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검색어 크리처 호러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검색어 크리처 호러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2018/03/23

요괴 헌터 1 : 지편 - 모로호시 다이지로 / 서현아 : 별점 2.5점

요괴 헌터 1 : 지(地)편 - 6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서현아 옮김/시공사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작가 생활 초기인 1974년부터 꾸준히 발표해 왔던, 고고학자 히에다 레이지로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호러 단편 연작입니다. 요새 좀 복잡한 스토리, 설정을 갖춘 고전 만화에 꽂혀서 호시노 유키노부를 비롯한 몇몇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쭉 찾아보다가 이러한 저만의 유행에 편승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명성이야 전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이런게 취향이 되는게 신기하네요.

읽어보니 과연, 명성이 허언은 아니더군요. 무려 4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독특하다 느껴질 정도거든요. 발표 당시에는 독자들에게 대단한 충격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러브크래프트 느낌의 코즈믹 호러 분위기를 한껏 풍겨주는 묘사들은 왜 이 작가가 우메즈 카즈오와 호러 만화계에서 같은 급으로 인정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며, 이런 저런 설정들의 적절한 이종 교배를 통해 참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대체로 앞서 말씀드린 코즈믹 호러, 크리처를 일본 전통 문화와 교배시키는 식인데 예를 들자면, 코스믹 호러와 크리처 세계관에 일본 고전 설화를 끼얹은 "검은 탐구자", 가쿠레 키리시탄 설정을 이용하여 역시나 코즈믹 호러 느낌의 새로운 성경과 종교적 기적을 그려낸 "생명의 나무", 코즈믹 호러 크리처와 일본 고사기에 기반한 역사를 섞어 '해룡을 맞이하는 해룡제' 라는 행사로 그려낸 "해룡제의 밤" 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에서도 "생명의 나무" 는 이렇게 짧게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 성서에 지극히 일본적인 설정을 잘 짜깁기한 대단한 작품이었거든요. 가쿠레 키리시탄이 성경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자신들만의 성경을 만들어 전승시켰다는 역사 속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아담 외에 쥬스헤루라는 인류의 선조가 있으며, 쥬스헤루는 생명의 나무 열매를 먹어 낙원에서 추방당했다는 작품 속 창세기 설정부터 참신합니다. 죽지도 못하고 고통받는 쥬스헤루의 후손들 중에서 그들만의 "예수"가 태어나 모두를 구원한다는 결말도 무척 대담했고요. 이런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는건 정말이지 놀라운 재능입니다.

하지만 단점과 한계 역시 명확합니다. 우선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설명의 부족은 여전한 편입니다. 설정은 좋지만 펼쳐놓은 설정을 수습하는데 급급한 이야기들이 제법 되거든요. 게다가 괜찮은 설정을 갖춘 작품들도 전체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선 "붉은 입술"은 단순한 크리처 호러물에 불과하고, 지극히 평범한 좀비물 클리셰 투성이인 "죽은 자가 돌아왔다"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요. 그나마 특이한 점이라면 남편을 아이보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점인데, 오히려 이 설정을 강조하는게 더 독특하고 공포심을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내를 살해하고 묻은 자리에서 아내와 똑같은 풀이 돋아났다는 "사인초"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내용이었고요. "우주해적 코브라" 에서 다이아몬드 이빨을 가진 인면초가 시체에서 피어난다는 "만드라고라" 에피소드가 떠오르더군요.
"개미지옥"은 여러개의 구멍이 있는 공간이 있고, 특정 구멍은 죽음과 영원한 고통을, 특정 구멍은 바라는 걸 이루어 준다는 설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원숭이 손" 이라는 유명 단편과 흡사한 결말이 뻔해서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한건 주인공 히에다 레이지로의 무존재감입니다. 이 작자는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에 휩쓸려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만 볼 뿐입니다. 그리고 복잡한 설정을 독자에게 설명, 전달해 주는게 전부에요. 한마디로 나레이터에 불과합니다. "죠죠" 시리즈의 스피드 웨곤보다도 활약이 못해서 존재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스트레이트 롱 헤어에 어딜가나 정장을 갖춰입는 독특한 비쥬얼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걸작과 졸작, 장점과 단점이 혼재되어 있는 탓에 앞으로 계속 구입해야 할 지는 조금 망설여지는데, 혹 후속권을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계속 읽어봐도 좋을지 고견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2026/03/07

워 머신 : 전쟁 기계 (2026) - 패트릭 휴즈 : 별점 2점

미육군 최강 부대 레인저 부대원이 되기 위한 8주간 훈련에 도전한 81번 훈련병은 우여곡절 끝에 최후의 시험인 '죽음의 행진'까지 살아남았다. 그러나 훈련병들은 예정된 훈련 대신 외계에서 온 전투 기계를 만나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데...

