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 - 정은정 지음/따비 |
한국에서의 치킨이 무엇인지 역사 뿐만이 아니라 의미, 그리고 산업적인 부분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루고 있는 서적. 크게 아래의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치킨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었나
2부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3부 치킨은 무엇으로 사는가
4부 대한민국 치킨약전略傳 1
5부 대한민국 치킨약전略傳 2
개인적으로 음식 관련 서적이나미시사 서적을 좋아해서 읽게 되었는데 제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치킨에 대한 미시사적인 접근이 아니라 치킨을 소재로 한 문화 비평서라고 보는게 더 정확한 책이거든요.
물론 기대했던 미시사적인 접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목차에서 1부가 그러한 내용으로 치킨이 대한민국의 소울푸드가 된 과정 및 현재 대한민국에서 치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짚어주고 있습니다. 개신교의 영향과 미국 문화의 수입에 따른 축제 음식이 자연스럽게 끼니로 전환했다는 내용이 핵심이죠.
그리고 치킨의 계보도 자세하게 등장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몰랐는데 치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후라이드 치킨도 시대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하는군요.
1세대 후라이드 치킨은 엠보 치킨. 보드람, 치킨뱅이, 둘둘치킨, 림스치킨 등에서 파는 것으로 작은 닭을 '한방 염지'나 '야채 염지'라고 불리우는 염지액에 담근 뒤 파우더를 얇게 입혀 압력 튀김기에서 튀겨낸 것이라고 합니다. 물반죽 없는 건식 치킨이죠. 최근의 "또봉이 통닭" 역시 이 계열이겠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치킨입니다.
2세대 후라이드라 할 수 있는 민무늬 치킨은 물반죽 단계에서 바로 튀김기로 들어간 것으로 시장 통닭이 대표적이라고 하네요. 장점이라면 양념을 묻히기 쉽다는 것이고요.
3세대 후라이드는 크리스피 치킨, 즉 튀김가루를 묻히고 코팅효과를 주기 위해 베터믹스 (물반죽코팅)에 담갔다가 다시 튀김가루를 묻혀 튀기는 치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외에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사회 / 문화 비평서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대한민국 현대사와 자본가-노동자의 관계를 치킨 시장에 빗대어 풀어낸 내용이 많아요. 대표적인 것은 프랜차이즈 치킨 사업과 양계 산업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죠.
프랜차이즈 치킨집 창업에 대한 부분은 "프랜차이즈" 사업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거의 폭로 수준으로 적혀 있어서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며 이러한 폭로, 비평 외에도 치킨 사업 자체를 굉장히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기도 해서 이쪽 바닥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 분들께 필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킨이 정말 돈이 안남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데 예전 "통큰치킨" 사태 때 공개되긴 했지만 그 원가 구조는 지금도 유효한가 보더군요. 한마리 팔아봤자 한 2,000원 정도 남는 수준인데 하루에 50마리 팔아도 임대료 내기도 힘들것 같아요.
"하림"이라는 대기업의 지배하에 있는 양계 산업의 현실도 상당히 놀라왔습니다. 책에 따르면 거의 착취와 다름없어 보였어요. 그리고 기업형으로 닭을 길러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염지닭의 공급가가 4,000~5,000원선이고 이래야 우리가 먹는 치킨값 (만원대 후반) 이 유지된다는 것도 씁쓸합니다. <맛의 달인>에서 유우코 할머니가 살짝 치매가 왔을 때 맛있는 닭요리를 먹여 정신이 돌아오게 한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거기서 공장제 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그야말로 "방목" 해서 키운 닭이 최고라는 내용이었죠. 이런 닭이 맛이야 있겠지만 이런 닭을 먹으려면 치킨값이 한 4~5만원은 되어야 할 겁니다. 어떤 방향이 맞는 것일지...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이렇듯 꽤나 재미있고 생각해볼만한 내용이 많기는 한데 아무래도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는 점, 아울러 책의 구성이 그닥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군요. 치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치킨 계보가 나오고, 거기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치킨이 어떻게 잘 팔리는지 CF와 스포츠와 같은 마케팅 관점에서의 이야기로 넘어간 뒤 마지막에 양계 사업 이야기로 끝나는데 역사면 역사, 이론이면 이론,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묶어서 좀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거든요. 차라리 프랜차이즈 사업 및 양계산업의 비양심적인 상황을 고발하는 르포르타쥬였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줬을 텐데 지금은 그냥 현황 지적에 그쳤다는 것도 아쉬웠고요.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러모로 예전에 보았던 MBC의 <닭큐멘터리 치킨>이 생각났는데 방송을 보는 것이 더 낫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치킨집 창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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