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소녀 - 로버트 F. 영 지음, 조현진 옮김/리젬 |
전부 1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SF 단편집.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을 읽고 읽게 되었습니다. 뭐 도저히 안 읽을 수 없게 소개를 해 놔서... 도대체 그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참고로 <비블리아..> 이전에 일본 애니메이션 <클라나드>에서 비중있게 언급된 것이 계기가 되어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으로 해설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본 SF 쪽에서는 그만큼 잘 알려진 작품이라는 뜻이겠죠?
여튼 각설하고, 이 책의 가장 대단한 점은 넓은 장르범위를 커버한다는 점입니다 . 작품의 폭이 넓은 작가야 스티븐 킹 등 이쪽 분야에서는 널리고 널렸습니다만 모든 장르 자체를 섭렵하여 넘나드는 작가는 보기 드물죠. 킹의 코미디야 있을 수 있다고 쳐도 달달한 러브스토리는 쉽게 연상이 되지 않잖아요?
그러나 이 단편집은 러브스토리에서 시작해서 코미디, 풍자극, 정통 SF, 쇼트-쇼트 스타일 꽁트 등 다양한 장르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젤라즈니의 문학적인 SF가 연상되고 어떤 작품에서는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가 연상되고 어떤 작품에서는 아시모프의 묵직한 종교적 SF가 떠오르고 어떤 작품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블랙 유머나 "기묘한 맛"이 연상되는 식이에요.
구태여 분류하자면 달달하고 잔잔한 사랑이야기이자 딱 한번 남은 시간여행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깜짝 반전이 괜찮은 타임슬립 SF <민들레 소녀>, 유쾌한 결말이 돋보이는 깜찍한 SF 요정물(?) 코미디인 <프라이팬 조종사>, 자본가들의 계획으로 단순 소비재인 자동차와 TV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소시민들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 / 풍자하는 <21세기 중고차 매장에서>, <팝콘 튀기는 TV>, 종교적인 성찰을 다룬 <과거와 미래의 술>과 <약속의 별>, 문학의 중요성을 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안드로이드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시인과 사랑에 빠진 큐레이터>, <당신의 영혼이 머물 자리>, 우주비행사의 고독을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로 굉장히 설득력있게 그려낸 분위기있는 정통 SF <별들이 부른다>, 가벼운 쇼트-쇼트 스타일 콩트 코미디인 <파란 모래의 지구>, <하늘에 새겨진 글자>에다가 <시계장치 오렌지>를 연상케하는 끔찍한 마인드컨트롤 설정이 돋보이는 기묘한 맛 류의 <붉은 학교>,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 SF <시간을 되돌린 소녀> 등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완성도 역시 명성에 걸맞는 수준이고 책장도 쭉쭉 넘어가는,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난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 많다는 것은 감점요인입니다. 유쾌한 꽁트나 코미디쪽은 괜찮은데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 풍자적인 작품의 경우는 많이 낡아 보였거든요. 종교적 색채가 과하고 너무 설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역시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독자에게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여운을 많이 남기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하는 작가의 스타일인 것 같기는 한데 별로 효과적인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완성도 높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민들레 소녀> 외에 <프라이팬 조종사>와 <붉은 학교>를 꼽겠습니다. <민들레 소녀>는 SF 장르물 중 손꼽을 정도로 멋진 러브 스토리이며 <프라이팬 조종사>는 기발한 상상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붉은 학교>는 교육에 대한 서늘한 비판이 인상적이었고요. 다른 작품들도 괜찮은 만큼 읽기 편한 SF 장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이 책을 <민들레 소녀>와 그 작품을 소개한 다른 창작물에 의해 접하고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서는 기대와는 다르기에 와닿지 않을 작품이 제법 많다는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