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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3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오카자키 다쿠마 / 양윤옥 : 별점 2점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6점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소미미디어

커피 애호가 아오야마는 여자친구와의 트러블 직후, 카페 탈레랑 간판을 발견한게 계기가 되어 인생 커피를 만났다. 아오아먀는 탈레랑의 명언과 같은 달콤한 커피를 찾아 헤메었는데, 탈레랑에서 그런 커피를 맛 본 것이었다. 커피를 내린 바리스타는 기리마 미호시로, 아오야마보다도 연상이었다.
그녀는 아오야마의 이메일 주소만으로 그의 이름을 추리해 내는 뛰어난 추리력을 선보인 뒤, 아오야마의 우산이 사라잔 이유 등의 소소한 일상 속 수수께끼를 커피를 갈면서 풀어내었다. "그 수수께끼, 이제 잘 갈아졌어요."라는 말과 함께.


특정 분야 전문가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흔해빠진 일상계 단편 추리물. 이런 류의 작품은 엄청나게 많지요. 제가 읽었던 것만 해도 아래와 같습니다.
헌책방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서점 <<명탐정 홈즈걸>>, <<서점의 명탐정>>
맥주바 <<꽃 아래 봄에 죽기를>>
화과자점 <<화과자의 안>>,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시계방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사진관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중고매장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수프가게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
프렌치 비스트로 <<타르트 타탱의 꿈>>
절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초등학교 선생 <<비정근>>

이 작품은 이 중에서도 여러모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연상케 합니다.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젊은 전문가 아가씨 탐정, 그리고 그녀를 연모하는 어수룩한 남성 화자 컴비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요. 그러나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에서는 헌 책의 역할이 중요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커피'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차이는 큽니다. 카페 탈레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이 모이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과 해결은 커피, 그리고 바리스타와는 무관하거든요. 그나마 관련이 있는건 <<제 2장 비터스위트 블랙>> 정도 뿐입니다. 이래서야 바리스타가 탐정일 필요도 딱히 없지요. 추리를 하는 동안은 핸드밀로 커피를 갈다가, 추리를 마친 뒤 "그 수수께끼, 이제 잘 갈아졌어요."라는 말을 하는게 바리스타가 탐정일 유일한 이유입니다. 문제는 너무 만화적이고 유치했다는 거지요.

추리적으로도 비약과 억지가 눈에 띄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바리스타 미호시가 상처입었던 과거 이야기가 조금 긴 호흡으로 설명되며, 묻지마 폭행이라는 강력 범죄가 연루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최악이었고요. 과거 미호시의 접대를 개인적 호감으로 착각했던 스토커가 있었다는건 설득력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주변을 맴돈다는건 현실적이지 못했습니다. 긴 호흡의 심각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비블리아 고서당>>과 살짝 비슷하네요. 별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도 말이죠.
이외에도 서술 트릭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에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지겹기까지 했습니다. 분량을 조절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낭비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커피'가 보다 중요하게 사용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지금은 그냥 흔해빠진 양산형 일상계 단편에 불과하네요. 2권에서는 보다 폭넓게 커피가 활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1장 사건은 두 번째 방문 때>>
아오야마가 탈레랑을 처음 찾는 이야기로 시리즈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호시가 이메일 주소만 가지고 아오야마의 이름을 알아낸 추리는 마음에 들었어요. 커피 애호가라고 소개되기에 "블루 마운틴"은 커피인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단서로 그게 이름을 의미한다는걸 추리하는게 지극히 합리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오야마의 우산이 사라지고, 새빨간 우산이 남아있었던 상황에 대한 추리는 조금 억지스러웠습니다. 애초에 이미 헤어진 여자 친구의 친구가 아오야마를 비난할 자격 따위는 없고요. 코믹하고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설득력없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제2장 비터스위트 블랙>>
아오야마의 친척 아가씨 고스다 리카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이야기. 진상은 리카만 남자친구라고 생각했을 뿐, 그 남자의 진짜 연인은 따로 있었다는 겁니다.

리카가 외국에서 살다왔던 탓에 오해가 생긴 것이었는데, 이를 '블랙 커피'를 통해 드러내는 묘사는 일품이었어요. 일본에서 블랙커피는 설탕도 밀크도 넣지 않은 스트레이트 커피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커피 색깔만을 의미한다네요. 그래서 리카는 머그컵만 보고서 블랙커피라고 단정했지만, 쓴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남자 친구는 혼자 설탕을 넣은 커피를 마셨던 것이라고 합니다. 문화의 차이를 세련되게 드러낸 좋은 장면이지요.

