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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반가운 살인자 - 서미애 : 별점 2점

반가운 살인자 - 4점
서미애 지음/노블마인

서미애 작가의 단편선. 일상계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들로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표제작이 영화화되기도 해서 궁금하던차에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이야기들의 설득력이 부족해서 감정이입이 힘들었으며 거의 모든 작품들에서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심리묘사가 등장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 점입니다.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었다면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아요.
아울러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도 잘 모르겠어요. 정통파 본격 추리물도 아니고, 기묘한 맛의 반전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구태여 분류하자면 범죄가 테마인 드라마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접근하기에는 묘사력이나 깊이가 많이 부족했다 생각되네요.
도진기 작가의 작품집에서처럼 최소한 한 두작품이라도 아주 뛰어난 작품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정통 추리물이나 스릴러 애호가분들께 상기의 이유로 권해드리기는 좀 어려운데 몇 안되는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 단편집이니만큼 이쪽 영역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반가운 살인자>
보험금때문에 사고로 죽어야 하는 가장이 자신을 죽여줄 연쇄살인자를 찾아다닌다는 이야기.
솔직히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내용이죠. 연쇄살인마가 어디서 나올줄알고 헤메고 다닌답니까... 그거 쫓아다니면 외려 운동이 되어서 더 오래 살겠네요.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당연히 사고로 위장한 자살을 연구하는게 빠르잖아요? 아울러 재미를 위해서라면 연쇄살인자의 정체라던가, 이야기의 흐름에서 반전이 한번정도 나와줬어야 하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영화화가 된 모양이라 잠깐 조사해보았더니 이 작품과는 사뭇 다른 각색으로 제작된 것 같은데 잘 모르겠지만 연쇄살인마를 찾아다니는 백수가 연쇄살인마로 몰린다는 설정은 더 낫지 싶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남편을 죽이는 방법에 골몰하던 주부가 실제 남편이 죽은 것을 알고 당황한다는 이야기에서 완전범죄 이야기로 넘어가는 작품.
정신과의사와 주인공의 관계가 드러나면 쉽게 꼬리가 밟힐 것이기에 잘 짜여진 이야기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만 나름 반전이 있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조금 괜찮았어요. 추리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품이랄까... 별점은 2.5점.

<냄새 없애는 방법>
냄새에 민감한 여주인공이 이웃집의 개 때문에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일단 주인공부터 정상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예민해서 감정이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보면 거의 초능력 수준으로 묘사되거든요. 단순한 히스테리의 이유가 되기에는 아깝기까지 했습니다. 이럴거면 슈퍼히어로물을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또 공동주택에 살면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 있는게 당연한 상식이죠. 단지 6개월치 월세를 선불로 주었다고 이사를 고려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피냄새를 지우는 방법을 알게 된 204호 남자가 덕분에 연쇄살인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내용도 그닥 대단한 반전은 아닙니다. 딱 하나, 남자의 이름이 "유영철"이라고 밝혀지는 것 정도만 괜찮았달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살인 협주곡>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여행을 떠난 이야기. 앞서 이야기한 천편일률적인 심리묘사가 이어져서 지루할 뿐더러 미움의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왜 이혼같은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블랙코미디로 풀어나가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무엇보다도 이전에 읽었던 "완벽한 부부"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완전범죄를 계획하다가 둘다 죽는다는 걸작 단편과 굉장히 유사한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에필로그까지 완벽했던 해당 작품과 비교할때 완성도도 더 낮고요.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정글에는 악마가 산다>
파파라치로 돈을 벌려는 찌질이에게 닥친 가혹한 현실을 다룬 작품... 인데 최근 이슈인 수원에서 발견된 토막 살인 사건과 약간 겹쳐지는 부분이 조금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허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공통적인 문제는 여전하여 장기 밀매를 하는 범인들이 시체를 서툴게 처리한다던가 주인공이 사건의 핵심에 접근할때 무방비로 접근한다는 것 등이 전혀 설명되지 않더군요. 채팅 프로그램이 트리거가 된다는 아이디어 하나만 신선했을 뿐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숟가락 두 개>
평생 중 교도소 생활이 더 길었던 전과자와 벙어리 아가씨가 가족이 된 뒤 벌어진 가혹한 현실을 다룬 일종의 드라마. 김성종 선생님의 <어느 창녀의 죽음>과 비스무레한 스타일인데 아쉽게도 내용면에서는 약간 억지스러운 감동을 추구할 뿐 별다는 반전이나 극적 요소가 없어서 감히 비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너무 뻔하기도 했고요. 별점은 1.5점.

<그녀만의 테크닉>
친구가 자기의 남자를 빼았았다고 생각한 여인의 납치극으로 시작되어 다중인격 백합물로 끝나는 이색작. 이색적이기는 한데 아무런 복선없이 급작스럽게 진상이 드러나는 구성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광기 묘사도 별로 새롭지 않았고요. 차라리 완벽한 서술트릭물로 꼼꼼하게 작업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비밀을 묻다>
불륜 관계였던 친구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프리랜서 방송작가의 이야기. 촬영 테이프에 찍힌 자동차 번호판과 친구의 지인이 딱히 대단한 단서가 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경찰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내의 친구에 대해 손놓고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설명되지 않지만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그나마 조금 괜찮았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경계선>
왕따와 원조교제 소녀의 기이한 교제와 학교 일진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다룬 작품.
핸드폰을 숨겨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반전은 괜찮았지만 그 외의 요소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원조교제 소녀는 당쵀 왜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콩가루 집안의 설정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작품과는 별 상관도 없는 내용이었거든요. 가족관계의 회복을 그린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미디어믹스를 노린 티도 조금 나서 더 별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별점은 1.5점.

<거울 보는 남자>
살인자의 관상이 따로 있다는 뻔한 아이디어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설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개의 비약이 너무 심했던 작품. 교수의 분노나 주인공의 범죄가 딱히 설득력있다고 보이기 어려웠어요. 좀더 짧고 임팩트있게, 서늘하게 써야 했을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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