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영화 시리즈 중 한 편(이자 시리즈를 끝장내버린)입니다. 좋았던 부분부터 얘기하자면, 우선 캐스팅이 훌륭합니다. 에런 테일러존슨이 연기한 크레이븐은 만화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고,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맡은 아버지 니콜라이의 무게감과 프레드 해킨저의 카멜레온도 찌질하면서 비겁해 보이는 연기도 좋았고요. 알렉산드로 니볼라의 라이노 역시 분장과 효과는 별로였지만, 배우 덕분에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액션도 몇몇 장면은 꽤 볼 만했습니다. 납치된 동생의 뒤를 쫓는 추격씬, 튀르키예 수도원에서 동생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잠입 액션, 마지막 정글에서 사냥꾼들과 초반에 벌인 결전은 나름 박진감이 느껴졌습니다. 크레이븐이 동물적인 본능을 활용해 싸우는 장면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전해주었고요.
하지만 완성도는 낮습니다. 엉성한 각본 탓이 큽니다. 이야기 전개를 화면에서 계속 설명해 주지만, 정작 캐릭터의 내면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요. 크레이븐(세르게이)와 아버지와의 갈등 구도는 진부했고, 어린 동생을 버린 크레이븐의 과거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감정이입이 어렵습니다. 칼립소가 뜬금없이 등장해 조력자가 되는 과정도 억지스럽고요.
크레이븐의 능력도 차별화는 되지만 전혀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힘과 속도 모두 특별한 맛이 없어요. 그래서 액션의 스케일도 작습니다. 지구적인 위기가 닥치는 다른 슈피 히어로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심지어 메인 빌런 라이노의 최후는 들소 떼에 깔려 죽을 정도로 허무하고 시시했습니다.
파워 밸런스도 맞지 않았습니다. 라이노가 주 빌런으로 나왔지만 오히려 포리너가 더 강해 보였으니까요. 그런 포리너가 칼립소의 활 한 방에 죽는 장면도 어이가 없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캐스팅과 몇몇 액션 장면은 괜찮지만, 캐릭터 매력을 살리지 못한 각본과 힘 없는 연출이 발목을 잡은 졸작입니다.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잘 알겠더군요.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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