넷플릭스 최신 영화입니다. 주말 맞이로 감상했습니다.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초반부의 지루했던 배경 설명이 끝난 뒤, 핵심 이야기인 레인저 훈련생들이 벌이는 외계에서 온 로봇 상대 생존기는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미약한 희생자들이 도주하면서 생존하려 노력하는, 거대 크리처 호러물 장르물로의 가장 중요한 재미 요소인 '긴장감'을 잘 살린 덕입니다. 나침반 등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으로 로봇 등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요. 망가진 무전기, 움직일 수 없는 부상자, 고장난 장갑차 등의 여러 제약 사항들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긴장감과 재미를 더해주고요.

크리처 호러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크리처의 강력함 역시 훈련병들을 압도하며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들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우리 편이 다 죽는 영화는 정말 오랫만에 봅니다. 최소한 여군은 살릴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레인저 훈련병'이라는 미 육군 최강 군인들이 희생양 역으로 설정된 점도 좋습니다. 절벽에서의 레펠 기동을 비롯한 생존을 위해 벌이는 인간 이상의 활약이 꽤 설득력있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활약의 핵심인 주인공이 '잭 리처' 앨런 리치슨이라는 캐스팅도 딱 맞아 떨어지는 점입니다. 캐스팅이라면, 추억의 배우 데니스 퀘이드의 노병 연기도 반가왔어요.
아울러 주인공이 공병 출신이라서 로봇의 약점을 눈치채고 해치운다는 마지막 장면의 설득력도 꽤 높은 편입니다. 맨 앞의 차량 정비 장면과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군인들이 강력한 외계 크리쳐와 싸워 극히 일부만 겨우 살아남는다는건 "에일리언(2)"과 비슷하고, 이 마지막 장면 전까지는 엇비슷한 재미를 주지만 마지막 10여분이 영화를 완전히 망쳐버려서 아쉽습니다. 외계 로봇의 습격이라는 전 지구적인 재앙이 닥쳤는데 레인저가 되는 결승 라인에 도달하는게 지상 목표라는 주인공의 모습부터 황당했는데(최소한 부상자는 의무병에게 바로 인계했어야지요),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미국식 영웅 만들기는 도대체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게다가 막 복귀해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다시 전우들과 출동한다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어이를 상실케 합니다.
비유하자면 "에일리언"의 리플리가 살아서 귀환한 뒤, 군인들 앞에서 일장 연설하고 선봉에 서서 에일리언을 박살낸다는 에필로그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 마지막 10여분 때문에 감점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거만 없었어도 별점 3점 이상도 충분한데 아깝네요.
그래도 앨런 리치슨이라는 배우의 액션은 믿을만하다는 확신이 생기기는 합니다.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군요.

2010/09/24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 앰브로스 비어스 / 정진영 : 별점 3.5점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 8점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정진영 옮김/생각의나무

애드거 앨런 포를 잇는 미국 장르-환상-고딕-호러 문학의 귀재이자 기인인 앰브로스 비어스의 대표 단편선입니다. 최고의 문학 형식은 단편이라는 포의 말을 따르듯, 짤막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의 유명세야 익히 알고 있었고, 작품도 많이 들어왔기에 너무 늦게 읽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전쟁 소설 -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 -부터 전형적인 괴담 - "막힌 창", "표범의 눈", "이방인" 등 -, 일상계 호러 - "인간과 뱀", "덩굴" 등 -와 크리처물 - "요물" - 까지 굉장히 다양한 장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장르를 하나로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환상 호러 소설이라고 보는 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괴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100여 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뭔가 마약에 취한 듯한 정경과 분위기 묘사들도 일품이었고요. 또, 귀족적이고 근대에 가까운 스타일과 묘사가 많은 고딕 호러의 느낌보다는 '미국적'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물씬 풍기는 서부 개척 시대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체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마크 트웨인이 쓴 호러 소설 느낌입니다.

마지막의 서늘한 반전으로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은 것은 현대의 '기묘한 맛' 장르가 떠올랐습니다. 이런 장르물의 선구자격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상세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실린 작품들이 너무 많고, 모두가 빼어난 맛이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개기름", "시체를 지키는 사람", "인간과 뱀", "덩굴", "요물",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공포와 함께 나름의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몽환적이거나 서술이 복잡하지도 않았고요.

특히 "시체를 지키는 사람"은 시체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는 내기의 황당하고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적인데, 나름 제 식으로 변주해서 풀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크리처물 "요물"은 현대 유사 콘텐츠의 원형을 제공한 듯한 발상이 좋았고요. 투명 괴물이라니!

한마디로 장르문학, 특히 호러 팬이라면 당연히 봐야 할 작품집이 아닐까 싶네요. 책도 아주 예쁘게 나와서 마음에 듭니다. 제가 호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만, 단지 제 취향의 문제일 뿐입니다.

2026/05/08

금지된 장난 - 시미즈 가루마 / 최주연 :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오토 가족은 교외 주택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나오토의 아내 미유키가 교통 사고로 끔찍하게 사망한 후, 어린 아들 하루토는 어머니의 손가락을 마당에 묻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소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뒤, 예전 나오토의 직장 동료였던 프리랜서 카메라맨 히로코에게 괴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히로코는 과거 나오토와의 불륜을 의심했던 미유키로부터 괴현상 공격을 받았던걸 떠올리고 나오토를 찾아가는데... 

