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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민들레 소녀 - 로버트 F 영 / 조현진 : 별점 3점

민들레 소녀 - 6점
로버트 F. 영 지음, 조현진 옮김/리젬

전부 1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SF 단편집.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을 읽고 읽게 되었습니다. 뭐 도저히 안 읽을 수 없게 소개를 해 놔서... 도대체 그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참고로 "비블리아.." 이전에 일본 애니메이션 "클라나드"에서 비중 있게 언급된 것을 계기로 되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고 해설에서 소개해 주네요. 일본 SF 쪽에서는 그만큼 잘 알려진 작품이라는 뜻이겠죠?

여튼 각설하고, 이 책의 가장 대단한 점은 넓은 장르 범위를 커버한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폭이 넓은 작가야 스티븐 킹 등 이쪽 분야에서는 널리고 널렸습니다만, 모든 장르 자체를 섭렵하여 넘나드는 작가는 보기 드물지요. 킹의 코미디야 있다고 쳐도, 달달한 러브 스토리는 쉽게 연상이 되지 않잖아요? 그러나 이 단편집은 러브 스토리에서 시작해서 코미디, 풍자극, 정통 SF, 쇼트-쇼트 스타일 꽁트 등 다양한 장르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젤라즈니의 문학적인 SF, 어떤 작품에서는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가, 어떤 작품에서는 아시모프의 묵직한 종교적 SF가, 어떤 작품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블랙 유머나 '기묘한 맛'이 떠오르거든요.

보다 자세하게는, 달달하고 잔잔한 사랑 이야기로 딱 한 번 남은 시간여행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깜짝 반전이 괜찮은 타임슬립 SF "민들레 소녀", 유쾌한 결말이 돋보이는 깜찍한 SF 요정물(?) 코미디인 "프라이팬 조종사", 자본가들의 계획으로 단순 소비재인 자동차와 TV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소시민들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 및 풍자하는 "21세기 중고차 매장에서", "팝콘 튀기는 TV", 종교적인 성찰을 다룬 "과거와 미래의 술""약속의 별", 문학의 중요성을 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안드로이드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시인과 사랑에 빠진 큐레이터", "당신의 영혼이 머물 자리", 우주비행사의 고독을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로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낸 분위기 있는 정통 SF "별들이 부른다", 가벼운 쇼트-쇼트 스타일 콩트 코미디인 "파란 모래의 지구", "하늘에 새겨진 글자", "시계장치 오렌지"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마인드컨트롤 설정이 돋보이는 기묘한 맛 류의 "붉은 학교",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 SF "시간을 되돌린 소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록작들의 완성도 역시 명성에 걸맞으며 책장도 쭉쭉 넘어가는,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난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도 많습니다. 유쾌한 꽁트나 코미디 쪽은 괜찮은데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 풍자적인 작품의 경우는 많이 낡아 보였어요. 종교적 색채가와 설교적 분위기가 과한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독자에게 설명이 부족합니다. 여운을 많이 남기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하는게 작가의 스타일로 보이지는 하지만, 남용된 느낌입니다.

그래도 완성도 높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민들레 소녀" , "프라이팬 조종사""붉은 학교"를 꼽겠습니다. "민들레 소녀"는 SF 장르물 중에서는 손 꼽을만한 멋진 러브 스토리이며, "프라이팬 조종사"는 기발한 상상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붉은 학교"는 교육에 대한 서늘한 비판이 인상적이었고요. 다른 작품들도 괜찮은 만큼 읽기 편한 SF 장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이 책을 소개한 다른 창작물에 의해 접하고 흥미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와닿지 않을 작품이 제법 많다는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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