나쳤습니다. 병문안을 온 건 그럼 도대체 누구랍니까? 마미? 이런 단점들 탓에 별점은 2점입니다.

"에필로그"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왔다는걸 공식적으로 알리는 짤막한 분량의 에필로그. 바리스타 고나이가 카페 로크온이 아니라 탈레랑에 있다는게 서술 트릭 형태로 밝혀지는데, 이 쯤 되니까 지겹네요. 점수를 주기 애매한 분량이라, 별점은 따로 없습니다.

2014/01/13

민들레 소녀 - 로버트 F 영 / 조현진 : 별점 3점

민들레 소녀 - 6점
로버트 F. 영 지음, 조현진 옮김/리젬

전부 1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SF 단편집.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을 읽고 읽게 되었습니다. 뭐 도저히 안 읽을 수 없게 소개를 해 놔서... 도대체 그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참고로 "비블리아.." 이전에 일본 애니메이션 "클라나드"에서 비중 있게 언급된 것을 계기로 되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고 해설에서 소개해 주네요. 일본 SF 쪽에서는 그만큼 잘 알려진 작품이라는 뜻이겠죠?

여튼 각설하고, 이 책의 가장 대단한 점은 넓은 장르 범위를 커버한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폭이 넓은 작가야 스티븐 킹 등 이쪽 분야에서는 널리고 널렸습니다만, 모든 장르 자체를 섭렵하여 넘나드는 작가는 보기 드물지요. 킹의 코미디야 있다고 쳐도, 달달한 러브 스토리는 쉽게 연상이 되지 않잖아요? 그러나 이 단편집은 러브 스토리에서 시작해서 코미디, 풍자극, 정통 SF, 쇼트-쇼트 스타일 꽁트 등 다양한 장르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젤라즈니의 문학적인 SF, 어떤 작품에서는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가, 어떤 작품에서는 아시모프의 묵직한 종교적 SF가, 어떤 작품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블랙 유머나 '기묘한 맛'이 떠오르거든요.

보다 자세하게는, 달달하고 잔잔한 사랑 이야기로 딱 한 번 남은 시간여행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깜짝 반전이 괜찮은 타임슬립 SF "민들레 소녀", 유쾌한 결말이 돋보이는 깜찍한 SF 요정물(?) 코미디인 "프라이팬 조종사", 자본가들의 계획으로 단순 소비재인 자동차와 TV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소시민들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 및 풍자하는 "21세기 중고차 매장에서", "팝콘 튀기는 TV", 종교적인 성찰을 다룬 "과거와 미래의 술""약속의 별", 문학의 중요성을 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안드로이드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시인과 사랑에 빠진 큐레이터", "당신의 영혼이 머물 자리", 우주비행사의 고독을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로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낸 분위기 있는 정통 SF "별들이 부른다", 가벼운 쇼트-쇼트 스타일 콩트 코미디인 "파란 모래의 지구", "하늘에 새겨진 글자", "시계장치 오렌지"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마인드컨트롤 설정이 돋보이는 기묘한 맛 류의 "붉은 학교",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 SF "시간을 되돌린 소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록작들의 완성도 역시 명성에 걸맞으며 책장도 쭉쭉 넘어가는,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난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도 많습니다. 유쾌한 꽁트나 코미디 쪽은 괜찮은데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 풍자적인 작품의 경우는 많이 낡아 보였어요. 종교적 색채가와 설교적 분위기가 과한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독자에게 설명이 부족합니다. 여운을 많이 남기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하는게 작가의 스타일로 보이지는 하지만, 남용된 느낌입니다.

그래도 완성도 높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민들레 소녀" , "프라이팬 조종사""붉은 학교"를 꼽겠습니다. "민들레 소녀"는 SF 장르물 중에서는 손 꼽을만한 멋진 러브 스토리이며, "프라이팬 조종사"는 기발한 상상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붉은 학교"는 교육에 대한 서늘한 비판이 인상적이었고요. 다른 작품들도 괜찮은 만큼 읽기 편한 SF 장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이 책을 소개한 다른 창작물에 의해 접하고 흥미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와닿지 않을 작품이 제법 많다는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2014/02/11

2013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2012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국내 최고의 추리 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투표입니다. 2013년 출간된 추리소설을 대상으로 각자 3권씩 투표하여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진짜 추리 애호가들이 뽑은 리스트인 셈이지요. 그리고 디자인이 좋은 책도 한 권 뽑게 되어 있고요. 1위~3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전체 순위는 여기서 확인하시길.

1위 14표
"64" 요코야마 히데오, 검은 숲
"살의의 쐐기" 에드 맥베인, 피니스 아프리카에

3위 6표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푸른숲
"레드 브레스트" 요 네스뵈, 비채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미쓰다 신조, 한스미디어

베스트 커버 디자인
3표
소실점의 적절한 성공 사례 "허구추리"
두 권이 손을 맞잡는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핸디한 판형, 안정적인 시리즈의 전개 "87분서 시리즈"

참고로 제가 선정한 1, 2위는 에드 맥베인의 "살의의 쐐기""킹의 몸값", 3위는 5편의 공동 3위 중 별점 4점짜리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이고 디자인은 "구석의 노인 사건집"을 꼽았습니다. 순위는 제 리뷰 별점에 따랐고, 디자인은 엘릭시르, 피니스 아프리카에 등 신진 출판사와 레이블의 디자인이 아주 돋보여서 한 권을 꼽기는 정말로 어려웠지만 "구석의 노인 사건집"이 판형부터 마음에 들 뿐더러, 레이블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준 높은 일러스트들을 각 챕터마다 배치하고 관련된 정보까지 전달하는 등의 디테일이 빼어났기 때문에 선정했습니다.

