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 - 표창원 지음/지식의숲(넥서스) |
유명했던 국내 사건들에 대해 소개해 주는 논픽션입니다. 시사저널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인데, 연재물을 꾸준히 읽고 갈무리까지 한 저에게는 별로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냥 한 권으로 모아서 다시 읽었다는 정도의 의미 뿐이지요.
그래도 한 권의 단행본인 덕분에 가지게 된 장점도 많습니다. 먼저 표창원 씨의 일관된 시각 - 범인은 엄정한 죄값을 치뤄야 한다는 것 - 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미제사건인 제주도 여교사 사건 등을 재조명하여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천명하는 부분 등이 그러합니다.
또 부산의 한 교수가 아내 살해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변호사를 동원해서 20년 형을 선고받았던 사건, 유명한 시체 없는 사건의 피의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건이 대비되는 효과도 단행본이기에 지니는 장점이었고요.
연재물에서는 보지 못했던 짤막한 해외 사례 및 중간, 중간에 토막 상식처럼 들어간 표창원 씨의 생각도 눈여겨볼 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고 가치가 반감되는건 아닙니다. 사건 중에서는 애 키우는 아빠라 그런지 유괴사건들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모든 사건에서 유괴 초반에 이미 아이가 살해당하는 이유는, 범인도 처음에는 죽일 생각까지 없었는데 아이의 칭얼거림, 보챔 등의 행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게 된다는 분석 등이 인상적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유괴범은 괴물이 아니라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아이에게 교육을 정말 잘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유명한 지강헌 사건의 이유가 이른바 사회보호법 때문에 556만원이라는 단순절도에도 무려 17년형을 선고받은 탓이 가장 컸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입니다. 저라도 미쳐버릴 형량이긴 하죠. 살인범도 한 20년형 선고받는 게 고작인 세상인데.... 어떻게 보면 현대의 장발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그러나 약간 아쉬운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사건의 주요 인물과 관계된 단체, 회사를 어떤 사건에서는 애매하게 등장시킨 부분인데 법률적인 문제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의아했거든요. 예를 들어 장영자 사건에서 사위와 며느리인 탤런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인데, 인터넷 좀 뒤져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라 구태여 숨길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아울러 사건의 범인들의 현재까지 취재하여 엄정한 심판이 이루어졌는지, 관계자들의 근황은 어떠한지까지 알려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이미 출소하였을 윤금이 사건의 범인인 케네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는 수지킴 사건의 윤태식의 근황은 무척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윤태식의 경우는 얼마 전 여대생 청부살해 사모님과 같이 편안한 징역생활을 하고나 있지는 않은지 걱정도 되니까요.
여튼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범죄를 다룬 논픽션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좋은 책으로 범죄, 사건을 다룬 논픽션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 중에서도 이 글들을 아직 다른 매체로 접하지 않으신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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