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갯글을 보면, 원래 성공한 투자자는 책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투자에 몰두하다 보면 글을 쓸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투자 책을 쓴 사람은 실전 투자자라기 보다는, 책 판매가 목적인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켄 피셔는 실제로 큰 성과를 이룬 전문 실전 투자자이자 여덟 권이나 되는 책을 출간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주장들은 흘려듣기 어렵습니다.
주장은 간단하지만 확실합니다. 시장에는 영원한 약세장도, 끊임없는 경기 침체도 없었다는 것이지요. 켄 피셔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하락장이라 불리는 시기에도 배당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의 경우 수익이 발생했으며, 침체 뒤에는 빠르고 강한 반등이 뒤따랐다는 걸 보여줍니다. 흔히 말하는 V자 반등입니다. 결국 시장은 순환하고, 위기는 오래가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주가는 반드시 고점을 갱신해 왔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입니다.
이런 말이 먹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비관론에 끌리기 때문이며, 저자는 인간 심리가 본질적으로 비관적인 예측에 더 큰 신뢰를 부여한다고 말합니다. 공포를 자극하는 목소리는 과장되어 보이지만 그럴듯하게 들리는 법이지요. 그러나 시장의 역사는 이런 비관론을 무수히 부정해 왔고, 결국 반등하고 회복하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장기 투자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면, 일시적인 하락에 크게 흔들릴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시기를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이 더 큰 기회를 놓쳤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해 줍니다. 강세장은 대체로 약세장보다 길고, 상승폭도 크며, 평균 수익률을 훨씬 웃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는 겁먹지 말고,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시장에 꾸준히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 '지나치게 빠른 상승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강세장이 원래 그런 속성을 지녔다고 말합니다. 천천히 오르는 장보다 단기간에 크게 오르는 장세가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아울러 시장 변동성에 대한 접근도 기존 상식과는 결이 다릅니다. 많은 이들이 변동성이 클 때는 투자를 미루라고 말하지만, 피셔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합니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려면 일정 수준의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안정성과 수익률은 본질적으로 상충 관계이며, 만약 변동 없는 수익을 원한다면 낮은 금리의 예금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면서요. 심지어 변동성 없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은 대부분 사기에 가깝다고 경고합니다.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투자 지평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현실적입니다. 대부분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투자 계획을 짜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 방식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산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어야 하느냐이지, 나이가 몇 살이냐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본인의 삶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까지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긴 투자 지평이 필요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이라면 주식 비중을 과감히 줄일 이유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다른 어떤 투자보다 주식 투자를 오래, 길게 가져가라는 이야기"입니다.
국가 부채에 대한 시각도 흥미롭습니다. 일반적으로 재정 적자는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생각되지만, 피셔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이와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재정 흑자일 때 대공황이 발생했고, 재정 적자 이후에는 오히려 시장 수익률이 개선된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기업에 일률적인 부채 기준이 없는 것처럼, 국가에도 획일적인 부채 한계선은 존재하지 않으며, 국채는 통화 정책을 운영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됩니다.
미래를 지나치게 예측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입니다. 24개월을 넘는 시장 전망은 의미가 없으며, 한때 시장을 이끌었던 종목이나 섹터에 대해 '이제는 끝났다'고 단정 짓는 것도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흐름이나 기존의 가정에 의존한 예측보다는, 데이터와 구조적인 분석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입니다.
실용적인 조언도 많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망한 자산군이 달라진다는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약세장 바닥을 벗어나는 시기에는 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며,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가 좁아질 때는 성장주가, 차이가 벌어질 때는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은 실제 투자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치와 주가의 관계에 관한 내용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시장이 뚜렷하게 반응하지는 않으며, 이 부분은 미국 정치 중심의 설명이라 국내 독자 입장에서는 큰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 투자자라면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이 많지만 미국 기준으로 서술되었다는건 분명한 한계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주식 시장은 미국 시장만큼 투명하다고 보기 어려우니까요.
아울러 주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부동산과 금에 대한 평가가 다소 단호한데 이 역시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한 부동산 관련 투자 근거 - 미국 기준으로 지난 40년간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률이 주식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주거용은 그보다 더 낮았다는 통계 - 는 충분히 말이 되지만 이건 미국 기준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10년만 보아도 대출 및 전세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3~4배(300~400%) 되는 수익을 거둔 사례가 즐비하니 동의할 수 없어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전세 제도가 사라지고, 대출은 어려워지며 부동산의 매매가 실거주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정책이 자리잡으면 모르겠지만요.
금 역시 장기적인 수익률이 낮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안전 자산' 측면에서 충분히 투자 효과가 있다는건 이미 증명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여러모로 참고할 내용이 많고 미국 주식 대세 상승론에 대한 이견도 없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금과 국내 증시에도 분산 투자하는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코스피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확신을 가지기는 힘드니 미국 주식에 직, 간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 역시 환율과도 연동되는 만큼 국내 투자자로서는 확신을 가지고 장기 투자하기는 어려우니까요. 1:1:1 비율로 분산하는게 그나마 괜찮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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