남자친구 녀석도 리카와 하룻 밤을 같이 보낸건 사실인데 아오야마가 그 녀석을 좋게 바라보는건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그 녀석은 리카가 오해할만한 행동을 저지른건 맞습니다. 단지 '오해'라고 넘어가는건 무리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제3장 유백색에 하트를 숨기다>>
아오야마는 창 밖에서 뛰어가던 혼혈아 켄토에 대한 이야기를 미호시에게 해 주었다. 켄토에게 가끔 우유를 사 주며 친해졌지만, 교토 여름의 풍물시 오쿠리비 축제 날, 다친 켄토를 걱정해주다가 다투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아오야마의 이야기와 켄토의 행색에 주목했던 미호시는 카페 밖으로 달려나가 켄토를 찾기 시작하는데...

아오야마가 처음에 커피 맛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미호시와 함께 다른 카페에 왔다는 것, 그리고 아오야마가 켄토에게 우유를 사 준게 아니라 단지 전해들은 이야기라는 두 가지의 서술 트릭이 숨어있는 작품.

서술 트릭은 신선했지만, 정작 다른 수수께끼들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우선 다른 카페의 커피가 탈레랑과 맛이 같았던건 우연히 같은 원두를 사용했기 때문이지요. 이는 미호시가 탈레랑 커피 원두 구입처를 앞에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수수께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듣고 이유를 눈치채지 못했던 아오야마가 멍청한 거지요.
켄토가 돌보던 고양이를 나쁜 아이들이 괴롭힌다는걸 미호시가 간파했던 건, 넘겨 짚은 것에 불과할 뿐 추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비약이 심했던 탓입니다. 방학, 그리고 매일같이 축구를 핑계로 학교를 가면서 우유도 가져갔지만, 정작 축구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학교에서 고양이를 키웠다는 진상을 끄집어 낸건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아이들이 고양이를 빼앗아 죽이려고 했다는건 증명이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급식 주머니는 단서가 되기 힘들었으니까요. 미호시 스스로도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다는 말을 할 정도였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제4장 바둑판 위의 추격전>>
아오야마는 산책 도중 전 여자친구 마미를 만났다. 그녀를 피해 도주하던 끝에 탈레랑으로 향했지만, 마미가 그곳까지 쫓아온 탓에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새 여자친구라고 소개해버리고 말았다. 마미는 잠자코 물러났지만, 그녀는 어떻게 아오야마가 탈레랑으로 도망쳐 올 것이라는걸 미리 알았던 것일까?

제목의 바둑판은 탈레랑이 있는 상점가 거리를 의미합니다. 바둑판과 같이 직선으로 나누어진 구혹의 거리라는 설정이지요.
상점가 거리를 비롯하여 교토 시내를 무대로 펼쳐지는 아오야마의 산책과 도주 과정은 여정 미스터리 느낌을 전해줍니다. 교토 시내 거리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 덕분입니다. 그 와중에 <<마루타마치 르부아>>의 마루타마치 시가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풋풋한 사랑 싸움, 그리고 도라야 마미와의 옛 추억을 잃어버린건 슬픈 일이라는걸 아오야마가 깨닫는 결말은 여운이 남겨져서 좋았습니다.

문제는 추리적인 부분입니다. 모카와 마타지가 전화로 알려주었다는게 진상인데, 모카와 할아버지가 마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단서가 사전에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추리의 여지가 전무했거든요. 아무리 '일상계' 작품에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래서야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지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5장 past, present, f*****?>>
아오야마는 잡화점에서 고가의 다트를 보고 홀딱 빠졌지만 막상 사려고 하자 이미 팔리고 없었다. 잡화점을 나온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우연히 만났고,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호시는 저녁 술자리에서 아오야마의 깜짝 생일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고, 선물로 그 다트를 주었다. 그런데 다트가 마음에 들었다는걸 미호시는 어떻게 알았을까?
다음날, 아오야마는 고나이라는 남자를 만나, 미호시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수수께끼는 흥미롭지만 진상은 전편과 같습니다. 잡화점에서 아오야마를 보고 미호시에게 정보를 알려준 공범(?)이 있었던 거지요. 다행히 전편보다는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범의 정체를 진작부터 노출시키고 있는 덕분이지요. 아오야마도 진상을 추리해 내는데 거의 성공하고요.

