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작별 - 존 D. 맥도널드 지음, 송기철 옮김/북스피어 |
마이애미의 포트로더데일 바히아마르 해변 F-18 선착장에 정박 중인 버스티드 플러시호에 거주하는 트래비스 맥기. 그는 탐정도, 경찰도 찾아줄 수 없는 물건을 찾아주며 대신 보수로 잃어버린 액수의 절반을 받아 먹고 사는 인물. 그러던 어느날 댄서 추키 맥콜을 통해 추키의 동료 캐서린 커의 의뢰를 받는다. 사건 해결을 위해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보물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노리고 그녀에게 접근한 뒤 배신한 주니어 앨런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안녕하세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2014년 새해 첫 리뷰네요.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많이 접했었던, 상당한 유명세를 자랑하는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 1작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과히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인 펄프 픽션이더군요. 독특한 캐릭터에 기댄 하드보일드 추리 액션물이라는 점, 꽤나 감성적인 묘사력으로 포장되었다는 점에서는 <약속의 땅 (탐정 스펜서 시리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적인 과정이 별로라는 점도 동일해서 모든 사건 수사는 트래비스가 원하는대로, 생각하는대로 쉽게쉽게 전개됩니다. 덧붙이자면 중반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캐서린의 아버지 배리가 어떻게 거금을 얻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그닥 중요한 것도 아니더군요. 배리가 군에서 벌였던 밀수의 디테일 (금을 비행기 부속품으로 복제)은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에 불과한데 차라리 이 밀수에 대한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또 트래비스 맥기가 하는 일이라곤 결국 앨런의 보트에 숨어들어 홈즈 시절의 <보헤미아 스캔들> 과 동일한 구닥다리 작전으로 보석을 숨겨놓은 곳을 알아낸 뒤 폭력으로 제압하는 뻔한 짓거리밖에는 없습니다. 이 작전에 가짜 보석이 왜 필요했는지는 의문이에요. 어차피 악당인 앨런도 별반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인물도 아닌데 다른 작전, 예를 들면 성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한 뒤 구류기간 동안 보트를 조사해서 빼돌릴 생각은 왜 안했는지도 모르겠고요.
또 설정이 좀 잘못되어 있다는 인상도 받았는데 예를 들면 배리가 교도소에서 보석을 숨긴 곳을 캐서린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은 이해불가고 악당 앨런이 보석 판매에는 철저히 신중을 기울이면서도 성적 욕망을 위해서는 그 어떤 리스크도 무릅쓴다는 것은 굉장한 모순이죠. 중반에 트래비스가 젊은 미식축구 라인배커를 간단하게 때려 눕히는데 앨런에게는 흉기를 이용하여 기습을 가했음에도 떡이 되도록 맞아나가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고요. 마지막으로 맥기 - 로이스와의 관계 및 그녀가 죽음에 이르는 결말도 개운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 특히 이른바 "순정 마초"라는 트래비스 맥기가 왜 많은 인기를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복잡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필요할 경우 일종의 '정신상담'을 해 준다는 독특함과 여자를 위해 눈물을 보이는 순정만큼은 독특하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죽어도 눈물 한번 보인 뒤 바로 시니컬한 유머 ("안녕 도미니크, 다음에 만날때는 지옥이겠지")를 날리는 우주해적 코브라같은 돌직구 스타일의 하드보일드 마초가 더 제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뭐 이건 개인 취향 문제겠죠.
물론 유명세에 걸맞는 점도 존재합니다. 악당인 앨런만큼은 원초적 욕망으로 가득찬 날것 그대로 강하게 표현되어 최후의 순간 (닻에 걸려 미소짓는 장면!)까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해변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볼거리입니다. 취업도 힘들고 짧을 수 밖에 없는, 부질없는 젊음에 대한 사고방식 역시도 괜찮았고요.
허나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유명시리즈에 걸맞는 아우라는 느끼기 어려웠기에 후속권이 나오더라도 더 읽게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새해 첫 리뷰를 한 작품치고는 실망스럽네요. 그래도 펄프 픽션답게 쑥쑥 읽히는 재미는 있고 분량도 적절한만큼 킬링타임용 읽을거리를 찾으시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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