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 플랜시스 아일즈 지음, 유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시골 마을 와이번즈 클로스의 의사 비클리는 나이 많고 권위적인 아내 줄리아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새롭게 이사온 마들레인을 사랑하게 되고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나 거절당하자 결국 비클리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아내를 죽인다. 그러나 마들레인과의 관계는 결국 깨져버리고 오히려 전 애인 아이비의 남편이자 변호사인 채트포오드의 끈질긴 노력으로 결국 체포되어 버리는데...
세계 3대 도서 추리 소설이라고 불리우는 작품. 다른 두 작품은 "클로이든발 12시 30분"과 "백모 살인사건"이죠. 이렇게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 시리즈는 그렇게 신뢰하지 않기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전형적인 도서 추리 소설, 즉 범인의 범행 계획과 실행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보여진 뒤 사건이 파헤쳐진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특징이라면 범인의 1인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의 각 단계 모두가 범인의 급격한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스릴과 서스펜스가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좋았어요. 작가의 필력도 잘 느낄 수 있었고요.
그러나 명성에 비한다면 실망이 더 컸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도 지루해요. "그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 가며 그를 지배하려던 아내에게 시달림을 당하다가 새로 이사온 마들레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뒤, 아내 줄리아를 살해하게 된다" 라는 이야기가 문고본 190여 페이지 정도로 서술되어 있거든요. 등장인물도 몇 없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살의라는 감정을 품게되는 것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는 있겠죠. 허나 보다 짧고 스피디하게 전개하였더라면 훨씬 좋았을거에요.
또한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탐정이 등장하거나 수사과정이 체계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아니고 추리의 과정 역시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데 이야기의 핵심인 비클리 박사의 완전 살인 계획도 순진함 그 자체이기에 추리소설로 봐야할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도서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보통 기대하는 완전 범죄와 그것에 따르는 헛점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정신이상에 가까운 비클리 박사의 심리 묘사만 주구장창 나열되어 있을 뿐이에요.
무엇보다도 살인계획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괴롭히던 아내 살해까지야 그렇다쳐도, 자기를 배신한 애인, 그리고 자기의 뒤를 캐고 다니던 전 애인의 남편을 자기 집에 초대해서 독이 든 음식을 먹이고는 완벽한 완전 범죄라고 스스로 자화자찬하다니 이건 정말 뭐 병신도 아니고... 증거가 없다고 떠들고 있지만 이래서야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잖아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프랜시스 아일즈 (앤소니 버클리 콕스)의 작품은 몇작품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어본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었습니다. 세계 3대 도서 추리 소설은 이로써 완독하긴 했지만 이 목록도 이제 21세기도 되었으니 새롭게 선정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아일즈의 거장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한 마지막 반전이 있었기에 다행이지 그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화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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