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의도는 아니지만 짝수권은 건너 뛰고 홀수권만 띄엄띄엄 읽게 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정 고서와 얽힌 이야기를 탐정역의 시오리코가 풀어낸다는 잔잔한 일상계 단편입니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 다이스케의 고백에 대한 답변 같은 긴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 나가는 연작 구성이라는 점은 전작과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이스케의 고백과 시오리코의 답변을 정말 순진하고, 착하고, 예쁘게 묘사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서당을 무대로 한 작품다운 고풍스러운 묘사였고, 덕분에 고우라 다이스케의 비중도 단순 화자보다는 조금 커진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애정이 아니라 거의 숭배에 가까워 보이기는 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등장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데, 이번 권에서는 지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마 단의 "검은 손수건"이라는 추리소설이 특히 땡기네요. 책 정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더 궁금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작품이 이번 권에서는 없다는 점입니다.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거나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 이야기들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품의 재미가 부족한 것은 아닌 만큼 시리즈의 팬이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수록작 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월간 호쇼"
고서와 고서점을 테마로 한 잡지인 "월간 호쇼"를 팔러 다니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노부인이 잡지를 판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수해 가는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수수께끼가 신빙성 있게 짜여져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 등장했던 책 판매 노숙자 시다 씨가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시다 씨와 함께 다니는 노신사가 뭔가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 밝혀지는 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나 시다 씨 첫 등장에 함께 나왔던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성 안데르센"이 다시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그것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나름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아울러 "월간 호쇼"라는 잡지가 실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어 보입니다. 과월호라도 구할 수 있다면 한번 구해보고 싶네요.
그러나 추리적으로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동기 측면에서도 비약이 심할 뿐 아니라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트릭이라는 문제는 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블랙잭"
햐~ 이 작품까지 나오다니! 저도 한국어 판으로 다 구입했을 뿐더러, 작중 소개되는 양장본은 형이 학창시절 초판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서 더 반가웠습니다(블랙잭을 실사처럼 묘사한 까만 커버). 작중 주요한 소재인 4권의 "식물인간" 이야기도 다른 블로거분의 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깊이 파고들어 이런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도 창작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많이 반성이 되네요.
이야기 구성도 어머니 임종 시에 굳이 책을 구입하려 한 아버지의 행동을 밝혀내는 것이고, 그 의도가 무척이나 따뜻한 내용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랄까요. "블랙잭"이라는 작품 테마에도 잘 어울리고요.
또한 시리즈답게 "블랙잭"의 다양한 판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매니악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똑같은 책이 두 권 있는 이유도 생각지 못했던 것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으며, 아버지가 구입한 마지막 책 상태와 구입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도 추리적으로 완벽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에게 5월을"
망나니 동생이 형의 임종 후 찾아와, 형이 소중하게 여기던 귀한 책을 자신에게 유품으로 남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인 부분은 별로 건질 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비약이 심할 뿐더러, 미망인 히사에가 모든 수수께끼를 쥐고 있다는 것이 전부니까요. 이야기의 발단이 된 스미오의 행동도 딱히 합리적이지 않고, 고인이 죽기 전 진상을 파악했다는 것도 근거가 없습니다. 평생 모르다가 죽기 직전에 알았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사에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고서당 사람에게 평생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 같으면 끝까지 부정했을 겁니다.
데라야마 수지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정도만 수확일 뿐,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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