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7/03/16

죽음의 유역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20) - 미나까미 쓰도무 / 김성일 : 별점 3.5점


석탄 채굴이 주 산업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폐광이 되어 몰락해가는 광산도시 시노에서 어느날 59명이라는 광부가 지하에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와는 별개로 손가락 한개,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강둑에서 타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피해자가 손가락의 주인임이 밝혀진다. 후쿠오카에서 파견나온 경위 이와다는 탄광 사고의 격심한 혼란 와중에서도 사건 수사에 집중하며 특히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새 조롱과 카나리아를 추적하여 하나씩 단서를 포착해 나간 뒤 결국 놀라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낸다.

전후 사회파의 대표 작가인 미나카미 츠도무 (책에는 미나까미 쓰도무 라고 나와 있긴 하지만요)의 작품.

사회파 대표작가답게 광산과 광부들의 처참하고 위험한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인간의 치졸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설득력 넘치게 그리고 있는 정통적인 사회파 추리 소설인데, 원래 순문학 작가 출신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문학적 정취가 넘치며 세밀하면서도 세련된 묘사를 통해 손에 잡힐 듯한 현장감을 전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2개의 큰 사건, 즉 광산 매몰 사건과 살인 사건을 교묘하게 연결하여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구성한 솜씨가 놀랍네요. 작가가 드러내고 싶은 사회파적인 테마는 광산 매몰 사건으로 다루면서도 추리적인 얼개는 살인사건으로 진행시키다가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결말인데 억지스럽지도 않고 굉장히 매끄럽게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이와다 경위의 우직한 수사로 하나씩 단서가 밝혀지며 결국 범인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사회파식 전개로 처음 단서, 즉 카나리아가 너무 결정적이라는 것과 중반 이후 용의자가 특정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이와다 경위의 추리로 밝혀내는 진상이 놀라운 수준이라 꽤 만족할 만 합니다. 용의자들에 자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결말, 그리고 불필요한 수상한 인물의 묘사 같은 것은 약간 아쉬우나 아무래도 좀 오래된 작품이니 납득할만 해 보이고요.

결론내리자면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사회파 추리소설로도 완성도 높은, 그야말로 한 시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었다 생각됩니다. 동시기의 사회파 거장인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드러내면서도 굉장히 치밀한 묘사로 대표되는 문학적 서정성을 지니고 있기에 충분한 경쟁력과 가치가 있다 생각됩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국내에 소개가 많이 되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되는데 이 참에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나오키 상을 탄 "기러기의 절"이나 이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기아해협"이 국내 출간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아울러 이 작품 역시 번역이 많이 부실해서 제대로 작품의 "맛"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더더욱 제대로 된 출판물로 다시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생기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래된 작품이라 구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책인데 귀중한 책을 선뜻 제공해 주신 이영진님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