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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 - 제임스 건 : 별점 4점

1988년, 어머니가 사망한 뒤 슬픔에 가득 차 병원에서 뛰쳐나간 피터는 우주선에 납치당했다. 그리고 26년 후, 라바저로 성장한 피터 퀼은 정체불명의 고가 오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오브를 팔기 위해 향한 잔다르에서 오브를 노리는 로난의 양딸 가모라, 피터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린 로켓과 그루트 컴비와 격투를 벌였고, 한꺼번에 체포된 그들은 우주 감옥으로 보내졌다.
감옥에서 만난 드랙스와 의기투합한 4인은 탈옥 후 오브를 고가에 팔기위해 구매자가 있는 노웨어(Knowhere)로 향했고, 콜렉터로부터 오브의 정체를 들었다. 오브는 생명체를 파괴하는 무서운 무기였다. 마침 로난이 노웨어로 쳐들어왔고, 결국 오브를 빼앗긴 일행은 라바저의 보스 욘두를 설득하여 오브를 탈환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가는데...

드디어 봤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시리즈 최신작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옛날 말로 "우주 활극"이라고 해도 어울릴 고전적이면서도 B급의 향취 가득한 작품인 덕분에 아주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우주해적 코브라"를 영화로 만들면 딱 이런 분위기일 것 같은데, 정말 저 같은 사람에게는 취향 직격하는 영화였어요.

장점이라면 우선,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적절한 전개가 좋습니다. "퍼스트 어벤져"처럼 "어벤져스"를 위한 떡밥으로 사용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러닝타임을 소비한 덕분입니다.

캐릭터들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살리고 있어요. 초인은 아니지만 몇몇 특수 장비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스타로드 피터 퀼은 "육화의 용사"의 아들렛 등과 비슷하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 덕분에 차별화되며, 입이 거친 터프가이 콤플렉스 덩어리 로켓 라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최강자 그루트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최고의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아왔던 츤데레 여전사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인 가모라와, 비중만큼의 강함과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드랙스는 조금 아쉽지만 나름대로 액션과 개그에서 깊은 인상을 남겨주고요.

이들의 활약에 더불어 감독의 재능이 엿보이는 감각적인 연출, 곳곳에 숨어있는 잔혹하지만 웃기는 장면들과 깨알같은 명대사들도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특히 잔혹해 보이는 유머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필요도 없는 의족을 탈출에 쓸 거니 가져오라고 하는 식으로요. 이런 건 오롯이 감독의 능력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다른 마블 영화와는 다르게 대놓고 "만화입니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화면 효과와 아트워크를 선보이는데, 이 역시 완전히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굉장히 과하고 쨍해서 리얼리티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려 영화와는 분위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80년대 키드이기에 "Awesome Mix"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런데 영화에서 기억에 남을 정도로 언급된 케빈 베이컨의 "Footloose"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의외이긴 합니다. 어른의 사정이 있던 걸까요?

물론 좀 막나가는 영화답게 전개에 허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콜렉터의 시녀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않았어도 콜렉터가 오브를 정상적으로 소유하게 되었을 테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죠. 드랙스가 로난을 불렀어도 이미 피터 일행은 떠난 뒤였을 테고, 피터 퀼 일행이 개입될 여지가 없으니까요. 그 외 가모라의 급작스러운 배신이나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욘두의 행동거지 등 전개에 급작스러운 것들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단점은 사소할 뿐, 즐겁고 화끈하다는 영화 본연의 가치에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즐거운 영화로, 모든 분들께 추천하기에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한데 저는 대호(大好)!였습니다. 저와 같은 취향, B급 정서 가득하신 분들께는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로난 앞에서 스타로드가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은 "Breathless"의 마지막 장면, 리차드 기어의 노래와 춤을 그대로 사용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확인 한 번 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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