시미즈 가루마의 장편 호러 소설입니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었습니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기를 바랐지만, 돌아온건 그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는 익숙한 설정의 작품입니다. 설정은 무척 뻔하지만, 초중반부에 미유키가 이형의 존재로 자라나는 과정은 꽤 섬뜩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아내가 재생하고 있다는걸 눈치챈 나오토가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봐 외딴 집 담 안쪽에 스스로 더 높은 담을 두르는 등의 과정 묘사가 좋습니다.

높은 담을 두른 집 내부가 나오토와 함께 점점 황폐해지는 과정, 이와 반대되는 하루토의 명랑함이 공포심을 잘 자극해 줍니다. 나오토의 집을 방문했던 히로코의 카메라에 살짝 찍힌 마당을 확대했을 때, 움직이던 흙무덤 사이로 미유키의 눈알이 보였다는 묘사는 화룡정점이에요. 직접적으로 괴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사진 속에 우연히 찍힌 일부를 통해 마당 밑에서 무언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하게 만드는게 확실히 더 효과적이더군요. 아마 영상화된다면, 이 장면만큼은 엄청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런 간접적 묘사에 이어지는, 거의 좀비 상태로 부활한 미유키가 히로코, 나오토를 쫓는 추격전도 크리처 호러물로서 기본은 해 줍니다. 미유키를 키운건 미유키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미유키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 하루토의 힘이었다는 반전도 나쁘지 않고요.

하지만 장점은 일부일 뿐, 사랑하는 사람의 부활과 재앙, 순진하지만 악마였던 아이, 원령의 질투에 이은 빙의와 폴터가이스트, 좀비에 가까운 크리처 호러까지 인기 있을 만한 소재들을 잔뜩 끌어왔지만 새로운건 하나도 없는 진부한 망작입니다. 나오토가 하루토의 살점을 마당에 묻고 부활을 기도하는 에필로그마저도 진부합니다. 뻔한 소재를 가져다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하며 마무리했다는 느낌만 줍니다.

이야기도 완성도가 부족한데, 가장 큰 이유는 히로코가 위험에 빠진 이유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나오토가 과거 히로코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 구체적인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미유키가 단지 남편이 호감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히로코를 저주하고 죽이려 한다는건 너무 억지스러웠어요. 물론 이런 질투가 하루토 때문이라는 설명이 살짝 덧붙여져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단지 호감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에 빠진다면, 살아남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네요. 

후반부 추격전도 박진감에 비해 공포는 부족했습니다. 부활한 미유키는 흉측하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진 존재인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좀비에 가까운 괴물처럼 보이기도 해서, 성인 남녀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퇴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초반부에 보여준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나 중반부의 빙의 같은 능력이 마지막 추격전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앞에서 여러 초자연적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마지막 폭주 장면에서도 그 능력들이 결합되어 더 위협적인 공포를 만들어냈어야 했습니다. 결국 화재로 전소하고 만다는 결말도 시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진부하고 별로 무섭지도 않아서 점수를 줄 부분이 거의 없네요. 추천드릴 작품은 아닙니다.

2019/03/10

보기왕이 온다 - 사와무라 이치 / 이선희 : 별점 2.5점

보기왕이 온다 - 6점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arte(아르테)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부
다하라는 어린 시절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집을 볼 때 정체불명의 회색 덩어리 그림자를 응대했다. '치가쓰리'라는 기묘한 말을 하며 집에 들어오려는 '그것'을 할아버지가 모처럼 맑은 정신으로 소리쳐 퇴치했다. 그리고 몇 년 뒤, 할머니로부터 사람을 끌고가는 요괴 '보기왕'을 집에 들이거나 대꾸를 하면 안된다고 들었다.
세월이 흘러 직장을 얻고 결혼한 다하라에게 수수께끼의 전화가 걸려왔고, 수상쩍은 인물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회사 후배 다카니시가 큰 상처를 입고 아내와 딸 치사마저 위험에 처하자 다하라는 고교 동창인 민속학 교수 가라쿠사를 통해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퇴마사 마코토를 만났다. 그러나 퇴마사 마코토가 알려준 대책이라고는 "부인과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라'는게 전부였다. 다행히 노자키와 마코토는 다하라의 집에 정기적으로 찾아와 아내 가나와 아이에게 힘이 되어 주었고, 다하라도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만 '보기왕'이 집에 찾아와 부적을 찢고 난동을 부렸다. 겨우 침입을 저지한 마코토는 자신의 힘이 미력하다며 언니를 불러냈다. 언니는 당장은 시간이 없다며 지인들을 부르나 고명한 스님을 비롯한 지인들 모두 겁을 먹고 거절했고 딱 한 명, 부탁을 수락한 영매사 세쓰코마저 한 팔을 잃는 큰 부상을 입고 죽고 말았다. 다하라는 마코토의 언니 도움으로 결계를 치려 하지만 그것 역시 언니를 위장한 '그것'의 음모였다. 결국 '그것'에게 다하라는 죽었다.

