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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마라코트 심해 - 코난 도일 : 별점 2.5점

 

마라코트 심해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현 옮김/행복한책읽기

옥스퍼드 대학 연구원 사이얼레스 해들리는 괴짜 박사 마라코트 박사의 연구를 위한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일종의 잠수장치를 이용하여 대서양 바다 밑 해구를 조사하는 것. 미국인 기계공 빌 스캔런까지 포함한 3인은 잠수에 성공하지만 곧바로 심해 생물의 공격을 받아 구명줄이 끊겨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러나 바다 밑에서 그들은 만여년전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인들의 후예들에게 구조되고 그들의 신비로운 심해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

코난 도일 경의 SF작품. 경의 마지막 장편이기도 합니다. 행복한 책 읽기 SF 총서로 새로 번역되어 나오기도 했지만 제가 읽은 것은 "하우미스테리"를 통해 입수하게 된 구 동서문화사 판본이라서 책 구성이 조금 다르군요. 도일 경의 SF는 "잃어버린 세계"를 통해 이미 접해 보았고, 그 엄청난 상상력과 기발함, 그리고 재미에 깜빡 뒤집어진 적이 있기에 이 작품 역시 무척이나 기대가 컸습니다. 최소한 "잃어버린 세계" 만큼은 80여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재미를 가져다 주었거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사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잃어버린 세계"의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주인공 챌린져 교수가 등장하지 않는 것 때문이었죠.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원조이면서도 독특한 정신세계 때문에 독자를 매료시키던 교수 대신에 "마라코트 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챌린져 교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괴퍅한 인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만큼의 압도적인 캐릭터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또 총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의 구성 역시 재미를 떨어트리는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1부는 해들리의 편지를 중심으로 탐험의 시작과 탐험 내용을 설명하는 도입부이며 2부는 해들리가 아틀란티스에서 띄워 보낸 수기, 3부는 3인조가 다시 지상 세계로 탈출하는 부분, 4부는 2부에서 부족했던 바닷속 생활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인데 각 부분마다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않아서 읽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4부는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사족이라는 느낌이 강했고요. 특히나 악마 "바알시이파"와의 대결은 읽기가 괴로울 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80여년전의 에테르 과학관에 기반한 코난 도일 경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마라코트 심해에서의 생활 이야기는 독보적이기는 합니다. 지금 상식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부분이 많지만 순전히 머릿속으로만 창조한 공간치고는 나름 설득력이 넘치거든요. 잠수정의 설정은 지금 읽어도 납득이 갈 정도로 잘 만들어 놓았고요. 그 외에도 아틀란티스의 문명 묘사나 심해 풍경 같은 부분에서도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멋드러진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수없이 인용되는 "침몰한 아틀란티스 제국의 생존자들" 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부각시킨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이겠죠.
덧붙여 뒷부분에 실려있는 챌린져 교수 시리즈 단편인 "지구의 부르짖음"이 꽤 물건이더군요. 챌린져 교수의 매력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으며 황당한 과학 세계관을 특유의 묘사와 설명으로 정말 있음직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재미나게 꾸며주고 있어서 저는 본편보다 이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읽으면 낡았다라는 느낌이 앞서 들 정도로 오래된 작품이지만 고전은 고전 특유의 매력이 있는 만큼 한번정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울러 귀중한 책을 선뜻 제공해 주신 이영진님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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