제 1위인 "살의의 쐐기"가 전체 1위를 해서 기쁘기도 한데, 공동 1위인 "64"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2015/04/04

위험한 책 -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 조원규 : 별점 2점

위험한 책 - 4점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들녘

케임브리지 대학의 여교수 블루마 레논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읽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나"는 과거 블루마의 연인이었는데, 그녀 앞으로 보내져 온 조셉 콘래드의 책 "섀도 라인"을 전달받았다. 책은 시멘트가 앞뒤로 발라져 먼지가 끝없이 떨어지는 상태였다. "나"는 책을 보내온 남자 카를로스 브라우어를 찾아 나서는데...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우루과이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제3세계 문학으로, 100여 페이지를 조금 넘는 정도의 중편 소설입니다. 수집광의 광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지요.

특정 수집광(?)의 변태적인 행위를 그린 작품은 많이 있습니다. 대표작은 "나폴레옹 광"일테고요. 도서 수집광을 소재로 다룬 작품도 당연히 많습니다. 특정 도서의 희귀본을 수집하기 위해 범죄까지 불사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책 수집광의 아내가 살해당한다는 "시미가의 붕괴"가 그러합니다. 조금 방향성은 다르지만 레베르테의 "뒤마클럽"에서는 책 사냥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요. 이런 작품들에서는 보통 수집광의 수집에 대한 욕구가 핵심 소재로 그려지는데, 이 작품은 책 수집광이 책과 함께 살기 위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러나 카를로스 브라우어가 책과 함께 살기 위해 "책으로 된 집을 짓는다"는 설정은 그리 새롭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수집광들이 자신이 모은 수집품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종종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이라는 소재와는 잘 어울리는 설정이었고, 블루마의 요청으로 결국 그 집을 다시 허문다는 결말이나, 핵심만 간결하게 전개되는 압축된 구성은 나름 괜찮았어요. 다만 전체적으로 신선하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던게 문제이지요.
무언가의 진상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추리 소설 스타일을 따르고 있고, 책 소개에서도 미스터리 형식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다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지만 정작 내용은 별로 건질 게 없었습니다. 이미 절판되었으니 구해보시기 어렵겠지만,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2013/12/31

2013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2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0년차, 열 번째 블로그 결산 보고입니다. 강산이 변했네요.

2013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8 (47)권, 기타 장르문학 3 (8)권, 역사서 21 (15)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0 (4)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4 (4)권, 기타 도서 13 (17)권으로 모두 99 (95)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좀 늘기는 했는데 결산의 기준이 될만한 10권 이상 읽은 분야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추리 / 호러, 역사서, 기타 도서 뿐입니다.

결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3년 베스트 추리소설 :

"점과 선"

단평 : 명불허전의 고전명작.

올해도 추리소설은 읽은 양에 비하면 흉작이었습니다. 작년보다는 낫지만 별점 4점을 넘는 작품이 딱 두 개, 별점 4.5점인 이 작품과 4점인 "미스터리의 계보" 두 편에 불과했으니까요. 때문에 이 작품이 올해의 베스트입니다.

덧붙이자면, 올해는 단편집에서 성과가 많았는데 특히나 "순서의 문제""꽃 아래 봄에 죽기를",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3"에서 별점 4점짜리 단편이 있었으니 참고하시길.

2013년 워스트 추리소설 :

"조선 명탐정 다산 정약용"

단평 : 소설 이하

별점 2점 이하의 작품도 수두룩했던 올 한 해이지만 이 책은 그 중 군계일학이라 칭할 만합니다.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잡문에 불과하거든요. 자료적 가치 때문에 점수를 좀 주기는 했지만 솔직히 별점 1점도 과합니다.

2013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전쟁연대기 1,2"

단평 : 내용과 자료적 가치 모두 최고

두말할 것도 없는 올해의 베스트.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데 심지어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다는!

2013년 워스트 역사 도서 :

"과학사의 뒷얘기 4"

단평 : 추억팔이치고는 과한 가격

재미 측면에서는 딱히 나쁘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옛 추억을 되새기며 구입한 가격에 비하면 책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워스트로 꼽습니다. 역시나 추억은 추억일 때가 아름다운 법이네요.

2013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왕도둑 호첸플로츠"

단평 : 명불허전의 고전명작 (2)

딸아이를 위해 구입한 동화인데 여전한 재미와 흥분을 가져다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일러스트까지 최고예요.

2013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셜록 홈즈 추리 파일"

단평 : 치졸한 홈즈 이름팔이

홈즈의 이름을 빌어 팔아먹으려는 얄팍한 상술이 돋보이는 퍼즐책.

결산평 :

작년보다는 많이 읽고 개인적 목표인 100권에 근접했기에 나름 만족합니다. 아무리 추리소설 블로그라고 하더라도 편식이 심하기는 한데, 제가 재미있게 생각하고 읽고 싶어하는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죠.

여튼 이제 10년차에 접어들었군요. 이글루스도 안정화의 희망이 슬슬 보이는 듯해서 다행입니다. 제 목표인 추리소설 1,000권 읽고 리뷰하기까지 370권이 남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잘 버텨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신다면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과 남들이 관심 두지 않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진짜 디테일한 분임이 분명하니 내년에는 정말 잘 되실 겁니다~! 해피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