2부
아내 가나는 다하라의 죽음이 기뻤다. 다하라는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아내와 딸을 심리적으로 학대했기 때문이었다. 노자키와 마코토의 도움으로 가나와 치사 모녀는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가나 다시 '그것'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마코토가 목숨을 걸고 저지하지만 실패했고, 도망치던 모녀를 덥친 '그것'은 치사와 함께 사라졌다. 그 뒤 미쳐버린 가나는 병원에서 깨어났다.

3부
가나와 치사를 습격한 '그것'으로부터 치사를 지키다가 중상을 입은 마코토를 병원으로 옮긴 노자키는 드디어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를 만났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치사를 구하겠다며 중상을 입은 마코토에게 휴식을, 노자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다하라의 본가에 찾아간 둘은 다하라 가족의 숨겨진 끔찍한 과거를 알아냈다. 오래전 할아버지 긴지의 가혹한 폭행으로 다하라의 외삼촌, 외숙모가 죽었고, '그것'은 할머니가 복수와 원망으로 할아버지를 저주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치사를 구하고 보기왕을 퇴치하기 위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으로 작가의 데뷰작입니다. '보기왕' 이라 불리우는 크리쳐와 맞서 싸운다는 정통파 크리처 호러물이죠. 그렇지만 이유없이 괴물이 튀어나와 사람을 도륙하는 흔해빠진 고어 크리처물과는 다릅니다. '보기왕' 이라는 크리처의 정체와 그것이 나타난 이유를 설득력있게 포장하고 있다는 차이점 덕분입니다.

'보기왕'이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그러합니다. 일찍이 일본에 진출했던 유럽인들에게서 비롯된 명칭이라고 설명하고 있거든요. "부기맨"이 변형된 말이라는데 그럴듯하죠? 또 노자키가 "기이잡설" 등의 이런저런 자료와 고문헌을 뒤지다가 밝혀낸 정체도 꽤 괜찮습니다. 오래전, 먹고 살기 위해서 K시에서는 산에 사는 요괴에게 노인과 아이를 일부러 바쳤다는게 그 유래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요괴가 있건 없건 간에 사람을 납치하는 요괴와 입을 줄이기 위한 마을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이야기로 굉장히 설득력이 높아요. '고려장' 이야기와 별 다를 것도 없으니까요. 이렇게 크리쳐물인데도 일본 역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요괴헌터"가 떠오릅니다. 대단한 이론적 배경이 있는건 아니지만 몇몇 디테일 들이 괜찮다는 점도 비슷하네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저주하여 마도부를 통해 불러내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섬찟합니다. 할아버지 긴지의 가혹함과 외삼촌의 죽음 등 앞부분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복선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전개도 일품이고요. 데뷰작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솜씨입니다.
이러한 전개는 1, 2, 3부로 나뉜 구성에서도 돋보입니다. 1부는 다하라, 2부는 가나, 3부는 노자키가 주인공인데 각각의 이야기의 구멍을 메워나가며 새 주인공의 시각에서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에 독자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1부에서 다하라가 굉장히 가족에게 지극 정성을 다하는 아빠로 '괴물, 혼령은 대부분 빈틈으로 들어온다. 이는 가족 간에 생기는 마음의 빈틈인 '골'을 의미한다.'는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2부의 가나 시점 묘사를 통해 다하라가 사실은 나쁜 아빠였다는게 밝혀지는 과정이 좋은 예입니다.
'알고보니 나쁜 놈' 인 다하라와 소극적으로 상황에 끌려만 다니는 가나가 아닌 진 주인공 노자키와 마코토, 고토코가 전면으로 부상하여 힘을 합쳐 괴물을 퇴치하는 왕도적인 결말도 나쁘지 않아요. 정의롭고 착한 주인공이 악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는 너무 전형적일 수 있지만 이 작품에는 정말 딱 어울립니다. J호러 특유의 찝찝한 결말이었다면 더 마음에 들지 않았을거에요.

크리처물 다운 섬찟한 묘사도 볼거입니다. 일종의 영적 덩어리로 입과 이빨만 강조되는 보기왕에 대한 묘사는 별 거 없지만 '그것'이 고토코를 가장하여 다하라를 농락하는 장면이라던가 '그것'은 뒷문으로부터 들어오는게 진짜 공포라는 앞 부분의 복선이 이어져서, 가나가 화장실 입구에 결계를 치지만 뒷문이 있다며 변기로부터 '그것'이 기어나오는 장면이 특히 압권입니다. 얼마전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개봉되기도 했는데 예고편을 보니 화장실 장면은 제대로 등장하는 듯 해서 기대가 됩니다. 소설에서도 아주아주 무서웠으니 영화로 보면 효과는 그 이상일거라 확신이 드네요.

