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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8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도진기 : 별점 2.5점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6점
도진기 지음/추수밭(청림출판)

추리소설을 쓰는 현직 검사이신 한국의 존 그리샴 "도진기 작가"가 쓴 법률 안내서입니다. 염라대왕이 천국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판사 역할을, 소크라테스가 염라를 도와주는 변호사로 등장하여 여러 역사 속, 픽션 속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는 설정입니다. 본인의 능력을 살려 일종의 소설같은 구성과 전개를 보여주는게 특징이고요.

장점이라면 등장하는 사건들이 흥미롭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쉽게 읽힙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윌리엄 텔이 아들에게 화살을 쏜 것에 대한 재판
결과가 생길 수 있지만 그래도 좋아! 라는 것이 미필적 고의, 결과가 생길 수 있지만 설마 그러겠어?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식 있는 과실로, 윌리엄 텔은 고의도 없었고 미필적 고의(아들이 죽어도 좋아)도 없었기에, 인식 있는 과실에 해당되어 처벌받지 않습니다.

하멜의 피리 부는 사나이 재판
피리 소리가 아이들을 꾀어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면 무죄입니다. 상당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검투사 막시무스가 다른 검투사들을 죽인 것에 대한 재판
기대 가능성이 없어서(올바른 행동을 기대할 수 없음) 죄가 되지 않습니다. 강요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당연한가요?

샤일록의 계약에 대한 재판 
계약 자체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것이라 무효!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빼앗은 마녀와의 계약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른바 신체포기각서라든가 도박빚 역시 무효입니다. 단, 무효인 도박 빚도 일단 돈을 주었다면 돌려받지 못합니다.

짤막한 내용만 보아도 상당히 재미나죠? 그러나 소설도 아니고, 법률 안내서도 아닌 애매한 결과물이라는 단점도 명확합니다. 소설적인 부분은 설정이 유치하며, 중간중간의 대사들 역시 그러합니다. 약간 아동 취향으로 보여서 많이 어색했어요. 법률 안내적인 측면으로는 깊이가 부족하고요. 소설적인 설정과 구성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는 탓입니다. 현직 검사의 관점으로 이 책에 등장한 사건들에 대해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 주는 정도로 충분했을 텐데 아쉽네요. 너무 오버한 느낌이에요.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신 것 같기도 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있는 내용이 많고 장점도 확실해서 아예 폄하하기는 힘드나, 억지스러운 설정은 빼는 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유사하지만 금태섭 변호사의 책이 저는 더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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