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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9

대한민국 치킨전 - 정은정 : 별점 2.5점

대한민국 치킨전 - 6점
정은정 지음/따비

한국 치킨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산업적인 부분까지 다루는 치킨 관련 식문화사 서적입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1부 치킨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었나
  • 2부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 3부 치킨은 무엇으로 사는가
  • 4부 대한민국 치킨약전略傳 1
  • 5부 대한민국 치킨약전略傳 2

개인적으로 음식 관련 서적이나 미시사 서적을 좋아해서 읽게 되었는데,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르더군요. 치킨에 대한 미시사 서적이라기 보다는, 치킨을 소재로 한 문화 비평서에 가까운 탓입니다.

물론 기대했던 미시사적인 접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부에서 치킨이 대한민국의 소울푸드가 된 과정 및 현재 치킨의 의미를 자세히 짚어주고 있으니까요. 개신교의 영향, 그리고 미국 문화의 수입에 따라 축제 음식이 자연스럽게 일상식으로 전환되었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치킨의 계보 역시 자세하게 소개해 줍니다. 몰랐는데, 치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후라이드 치킨도 시대별로 많은 변화를 겪었더라고요.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1세대 후라이드 치킨은 엠보 치킨. 보드람, 치킨뱅이, 둘둘치킨, 림스치킨 등에서 파는 것으로, 작은 닭을 '한방 염지'나 '야채 염지'라고 불리는 염지액에 담근 뒤 파우더를 얇게 입혀 압력 튀김기에서 튀겨낸 방식입니다. 물반죽 없는 건식 치킨이죠. 최근의 또봉이 통닭 역시 이 계열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2세대 후라이드는 민무늬 치킨으로, 물반죽 단계에서 바로 튀김기에 들어가는 방식이며, 시장 통닭이 대표적이라고 하네요. 양념을 묻히기 쉬운 것이 장점입니다.
3세대는 크리스피 치킨으로, 튀김가루를 묻히고 코팅 효과를 주기 위해 베터믹스(물반죽코팅)에 담갔다가 다시 튀김가루를 묻혀 튀기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소개되는 1부 외에는 사회·문화 비평서에 가깝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현대사와 자본가-노동자의 관계를 치킨 시장에 빗대어 풀어낸 내용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랜차이즈 치킨 사업과 양계 산업에 대한 서술입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부분은 "프랜차이즈" 사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거의 폭로 수준으로 적혀 있어서,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폭로나 비평 외에도 치킨 사업 자체를 매우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쪽에 관심 있는 창업자나 개발자 분들께는 꼭 한 번 읽어보셔야 할 정도로요. 치킨이 정말 돈이 안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예전 통큰치킨 사태 때 공개되었던 원가 구조는 지금도 유효한 듯합니다. 한 마리 팔아봤자 2,000원 정도 남는 수준이라니, 하루 50마리를 팔아도 임대료 내기 빠듯해 보이네요.

또한 "하림"이라는 대기업의 지배하에 있는 양계 산업의 현실도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책에 따르면 거의 착취에 가까운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기업형으로 닭을 길러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염지닭의 공급가를 4,000~5,000원 선으로 유지할 수 있고, 지금 우리가 먹는 치킨값(만원대 후반)이 형성될 수 있다는건 씁쓸했습니다.
"맛의 달인"에서 유우코 할머니가 치매 증세를 보이다가 맛있는 닭요리를 먹고 정신을 차리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거기서 공장제 닭의 문제를 제기하며 방목해서 키운 닭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그런 닭은 맛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마리에 4~5만 원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겠죠. 어떤 방향이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이렇듯 꽤 재미있고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많기는 했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는 점, 그리고 책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치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치킨 계보로 넘어가고, 이어서 프랜차이즈 사업 이야기, 다시 마케팅 관점에서의 CF와 스포츠 연계 이야기, 마지막에는 양계 산업 이야기로 끝나버리니 역사면 역사, 이론이면 이론,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차라리 프랜차이즈와 양계 산업의 비양심적인 현실을 고발하는 르포르타쥬 형태였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단지 현황 지적에 그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러모로 예전에 보았던 MBC의 "닭큐멘터리 치킨"이 떠올랐는데, 방송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치킨집 창업에 관심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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