이렇게 대상을 받을만한 좋은 점도 많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앞서 칭찬한 전개에서 딱 한 가지, 가라쿠사가 다하라를 저주했고, 다하라의 남은 가족까지 저주했다는 설정은 과합니다. 술 자리에서 쓸데없는 이야기 좀 들었다고 돈과 노력을 더해 '마도부' 까지 선물한다? 그것도 정작 원망의 대상은 죽은 다음인데? 이래서야 설득력이 너무 떨어져서 등장하지 않는 것만 못해요. 또 마코토는 그럭저럭이지만 그녀의 언니 고토코 캐릭터는 지나치게 만화적입니다. 뛰어난 능력으로 괴물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높고, 경찰 최고위층도 움직일 수 있는 어둠의 실력자라는 설정인데, 식신만 나오지 않을 뿐 "마법사의 딸" 에 나오는 일본 최고의 음양사 스노즈키 무잔과 판박이니까요. 만화였다면 모를까 소설에 등장하기에는 비현실적입니다. '보기왕' 처럼 설득력있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라면 조금 나았겠지만 그런 설명도 전무하고요. 이런 점에서 보면 "요괴 헌터"의 한 에피소드로 그려지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소설 보다는 영화나 만화 쪽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아서 조금 감점합니다만, 재미도 있고 흡입력도 괜찮아서 킬링 타임용으로는 적당한 작품입니다. 호러물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7/07/08

좀비 - 조이스 캐롤 오츠 / 공경희 : 별점 2.5점

좀비 - 6점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포레

Q_는 얼마전 저지른 흑인 소년 성추행 건으로 정기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유명 교수의 아들로, 변태적인 싸이코로 진화한 뒤 '전두엽 절제 수술'로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일종의 성노예 좀비를 만들 꿈을 꾸는데...

명성이 자자했던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입니다. 스티븐 킹이었나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현대를 대표하는 공포, 호러 소설 중 한편으로 극찬했었기에 평소 관심을 두던 차에,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읽어본 결과는 제 생각과는 굉장히 달라서 의외네요. 실제로 좀비가 등장하는 크리처 호러를 생각했는데 작품은 짐 톰슨의 "내 안의 살인마"같은, 변태 싸이코 살인마범죄극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재미가 없던건 아닙니다. 이런 류의 작품들에서 봄직한, 무의미한 범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차이점도 있고요. 예를 들어, "내 안의 살인마"의 주인공 루 포드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즉 그냥 '죽이고 싶으면' 죽입니다. 즉, 무계획적이고 돌직구같은 범행이지요. 그러나 Q_의 범죄는 명확한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수행한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들은 바 대로 묘사력도 대단합니다. 특히 범죄 행위에 대한 묘사들은 그야말로 발군입니다. 가장 상세하게 묘사되는, '다람쥐'를 잡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디테일이 지나쳐서 쉽게 모방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세세한 디테일 - Q_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먹는 음식이나 입고 있는 옷, 기타 여러가지 설정들 - 을 적재적소에 그려내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드러나고 부각되게 만드는 솜씨도 훌륭해요. 

아울러 전두엽 절제 수술로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좀비'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쉽사리 사람을 사귀지 못하고, 본인에게 별다른 매력도 없는 싸이코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설득력이 높습니다. 물론 대학을 수차례 다닐 정도로 기본적인 지성은 갖춘(것으로 보이는) Q_가 전두엽 절제 수술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갖는다는건 다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만, 미친 놈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가야겠지요. 최소한 '최면술' 따위나 실제 좀비 전설의 원전인 '부두교 주술'보다는 과학적이긴 하고요.
260여 페이지에 여백도 많아서 읽기 쉬웠다는 것 역시 장점입니다. 별다를 것이 없는 범죄극에 딱 맞는 적절한 분량이었어요.

그러나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내 안의 살인마"도 별로 제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에요. 주인공 Q_ (쿠엔틴인데 1인칭 시점에서는 항상 Q_로 묘사됩니다)가 상상 이상의 변태이며, 범죄도 혐오스럽기 그지 없는 탓입니다. 하드고어적인 내용만 보면 "살육에 이르는 병"과 별로 다를게 없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요. Q_의 동성애 취향, 그리고 기껏 전두엽 절제술로 만든 좀비를 만들어 성노예로 부릴 것이라는 목표도 너무 싸구려 성인물같아서 역겨웠고요. 

엽기적인 변태 싸이코가 등장하더라도 "내 눈에 비친 악마"에서처럼 별다르게 범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파멸하는 전개라면 모를까, 이렇게 살아있을 가치가 전무한 주인공이 벌이는 엽기 행각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고, 또 앞으로도 성공할 것 같다는 마무리는 정말 별로였습니다. Q_가 자신이 관리하는 하숙집 외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다면 충분히 오랫동안 들통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끼치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사람들이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거장의 매력은 충분히 살아있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또 읽어 볼 일은 없겠습니다.

2011/11/08

더 크레이터 2 / 3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1점 / 1.5점

The Crater 더 크레이터 2 - 2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The Crater 더 크레이터 3 - 4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권을 읽고 실망한 나머지 더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관성으로 결국 읽게 된 2, 3권입니다.

