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이 불가능 범죄를 저지르면, 나머지가 그 트릭을 추리한다는 설정의 단편 연작집입니다. 예전에 이 시리즈 두 번째 권을 읽고 리뷰를 남겼었는데, 13년 만에 후속권을 읽었네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반 두젠 교수를 흉내 낸 반도젠, 제이슨 마스크를 쓴 aXe, 다스베이더 마스크의 두광인, 늑대거북을 대신하는 쟌갸, 흐릿한 형체만 보이는 O44APD까지 다섯 명이 모여 게임을 진행합니다. 이 가운데 aXe, 두광인, 반도젠이 차례로 사건을 일으키고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솔직히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멤버들의 추리 대결을 위한 퀴즈를 만들어내려고 억지로 짜낸 트릭들이 대부분인 탓입니다. 때문에 실제로 가능할 만한 건 거의 없습니다. 도어 로커가 걸린 완전 밀실에서 피해자가 뒤통수를 맞고 죽었는데, aXe에게는 사건 당시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는 첫 번째 사건 정도만 퍼즐적인 재미가 있었을 뿐입니다.
정답은 방 안에 둔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문을 잠그고, 피해자를 책 더미 위에 올려놓은 뒤 멀리서 전화를 걸어 억지로 깨워서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게 만든 것이었지요.
그런데 ‘와, 이런 아이디어도 있구나’ 싶은 정도이지 현실적으로는 성공 확률이 너무 낮습니다. 피해자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범인조차도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누군지는 상관없이 아무에게나 시도할 생각이었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깝습니다. 동기가 없어져 버리니까요. 무차별 살인과 다를게 없어요.
두광인이 저지른 사건부터는 아예 엉망입니다. 두광인은 자신의 범행에 ‘투명 망토’를 썼다고 주장하거든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의 진짜 트릭은 끝내 공개되지도 않고요. 트릭을 끝까지 숨긴 것보다 더 나쁜 추리 소설이 있을까요?
반도젠이 벌인 마지막 사건에서는 이 모든 게 반도젠이 짜낸 연극이었다는 반전이 등장합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가짜였고, 반도젠이 각본을 짜서 연기하게 했다는 것이지요. 중간중간 단서가 있긴 했습니다. 예를 들어 aXe가 차를 몰던 장면에서 반도젠과 두광인이 동시에 없었다든가, 가끔 캐릭터들이 다른 말투를 보였다든가 하는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성 부족한 억지 반전이라는 생각밖에는 안 듭니다. 목적도 불분명하고, 동기도 별다른게 없는 탓입니다. 유명해진 밀실살인게임을 따라했다는게 전부거든요. 뭔가 의미가 있음직한 마지막 글을 남기긴 했지만 뻘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트릭 퍼즐 게임만 남기고 추리 소설의 다른 재미는 거의 내다버린 수준이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그나마의 트릭도 완전치가 않고요.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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