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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4

호러스토어 - 그래디 헨드릭스 / 신윤경 : 별점 2점

 

호러스토어 - 4점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신윤경 옮김/문학수첩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에 위치한 대형 가구 판매점 오르스크에서 밤마다 상품의 손실 및 훼손이 일어났다. 보안 카메라로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부지점장 베이즐은 매장 직원 에이미와 루스 앤에게 함께 밤샘 경비를 하자고 요청했다. 에이미는 추가 수당 등의 유혹에, 루스 앤은 애사심으로 밤샘 근무를 수락했고, 둘은 순찰 도중 유령을 찍기 위해 매장에 잠입해 있었던 직원 맷과 트리니티, 매장을 임시 숙소로 쓰고 있던 노숙자 칼을 만났다. 그리고 트리니티가 주도하여 촬영용 교령회를 시도했던 그들 앞에 지옥이 열리고 마는데...

끔찍했던 과거가 있었던 곳에서, 모종의 이유로 과거 사건에 연루되었던 원혼들이 되살아난다는 '저주받은 집' 계열의 호러 소설.
오르스크 매장은 과거 요시아 워스가 교도소장이었던 교도소였습니다. 요시아 워스는 '노동은 인간의 마음속 병을 깨끗하게 없어준다'며 죄수들에게 가혹한 노역을 시켰었고요. 그러다가 궁지에 몰린 뒤, 수문의 물을 끌어들여 죄수들을 수장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슬금슬금 부활의 조짐이 보이다가, 트리니티가 주도했던 교령회 덕분에 완전히 깨어나서 매장을 다시 자기가 지배하는 교도소로 만들고, 그 곳에 있었던 오르스크 매장 직원들에게 '치료'라는 명목의 고통을 준 겁니다. 다행히 에이미의 활약으로 에이미와 베이즐은 탈출하는데 성공하고요. 이런 이야기가 별다른 은유, 상징없이 에이미 시점으로 날 것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는건 큰 장점이었습니다.
실제 눈으로 보이는 공간과 카메라로 찍는 화면이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해서, 교령회 이후 칼의 몸에 빙의한 교도소장이 끔찍한 자해 후 각성하고, 매장 소품으로 꾸미기 위해 만들어 놓았지만 열릴리가 없는 문이 열려 과거 교도소 감방으로 통하게 되어 수많은 원혼들이 매장으로 몰려오는 식으로 공포를 서서히 , 그리고 화끈하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전개도 몰입과 이해를 돕고요.
머릿 속으로 상상하기 쉽게끔 그려진 묘사들도 좋습니다. 지하 감방 쇠살문에 허연 벌레같은게 꿈틀꿈틀 기어 나오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 손가락이었다는 묘사처럼요. 이렇게 쉽고, 화끈하며 상상하기 쉽다는 점에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흔해빠진 좀비물이 아니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런데 책 소개에서는 직장인들의 분노와 자조, 블랙 유머를 담고 있다는데,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직장인들의 분노와 자조라고 해 봤자, 본인에게도 문제가 많은 에이미 시점의 이야기 밖에는 없어요. 하지만 그녀가 낮은 박봉에 해고를 걱정하는 처지가 된 건, 80%나 합격한다는 파트장 시험에 떨어질 정도로 본인 노력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블랙 유머 역시 마찬가지고요. 에이미 시점 묘사로 경쾌하지는 한데, 웃긴다고 하기는 힘들어요. 죄수들에게 잡혀가던 루스 앤이 스스로의 눈을 뽑는 등의 고어한 묘사가 더 눈에 띄었으니까요.
또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 포장하고 있는, '이케아 매장' 패러디도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부족했습니다. 극중 소품들을 이케아 팜플렛처럼 각 챕터 서두에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등장인물들 직원 평가서를 삽입하는 식으로 현실감을 살리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모두 전개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요. 매장 점원이라는게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건, '리리피프' 옷장에 갇혔던 에이미가 육각형 나사못을 조립할 때 쓰는 '마법 도구'를 사용하여 탈출하는 장면 뿐이었습니다. 애초에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유령들이 옷장에 가두거나 의자에 묶는 등의 애매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유도 이해는 잘 안 되었지만요...

아울러 매사 불평만하고 패배주의에 찌든 에이미 캐릭터도 식상했으며, 그녀가 동료들을 위해 일어선다는 전개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베이즐은 그녀를 한 번 구해주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루스앤은 그녀가 해고된다고 착각했을 때 안아주었던게 전부, 트리니티와 맷은 그 정도 관계도 없는 남입니다. 목숨을 걸 이유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짜증나는 상사로 보였지만, 매장 매뉴얼처럼 동료와 직원을 아끼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사명감에 불타는 부지점장 베이즐이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불우했던 가정이었지만 본인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배경 설정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서민 영웅인 셈이니까요. 오르스크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벤과 트리니티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나선다는 에필로그는 정말 멋졌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쉽게 읽히는 킬링타임용 소설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같은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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