그런데 1권과 동일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더군요.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이야기의 장르적 속성이나 전개 방식에도 많은 의문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었어요.

각 권마다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2권은 쌈장 고딩 오쿠친을 주인공으로 한 3편의 이야기 "오쿠친의 기괴한 체험", "운이 좋은 계절", "오쿠친과 위대한 괴도"로 시작하는데 도라에몽의 청소년판 같은 느낌입니다. 유령과의 이상한 거래나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미래에서 온 또 다른 나라는 설정과 과학적인 근거나 배경 설명 없이 밑도 끝도 없는 대소동이 일어난다는 전개가 유사하거든요. 그러나 도라에몽처럼 작정하고 아동 - 개그물로 나간 것도 아니고, 나름 진지한 복선을 깔고 있으면서 결말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이도저도 아닌 듯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작정하고 즐겁게 달려주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토모에의 가면"은 초·중반은 진지한 괴담류의 호러물인데 마지막 결말은 개그에 불과한 당황스러운 작품으로 디씨에서 봄직한 썰렁 호러 개그 수준의 졸작입니다. 좋은 점을 찾는다는 게 힘들 정도였습니다.

"3명의 침략자"는 데즈카 오사무가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하여 스스로의 희생으로 분위기를 호러스럽게 만들기는 하나, 이후의 결말이 개그스러울 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의 범주 안에 머무르기에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나름의 반전이 있다는 점 하나는 괜찮았기에 "토모에의 가면"보다 살짝 좋은 정도랄까요? 별 차이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긴 합니다.

3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팔각형의 저택"은 두 명의 내가 있다는 전형적인 패러렐 월드물인데 설득력 없는 전개에 더하여 급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대충 마무리한 느낌마저 들어요.

"브룬넨의 수수께끼"는 지금 읽기에는 낡아 빠진, 뻔하디 뻔한 판타지 멜로 + 크리처물입니다. 미지의 미녀와 그녀의 애인, 우연히 사건에 휩쓸린 주인공과 그들을 위협하는 미녀와 관계 있는 크리처라는 설정과 이야기 모두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추락기"는 독특한 반전 블랙코미디 장르물이기는 하나 역시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소재와 설정, 전개였습니다. 더 웃겨줬더라면 점수를 줄 만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상당히 묵직한 정통 SF "크레이터의 남자"도 발상과 전개,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지금 읽기에는 핵전쟁의 공포가 만연했던 냉전 시대의 흔해빠진 SF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아예 볼 만한 작품이 없는건 아닙니다. 2권에서의 "두 개의 드라마"는 어이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반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게 나름 명쾌한 맛이 좋았습니다. 3권의 "풍혈(風穴)"은 설정이 황당하고 전개도 설득력이 없기는 하나 결말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던 심리 호러물이었고요. 복잡한 인간 군상이 폐쇄된 비행기 안에서 대형 독거미로 갈등을 일으킨다는 "졈보"도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확실한 편이라 읽을 만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량에 비해 좋은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은 많이 빈약한 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히 그린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느낌이에요.

별점은 2권은 1점이고 그나마 읽을 만한 작품이 더 많은 3권은 1.5점입니다. 역사적이고 자료적인 가치 이외의 다른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고 가격도 많이 비싼 편이니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6/10/31

장난감 수리공 - 고바야시 야스미 / 김은모 : 별점 2점

장난감 수리공 - 4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호러, 장르문학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데뷰작인 표제작과 중편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가 수록된 중단편집입니다. 호러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조금 기묘한 장르 소설이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딱히 새롭지도 않고, 약간의 반전 역시 별로입니다. 가볍게 읽기에는 좋지만 추천드리기는 어렵네요.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하니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장난감 수리공"

소녀는 무엇이든 고칠 수 있다는 장난감 수리공 '요그소토호스후'를 찾아갔다. 함께 육교를 건너다 사고로 굴러 떨어진 뒤 죽은 미치오를 고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가 동생의 시체를 낱낱이 분해하는 것을 지켜보는데..

작가의 데뷰작입니다. 죽은 사람도 고치는 기묘한 능력자가 나오는 심리 호러이자 독특한 크리쳐(장난감 수리공을 크리처로 볼 수 있을까요?)입니다. 누나의 눈이 고양이 눈이고, 이 이야기를 듣는 '나'가 두번이나 죽었던 동생 미치오라는게 밝혀지는 결말의 반전은 좀 서늘합니다. 기묘한 맛 장르물을 연상케도 하고요.
누나의 장황한 대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용도 상당한 흡입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리공의 수리법이라던가, 죽은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등 볼거리가 많아서 끝까지 단숨에 읽게 됩니다. 분량도 적절하고요.

그러나 문제는 전혀 무섭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난감 수리공의 정체 등 대충 넘어간 부분이야 단편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전체적으로 너무 담백했던 탓입니다. 반전도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고요. 시각적인 상상력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데 소설보다는 영상, 그림으로 보는게 훨씬 나았을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

대학 시절 연인 데고나를 되살리기 위해 두 남자가 의기투합하여 금단의 뇌 시술을 서로에게 시행한 후, 시간을 떠돌아다니는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내용의 중편 SF입니다.