하지만 고나이를 통해 드러나는 미호시의 과거는 뜬금없었고, 고나이도 굉장히 작위적인 설정이라 마음에 들지 않네요.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미호시의 다정함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찐따가 위험한 스토커가 되었다는건 지나치게 뻔했을 뿐더러, 고나이가 아오야마아게 접근해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이유도 잘 설명되고 있지 못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6장 Animals in the closed room>>
아오야마는 환상의 커피인 몽키 커피 원두를 구했다는 말로 미호시를 자기의 방으로 초대하는데, 그리고 이 때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는 계획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선물이었던 테디 베어 인형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찢긴 채였다. 밀실인 자취방에서 인형을 찢은건 누구였을까?

탈레랑의 고양이 샤를이 미호시 토트백 안에 숨어 몰래 들어와 인형을 찢었다는게 진상인데, 여러모로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샤를이 가방 안에 들어간걸 눈치채지 못할 수 있을까요? 약에 취해 잠들었다는 설정이 붙어있기는 합니다. 그럼 깨어나서 인형을 찢었다는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샤를이 마침 아오야마가 미호시가 자리를 비운 틈에 가방에서 빠져나와 인형을 찢은 뒤, 아오야마와 미호시가 도착하기 전 조용히 옷장 안에 숨어 들어가 잠들었다는 우연도 과합니다.
세 번째로 새끼 고양이가 인형을 찢었다면, 작 중 묘사처럼 날카로운 날붙이로 악의를 가지고 찢은 것 같았을리가 없습니다. 조금 긁히고 만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이외에도 아오야마가 선물을 미호시 몰래 등장시키기 위해, 낚시줄과 후크를 이용해 만든 복잡한 장치 트릭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수상해 보였던 신문배달원(?)과 아오야마가 침대 밑에서 발견한 머리카락의 등장을 통해 위험인물 고나이의 존재를 다사금 떠올리게 만들고, 다음 에피소드를 위한 복선으로도 적절히 사용한건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앞서의 이유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7장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고나이 나미카즈는 미호시가 아오야마와 사이좋게 지내는걸 참지 못하고 복수를 결심했다. 그리고 어두운 밤, 미행 끝에 브래스 너클로 폭행을 가하는데 성공했다. 아오야마는 이 폭행은 자신이 미호시와 만남을 가졌다는 것 때문이라는걸 깨닫고, 전에 받았던 고나이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더 이상 미호시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1권의 마지막 이야기. 고나이의 폭행으로 입원한 당사자가 아오야마였다는 서술 트릭이 사용된 작품입니다. 전편의 괴한은 아오야마의 전 여친 마미로, 유도부원이었던 그녀가 고나이를 처절하게 응징한 뒤 우여곡절끝에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결말도 깔끔했어요. 독자는 아오야마를 미호시로 착각하고, 고나이는 마미를 미호시로 착각하는 이중의 서술 트릭이 사용된 셈이지요.
아오야마의 정체가 다른 카페 바리스타였고, 본명도 아오야마가 아니라 아오노 야마토라는 것도 밝혀지는데, 이에 대한 미호시의 추리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커피맛을 훔치러 왔다는 둥, 사랑 싸움같은 중반부 전개와 고나이가 폭행을 결심하는 이유가 잘 납득되지 않는건 단점이에요. 고나이의 생각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오야마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미호시를 생각한다면, 고나이같은 위험인물은 감옥에 보내는게 당연하잖아요?
서술 트릭도 병문안을 온 사람까지는 등장시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친 사람은 미호시, 병문안을 온 사람은 아오야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였는데, 지나쳤습니다. 병문안을 온 건 그럼 도대체 누구랍니까? 마미? 이런 단점들 탓에 별점은 2점입니다.

<<에필로그>>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왔다는걸 공식적으로 알리는 짤막한 분량의 에필로그.
바리스타 고나이가 카페 로크온이 아니라 탈레랑에 있다는게 서술 트릭 형태로 밝혀지는데, 이 쯤 되니까 지겹네요. 점수를 주기 애매한 분량이라, 별점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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