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의 모험 - 루비크 에르뇌 지음, 이은주 옮김/생각정원 |
큐브를 만들어 냈던 창조자 루비크 에르뇌가 큐브와 본인의 인생, 지론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자전적인 책.
큐브를 처음 만들어 냈던 과정을 비롯한 큐브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저자의 전공 분야였다는 도형기하학이 큐브 개발의 원점이었다는 것 처럼요. 잘 모르는 학문이었지만 공간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3차원의 아이디어를 발견하여 소통 수단으로 삼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 쪽을 바꾸면 다른 모든 3차원 분면의 값이 변한다는 점에서 큐브와 똑같다는데 그럴듯 하다 싶었습니다. 큐브를 만들기 시작하며, 루비크가 봉착했던 구조적인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와 큐브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양산할 때 디테일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도 볼 만 했고요.
큐브의 역사도 흥미로왔습니다. 루비크는 초기 판매분으로 5천개를 주문했는데, 첫 출시 후 몇 년 지나지 않은 1979년 말까지 헝가리에서만 30만개가 넘개 팔려서 헝가리를 대표하는 물건으로 유명졌고, 영국에 거주하는 트란실바니아 출신 동업자 크레머를 만난 뒤 세계적인 장난감이 되는 과정이 굉장히 극적이더라고요요. 크레머의 주선으로 미국 아이디얼 토이가 유통을 맡게 된 덕분인데, 이 때 이름도 창조자의 이름을 따 루빅스 큐브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루빅스"의 어원이 창조자 이름이라니! 창조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요. 루비크는 "원 히트 원더"가 아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루비크는 큐브 이후에도 우리에게 "스네이크"로 잘 알려진 "루빅스 트위스트", 밧줄 퍼즐로 유명한 "루빅스 탱글" 등을 만들어 냈거든요. 대단합니다.
큐브가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스피드 큐빙에 대한 이야기는 넷플릭스에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큐브의 발명과 인기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창조에 대한 저자의 지론들도 되새겨 볼 만 합니다. 무엇보다도 호기심이 중요하고, 현실에서 추상적 개념을 만들어내내어 그 개념을 현실에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또 본인 스스로는 창조한게 아니라 기존 요소들 간에 새로운 관계를 만든 것 뿐이며, 다양한 상호 작용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부분은 제 전공이기도 한 UX와 인터랙션 측면에서도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였다 생각합니다. 교육,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개인 담론도 나쁘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한 책에 담아낸 영 두서가 없다는 단점은 큽니다. 글도 가독성이 높지 않아서, 온전히 그 생각을 다 이해했다고 하기는 힘드네요. 일단 편집, 출간하면서 주제별로는 명확하게 글을 분류했어야 했습니다.
또 큐브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는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더군요. 큐브는 인지 능력과 정서적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건 21세기 사람들의 학습과 성공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자라던가, 큐브의 미스터리라면서 정육면체나 숫자 3,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해 보려는 노력 모두 가상하기는 했지만 지나쳤어요.
무엇보다도 도판이 전무하다는게 가장 아쉬웠습니다. 큐브의 역사와 짝퉁들, 아이콘으로 사용된 큐브의 이미지 등은 모두 도판이 함께 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책 가격, 분량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말이지요.
그래도 전 세계를 풍미했고, 하나의 아이콘이 된 장난감을 만들어낸 창조자가 직접 밝히는 창조의 비결이라는 점에서 한 번 쯤 볼만했던 책이었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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