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정전이 12초 동안 벌어진 뒤, 무명 가수 잭 말릭은 자기 말고는 아무도 비틀즈를 알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 당황도 잠시, 잭은 자신이 기억하는 비틀즈의 곡들을 선보이며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세계적인 팝 스타 에드 시런의 눈에도 띄어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명성을 쌓게 되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둘 수록 양심, 그리고 엘리와의 사랑을 고민하던 잭은 모든 곡들은 '비틀즈'가 썼다는 진실을 고백한 뒤 사랑하는 엘리와 함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한 때의 귀재 대니 보일이 2019년 발표했던 청춘 로맨틱 음악 코미디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풍성한 비틀즈 음악을 스크린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스터데이", "Let it Be",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I Saw Her Standing There", "Back in the USSR", "Help!" 등의 명곡들이 이어지거든요. 몇몇 곡들은 장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뮤지컬 같은 느낌까지 줍니다. 엘리가 잭에게 이별, 그리고 개빈과 만나고 있다는걸 고백한 직후 잭이 "Help!"를 열창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Help! I need somebody).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에서 비틀즈의 노래가 사라졌는데 나만 알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따지면 이세계 회귀물이나 전생물, 시간 여행물과 다를바 없지만 '음악'이라는 소재 선택이 아주 탁월한 덕분입니다. 만약 피카소의 그림을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발표했다면? 솔직히 성공하기 힘들겠지요. 셜록 홈즈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세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홈즈 시리즈도 지금 읽기에는 낡은 이야기들이 많은 탓입니다. 하지만 명곡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틀즈'의 곡이라는 점에서 다시 성공한다는건 굉장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음악은 유튜브 등 현재의 플랫폼 환경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당연히 '영화'라는 매체와도 잘 어울리고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전체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집니다. 에드 시런의 출연의 경우,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삭제하는게 나았을겁니다. 에드 시런의 도움이 없었어도 비틀즈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을테고, 에드 시런이 비틀즈에 대항해 '살리에리' 포지션을 차지하기는 역부족이니까요.
주인공 외에도 비틀즈를 기억하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하는 장면, 존 레논과의 만남 장면은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두 장면은 실제로 '비틀즈'가 존재했다는 의미라서 설정과 모순되는 탓입니다.
또 많은 비틀즈의 명곡이 등장하지만, 일부 곡은 선곡이 아쉽습니다. 에드 시런과의 작곡 대결에서 잭이 선보이는 "The Long and Winding Road"이 대표적입니다. 명곡이지만 일반 관객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엔딩에 사용된 "Ob-La-Di, Ob-La-Da" 같은 친숙한 곡을 앞세우는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위대한 비틀즈 음악을 현대적인 로맨틱 코미디 속에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음악적 즐거움과 상큼한 러브스토리도 장점이고요.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비틀즈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용필 노래를 모티프로 삼아 리메이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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