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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박상현 : 별점 3점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6점
박상현 지음/따비

저자가 규슈 지역을 다년간 수차례 방문하여 직접 발로 뛰면서 맛본 다양한 요리들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책입니다. 

요리들의 과거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설명해 주는 부분은 만화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간략한 미시사, 통사로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요리들의 현재는 현재의 맛이 어떠하며, 대표적인 가게는 어디에 있는지가 중심입니다. 때문에 일종의 맛집 탐방기이자 여행기로 읽히기도 하는데, 지금 해당 요리가 해당 지역에서 어떤 의미로 이해되는지를 설명하는 식문화 해설서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특히 요리의 발전 과정에서 일본, 그리고 규슈라는 지역 및 문화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 부분을 짚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메밀국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가 '고도의 숙련'이라서 단순한 반복작업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에 열광하고, 장인들이 대접받는다는 것입니다. 반복작업이 핵심인 탓에 재료가 천차만별이고 아이디어가 많이 가미될 수 있는 스시나 라멘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까지 소개하니 정말 장인의 메밀국수를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집니다.

또 새롭게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여러 가지 요리들이나 상품들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요리'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이자 '상품'으로, 저자의 말대로 '스토리'와 '경험'을 파는 것들입니다. 온천 마을에서 명물 음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온타마란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무엇이 되었건 온천 달걀만 올려서 먹을 수 있으면 되는 기획 상품으로, 온타마란돈을 찾아다니는 여행 코스마저 개발되었다는군요. 현대에 새롭게 발굴한 식문화 상품인 셈이지요. "맛의 달인"이나 "신장개업" 등의 만화에 흔히 나오는 단순한 지역 특산 별미 음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제 직업이 일종의 경험 디자인이라 그런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그 외에 문체도 깔끔하고 사진과 편집도 완벽한 수준이라 읽는 재미를 더해주며, 저자가 맥주를 사랑한다는 것이 글 전반에 묻어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면 술 한잔이 빠질 수 없지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맛집 소개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거의 절반 정도의 분량이 평범한 블로거의 일본 맛집 탐방기와 다를게 없거든요. 사진만 봐도 맛있어 보이고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제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돈가스의 탄생"이나 황교익, 주영하의 책들처럼 음식에 대한 통사나 미시사적인 시각이 더 비중 있게 다루어졌지기를 바랬는데 말이지요.

또 제목 그대로 "규슈"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지방에 대한 소개는 부족합니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규슈만 돌아다녀도 일본의 식문화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목부터가 "규슈를 먹다"인데 다른 지방 먹거리가 없다는 단점은 말도 안 되는 트집일 수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진짜 맛있는 음식은 도쿄에 많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도 진짜 맛있는 회는 산지가 아니라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또 도쿄 쪽이 실제 방문할 기회나 가능성이 더 높기도 하고요.

아울러 가격 역시 쉽게 권해드리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책의 완성도와 만듦새는 훌륭하나, 비례해서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합니다. 조금만 더 저렴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와 의미, 자료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책이기에 식문화나 음식 역사 관련 서적, 혹은 맛집 구루메 기행과 같은 책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덧 : 이 책을 통해 스시장인 지로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로의 스시를 먹어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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