장점이라면 갖가지 물리이론을 들먹이며 펼쳐지는 장황한 설명이 제법 그럴싸하다는 점입니다. 작가가 물리학도라는 것이 잘 드러나지요.

그러나 이 장황한 설명 외에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건 문제입니다. 뇌의 특정 부분을 파괴하여 시간을 인식하는 능력, 시간을 제어하는 능력, 파동 함수를 재 발산하지 않는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잃는다는게 전부거든요. 이를 앞서 말씀드린 장황한 설명으로 때울 뿐입니다. 이렇게 길어질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이고, 그만큼 지루합니다.

아울러 시공을 초월한게 아니라 시간의 덫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종의 저주라는 결말은 씁쓸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기지만, 지금 읽기에는 좀 뻔했습니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이 정신병자의 거대한 헛소리고 주인공은 그에 속아넘어간 것에 불과하다는 결말이 더 나았을 겁니다. 뭐 어느 쪽이든 지옥이긴 마찬가지겠지만요.

하여튼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와 완성도 모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2016/01/18

엠브리오 기담 - 야마시로 아사코 / 김선영 : 별점 3점

엠브리오 기담 - 6점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엘릭시르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서평이 기억에 남아 주말 동안 읽기 위해 집어든 책으로 에도, 아니 메이지로 보이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환상 문학 단편집입니다. 온천에 대한 여행기를 쓰는 길치 이즈미 로안과 그의 짐꾼이자 동료인 미미히코가 등장하는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대물 설정, 거기에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괴담이라는 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이나 교코쿠 나쓰히코의 작품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 작품들보다는 환상 문학에 훨씬 가깝고, 교코쿠 나쓰히코의 작품들보다는 읽기 쉽고 명확한 내용이라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수록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나 리처드 매드슨 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구태여 구분하자면 "엠브리오 기담"은 일상계 크리처물, "라피스 라줄리 환상"은 윤회 판타지, "수증기 사변"과 "끝맺음"은 일상계 괴담, "얼굴 없는 산마루"는 일상계 드라마, "있을 수 없는 다리"는 전형적 괴담, "지옥"은 끔찍한 고어 호러, "빗을 주워서는 아니 된다"는 괴담 분위기의 자살극으로 넓은 장르를 포용하기 때문입니다("자. 가요." 소년이 말했다는 그냥 사족입니다)

이렇게 많은 장르물을 포괄하면서도 대체로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인다는 점도 대단합니다. 코미디에서 호러까지 오가는 선배 작가들만큼의 넓은 변화 폭은 아니긴 하지만요. 이 정도면 이름 모를 작가 치고는 제법이라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니 야마시로 아사코는 오츠 이치의 또 다른 필명이더군요. 솔직히 취향이 아니라 많은 작품을 찾아 읽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팔색조 매력은 여전한 듯 하여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초 서평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도 오츠 이치의 이색작이라는 소개 때문이었던 듯 싶습니다. 이놈의 기억력...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제법 있는 등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이 정도면 null괴담물로 기본은 해 주었으며, 오츠 이치의 단점이라 여겼던 만화적인 상상력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좋은 작품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사족인 마지막 이야기를 제외한 별점은 3점입니다.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덧 1 :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수록 작품들의 장르가 천차만별이지만 절반 이상이 '괴담'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추리 / 호러' 장르로 분류합니다.

덧 2 : 저도 온천을 좋아하는데 딸아이가 좀 더 크면 온천이나 다녀봐야겠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끔찍한 경험은 사절입니다만 끔찍한 경험을 한 이즈미 로안과 미미히코가 그래도 온천을 다니는 것을 봐서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게 분명하겠죠.

단편별 상세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엠브리오 기담"

미미히코는 갓난아기 전 인간의 모습인 '엠브리오'를 우연히 구했다. 금세 죽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엠브리오는 살아남았고, 도박빚에 시달리던 미미히코는 엠브리오를 이용하여 돈 벌 계획을 세우는데...

인간의 태아(이전 단계)인 '엠브리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엠브리오에 대한 설정 - 하얀 애벌레 같아 허여멀건 몸뚱이에 볼록 튀어나온 배, 발달이 덜 되어 단순한 돌기에 지나지 않는 손발, 몸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머리에 점을 콕 찍은 듯한 눈, 도마뱀처럼 꼬리 같은 것까지 있고 갓난아기 피부와 내장 표면의 딱 중간 정도 피부로 쌀뜨물을 먹고 미지근한 물을 좋아한다 등등 - 이 실제 존재하는 생물처럼 상세하다는 것이 재미 요소입니다. 이 작품집 전체를 관통하는 '기묘한 상상력'이 크리처에 발휘된 환상 문학이지요.

