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만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존은 가해자를 응징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마을을 지배하는 악당 두목 델라루의 동생이었다. 사로잡힌 존은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빠졌지만, 동생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동생마저 델라루 일당에게 살해당하는데....
간만에 본 서부극. 원래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평이 괜찮아서 감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서부극은 아니네요. 오히려 전통적인 서부극과의 차이점이 눈에 뜨입니다. 유럽 출신 감독과 배우에 의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되었다는 제작 형태에서 비롯되었겠지요.
대표적인 차이점은 사람들이 폭력에 의해 지배된다는 설정과 그에 따른 암울한 전개입니다. 흔하다면 흔할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시장과 보안관마저 굴복하고 오히려 앞잡이 역할까지 하는 영화는 처음 봤습니다. 돈과 지위로 사람들을 핍박하는 현재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는데, 이런 점에서 서부극의 형식을 빌린 현실 비판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니, 무법천지에다가 수틀리면 어디론가 떠나면 되는 서부보다 더 굴종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실이 더 암울할지도 모르겠네요.
뭐 이 영화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참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 악의 무리를 처단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암울함이 사라지지 않거든요. 비겁한 보안관들과 진짜 흑막인 다국적기업(?)이 건재하고 마을에 석유가 나는 이상 폭력적인 억압은 계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지요.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아내, 어린 아들, 동생 및 나이 어린 조력자마저 죽여버리는 전개와 현재를 강조한 각본(덕분에 캐릭터와 내용이 다소 생략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현실감을 배가시키는 촬영(그야말로 이글거리는 느낌), 배우들의 연기를 뒤섞어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존 역의 매즈 미켈슨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단 한 번도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쿨이라는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연기에는 탄복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독특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며, 러닝타임도 짧아 부담없다는 장점도 큽니다. 하지만 영화가 현실을 반영해서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것보다, 영화를 볼 때만이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현실의 도피처 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살기도 힘든데, 영화를 볼 때만이라도 즐겁고 행복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쉽게 추천드리기는 어렵네요.
덧 : 한국판 제목은 정말 최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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