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프토사우루스 미식 기행 - 두걸 딕슨 지음, 장성주 옮김/함께읽는책 |
어렸을 때 읽었던 학습만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동네 꼬마 친구들이 로봇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살고 있던 쥐라기, 백악기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었죠. 너무 어렸을 때지만 공룡 멸망은 화산 폭발 때문이고 위기의 순간에 겨우 탈출한다는 결말로 기억됩니다.
이 책은 바로 이 학습 만화의 성인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룡이 살고 있는 시대에는 어디에 머무르는 것이 좋은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어떤 재료를 얻을 수 있는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떤 식물을 먹을 수 있는지와 어떻게 먹어야 하며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곤충과 동물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 시기를 주제로 한 책이기에 당연하겠지만 어떤 공룡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화석과 사료 기반으로 아주 아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런 정보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아주 진지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어렸을 때의 학습만화는 고생대, 중생대를 아우르고 있었지만 이 책은 방대한 시기와 장소를 개괄적으로 다루지는 않으며, 특정 시기(쥐라기 후기)의 특정 지역(모리슨 평야)만을 다룹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상세하고 진지하게 서술하고요. 저자가 이 당시, 이 지역에 대한 전문가로 생각됩니다.
책에 수록된 내용의 예를 들자면, 현재의 연구 결과를 통해 이 당시 모리슨 평야 어디에서는 석회를 얻을 수 있고, 어디에서는 모르타르의 원료를 구할 수 있고, 어디에서는 물을 구하기 용이하다, 그래서 어디가 거주 환경에 적합하다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공룡에 관련된 내용도 오스니엘로사우루스라는 공룡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지, 잡은 공룡을 어떻게 먹는게 좋은지 알려주고요. 참고로, 화석을 통해 복원한 공룡의 형태를 통해 분석한 결과로는 통구이(!)가 적합하다고 하네요. 그 다음에는 고기를 해체하는 방법과 어떤 부위를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도 설명해 줍니다. 당연히 실제 통구이 시의 레시피도 자세하게 소개됩니다(불 위에서 떨어지는 지방을 바르면 더 바삭할 것이다!). 다만 제목에 있는 것처럼 캄프토사우루스를 이용한 요리는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어서 좀 의아했습니다.
이외에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삽화, 특히 공룡의 세밀화도 수준이 높습니다. 공룡이 깃털로 덮여 있었을 것이라는 비교적 최근의 학설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너무 진지한 나머지 대중적인 재미가 좀 부족하다는건 아쉽습니다. 뭔지 잘 알 수 없는 제목 때문에 일반 독자가 찾기 힘든 것도 단점이고요. 조금만 더 재미있게, 최소한 도판이라도 더 많게 보강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보다는 제대로 된 다큐멘터리로 영상화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고요.
그래도 이런 류의 모험소설을 쓴다면 꼭 참고해야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최소한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반쯤은 비현실적인 주제를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비슷한데, 실제 화석 등을 통한 저자의 전문가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인데, 앞으로도 이렇게 특이하고 다양한 책이 계속 출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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