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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의도는 아니지만 짝수권은 건너 뛰고 홀수권만 띄엄띄엄 읽게 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다섯번째 이야기.
(* 이글루스 검색이 이상하게 동작해서 1권3권 리뷰는 각각 링크를 겁니다)

모두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정 고서와 얽힌 이야기를 탐정역의 시오리코가 풀어낸다는 잔잔한 일상계 단편입니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 다이스케의 고백에 대한 답변 같은 긴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 나가는 연작 구성이라는 것은 전작과 동일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이스케의 고백, 시오리코의 답변을 정말 순진하고 착하고 예쁘게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서당을 무대로 한 작품다운 고풍스러운 묘사였어요. 덕분에 고우라 다이스케의 비중도 단순 화자보다는 조금 커진 것 같아 좋았고요. 그런데 이 정도면 애정이 아니라 거의 숭배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아닌가요?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등장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데 이번 권에서는 지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마 단의 <검은 손수건>이라는 추리소설이 특히 땡기네요. 책 정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더 궁금합니다.

허나 아쉬운 점이라면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작품이 이번 권에서는 없다는 점입니다.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거나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 이야기들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품의 재미가 부족한 것은 아닌 만큼 시리즈의 팬이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월간 호쇼>
고서와 고서점을 테마로 한 잡지 <월간 호쇼>를 팔러 다니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노부인이 잡지를 판 뒤 얼마 뒤 찾아와 다시 회수해 가는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수수께끼가 상당히 신빙성 있게 짜여져 있을 뿐더러 이전에 나왔던 책판매 노숙자 시다 씨가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것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시다 씨와 함께 다니는 노신사가 뭔가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 밝혀지는 반전과 같은 진상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나 시다 씨 첫 등장에 함께 나왔던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성 안데르센>이 다시 등장해서 반갑더군요. 그것도 그냥 등장한게 아니라 나름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도 작가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아울러 월간 호쇼라는 잡지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어 보입니다. 과월호라도 구할 수 있으면 한번 구해봐야겠어요.

물론 추리적으로 공정하다고 하기는 어렵고 동기 측면에서도 비약이 심할 뿐 아니라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트릭이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또 어렵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블랙잭>
햐~ 이 작품까지 나오다니! 저도 한국어 판으로 다 구입했을 뿐더러 작중 소개되는 양장본은 형이 학창시절 초판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서 더 반가왔습니다. (블랙잭을 실사처럼 묘사한 까만 커버) 작중 주요한 소재인 4권의 <식물인간>이야기도 다른 블로거분의 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것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 이런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도 창작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많이 반성이 되네요.

이야기 구성도 어머니 임종 시에 구태여 책을 구입하려 한 아버지의 행동을 밝혀내는 것이고 그 의도가 무척이나 따뜻한 내용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랄까요. <블랙잭>이라는 작품 테마에도 어울리고 말이죠.

아울러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블랙잭의 다양한 판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매니악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똑같은 책이 2권이 있는 이유도 생각치 못했던 것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고 아버지가 구입한 마지막 블랙잭 책 상태와 구입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역시 추리적으로도 완벽했고요.

한마디로 이번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에게 5월을>
망나니 동생이 형의 임종 후 찾아와 형이 소중하게 여기던 귀한 책을 자신에게 유품으로 남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

추리적인 부분은 별로 건질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비약이 심할 뿐더러 미망인 히사에가 모든 수수께끼를 쥐고 있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니까요.
이야기의 발단이 된 망나니 스미오의 행동도 딱히 합리적인 것은 아니며 고인이 죽기 전 진상을 파악했다라는 것도 근거가 없죠. 솔직히 평생 모르다가 죽기 직전에 알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사에가 전혀 관계도 없는 고서당 사람에게 평생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 같으면 끝까지 부정했을 겁니다.

데라야마 수지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정도만 수확일 뿐 작품 자체는 그냥 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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