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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잭 리처 (2012) - 크리스터퍼 맥쿼리 : 별점 2점

도심 한복판에서 의문의 저격으로 5명의 무고한 시민이 살해당했다. 전직 군인 '제임스 바'가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그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모를 남겼다. 제임스 바는 호송 중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고, 뒤이어 전직 군 수사관 출신이지만 실제 정체를 아는 이는 누구도 없는 의문의 남자 ‘잭 리처’가 나타났다. 리처는 제임스 바의 변호사 ‘헬렌’과 함께 사건 수사에 나서는데...

최근에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영화만 찾아보게 되는군요. 이번에 본 영화는 개봉한 지 조금 된 영화 "잭 리처"입니다.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명성이 자자한 슈퍼 베스트셀러이기에 관심이 가던 차에 영화부터 감상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는 여러모로 어제 리뷰했던 "툼스톤"과 유사합니다. 하드보일드 스릴러 장르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라는 점, 헐리우드 빅스타가 주연이라는 점, 주인공은 과거 전문가로 실력 있는 수사관이지만 현재는 명확한 직업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 등이 거의 똑같거든요. 차이점이라면 이 작품이 "툼스톤"에 비해 더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문법에 충실하다는 점이고요. 잭 리처도 정의감 넘치는 쿨가이라는 헐리우드 액션 영화 주인공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리썰 웨폰"의 마틴 릭스 느낌이에요.

그러나 단순히 뻔한 헐리우드 양산형 액션 스릴러는 아닙니다. 베스트셀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돋보이는 점도 있는데, 특히 주인공 잭 리처가 인상적이에요. 최고 실력의 군인이자 헌병 수사관 출신의 떠돌이라는 설정이 아주 괜찮았거든요. 운전면허와 자동차도 없이 버스로 떠돌아다니며 옷도 필요할 때마다 한 벌씩 사서 입고 버리는 식으로 진정한 무소유가 뭔지를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서 사실상 잃을 게 없기에 당연히 겁날 것도 없다는건 확실히 와 닿았고요. 당연히 엘리트 군인으로서의 사격, 격투 실력과 수사관 출신다운 추리력도 괜찮았습니다. 이야기도 이러한 잭 리처의 캐릭터에 많은 부분 기대어 전개됩니다.

허나 잭 리처를 뺀다면 작품 자체는 기대 이하입니다. 전개가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탓입니다. 중반부까지 중요한 실마리로 보였던 양아치들의 습격은 실제로는 잭 리처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 쓰였을 뿐, 정작 사건 해결은 멍청한 미행자들이 대놓고 회사 차로 미행하는 실수 때문에 드러나는 식이거든요. 어차피 이 시점에서 잭 리처는 범행 동기를 눈치챘기 때문에 불필요한 장치이기도 했고요. 이외에도 동네 깡패들의 습격, 길고 지루하기만 했던 자동차 추격씬 등 불필요한 장치, 요소는 넘쳐납니다. 
불필요했어도 잘 찍었더라면 눈요기라도 되었을 텐데 액션씬 모두가 최근 트렌드에 어울리지 않게 단조로워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정적인 클라이맥스에서 악당이 동원한 부하가 10명도 안 되는 스케일, 라이벌 격인 악당이 그다지 강하지 못한 상성 관계도 실망스러웠어요. 제작비가 6천만 불이나 된다는데 제작비를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네요. 톰 크루즈 출연료로 다 나갔나?

아울러 캐릭터도 낭비가 심합니다. 히로인인 변호사 헬렌이 대표적입니다. 헬렌은 잉여 캐릭터에 불과하거든요. 아버지와의 갈등 말고는 작중에서 하는 게 없습니다. 피해자들을 조사해보라는 잭 리처의 지시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모든 힌트가 드러난 다음에야 배후를 파악할 정도로 실력도 없고요. 이 작품에서 그녀의 유일한 비중은 큰 가슴밖에는 없습니다. 차라리 중간에 죽어버리는 샌디가 매력이나 작중 비중이 더 높아 보이니 말 다했죠.

정리하자면 영화의 핵심은 1. 잭 리처가 변호사에게 사격장 조사를 요청 → 2. 사격장으로 찾아가 CCTV 및 증언 확보 → 3. FBI에 관련 증거 전달로 끝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재미는 없었겠죠. 그래서 필요했을 드라마틱한 전개와 액션은 크게 튀지 않게, 설득력 있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악당들이 잭 리처를 엮어 넣기 위해 샌디를 살해하고, 잭 리처가 샌디의 죽음에 분개한다는 과정과 변호사를 납치한 뒤 이어지는 공사장에서의 클라이맥스 액션 같은 식으로요. 앞서 이야기했던 불필요한 장면을 조금 덜어내고 핵심 내용과 이러한 영화적 전개를 잘 결합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지금의 결과물은 스릴러적인 요소와 액션이라는 요소 두 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흥미로운 추리가 가미된 액션 스릴러물로는 괜찮을 수 있지만, 전개가 지루하고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 단조로운 액션 장면 때문에 감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툼스톤" 쪽을 권해드립니다.

덧 1 : 중후한 노인으로 등장하는 로버트 듀발과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보스 역의 베르너 헤어조크와 같은 왕년에 한가락한 인물들의 모습은 반가웠습니다.

덧 2 :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은 2억 불을 넘은 나름 성공작으로 후속작이 기획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톰 크루즈가 캐릭터를 잘 살린다고 보기는 어려웠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작에서는 거구의 덩치여서 캐스팅 당시부터 말이 많았나 보네요. 개인적으로는 비주얼적으로도 더 압도적인, 안티 히어로에 어울리는 배우가 연기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후속작에서는 WWE 출신 스티브 오스틴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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