다만 결말은 아쉽습니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에게 엠브리오를 넘겨 무사히 출산하게 하고, 수년이 지나 미미히코와 그 아이가 재회한다는건데, 공식대로라서 식상했던 탓입니다. 그래도 더 이상의 좋은 결말을 찾기는 어려웠으리라 짐작되며,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수준이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라피스 라줄리 환상"

도매 서점에서 일하는 린은 행수 어르신의 지시로 이즈미 로안과 미미히코의 여행에 동행했다. 언제나처럼 길을 잃은 일행은 마침 발견한 마을에서 잠깐 머무는데, 다음날 촌장의 증손자가 고열로 쓰러졌다. 마침 린이 가지고 있던 약으로 아이는 생명을 구했고, 답례로 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라피스 라줄리(유리)'를 선물하는데...

린이 '라피스 라줄리'를 받은 이후, 인생을 되풀이한다는 윤회 판타지입니다. 윤회를 하면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내용도 잔잔하니 읽을 만한데, 작품의 핵심은 반전입니다.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촌장 노파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이 태어날 때 죽는 어머니를 위해 뱃속에서 탯줄을 스스로 목에 감는 방법으로 자살을 한다는 결말이거든요. 행복한 결혼 생활도 해 보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공부도 해 보았지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것인데 참 절절했습니다.
다른 수록 작품과는 다르게 미미히코 시점이 아니라 린 시점 묘사라는 점도 특이했고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라피스 라줄리의 힘이 어디서 온 것인지 등 세세한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린은 이전 기억을 계속 쌓아나가기 때문에 환생할 때마다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건 설득력이 약해 보였거든요. 미래도 읽을 수 있고, 그에 어울리는 공부도 한다면 세계를 바꿀 만한 재산이나 세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평균 이상은 되는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수증기 사변"

로안과 미미히코는 언제나처럼 길을 잃은 뒤 산기슭 온천 마을을 찾아냈다. 둘은 마을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여관에 묵으며, 마을 온천을 밤에 찾아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밤에 온천에 몸을 담근 미미히코는 어린 시절 소꿉친구로 죽어버린 유노카를 온천에서 만는데...

저승과 연결되어 있는 온천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령이 등장하는 괴담으로 죽은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 어린 시절의 추억과 유노카의 죽음에 대한 진상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기본적으로는 잔잔한 일상계입니다. 마지막에 미미히코가 유노카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문제는 너무 잔잔해서 극적인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유노카의 죽음이 단순 사고보다는 드라마틱했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사실은 미미히코의 잘못으로 죽었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끝맺음"

언제나처럼 길을 잃은 로안과 미미히코가 묵어 가게 된 바닷가 마을. 그곳은 모든 사물이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기묘한 곳으로 식재료마저 그랬던 탓에 미미히코는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해 아사 직전에 놓이는데...

모든 사물이 사람의 얼굴로 보인다는 이토 준지스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기묘한 작품입니다. 만화나 영화 같은 시각 매체로 발표되었더라면 굉장히 그로테스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상상의 여지가 더욱 많은 소설이 섬찟함을 느끼게 하는 데 더 좋긴 하겠지만요.

게다가 굶어 죽기 직전의 미미히코가 자신을 끔찍하게 따르던 닭 아즈키를 잡아먹고 살아난다는 결말도 마음에 듭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팔아넘기고 살아남는 왕따물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마을의 정체가 무엇인지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조금 감점합니다만,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있을 수 없는 다리"

언제나처럼 길을 잃은 로안과 미미히코는 근사한 구름다리를 발견했다. 허나 마을에서는 구름다리는 이미 사십 년 전에 무너졌다고 했다. 둘의 말을 들은 숙소의 노파는 밤중에 넌지시 구름다리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는 구름다리가 무너졌을 때 아들을 잃었는데, 지나는 여행객들로부터 다리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미히코는 다리에서 노파의 아들을 발견하고 둘의 상봉을 주선하는데...

감동적인 상봉을 기대했지만 실상 소년은 그야말로 '귀신'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는 존재였다는 반전이 돋보입니다. 이전 수록작인 "수증기 사변"과 비슷한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다가 깜짝 놀랐네요. 하긴 이게 귀신의 본모습이겠죠.

반전에 더해 묘사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소설보다는 영상화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귀신이 본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의 묘사도 좋지만, 특히 귀신이 노파를 데려가려고 하자 그녀가 미미히코를 붙잡고, 미미히코는 욕설을 하면서 노파를 어떻게든 떼어 내려 하는 처절한 묘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재미도 있고 반전도 있는, 괴담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얼굴 없는 산마루"

언제나처럼 길을 잃은 로안과 미미히코가 우연히 방문한 마을 사람들은 미미히코를 보고 놀랐다. 이유는 그가 사고로 죽은 마을 사람 모키치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미미히코가 자신과 똑같이 생기고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 모키치의 가족을 만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는 일상계 소품. 잔잔하고 여운을 주는 내용은 좋았습니다.

허나 모키치의 아내 야에의 말을 듣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뻔한 결말, 그리고 미미히코가 모키치와 모든 면에서 똑같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는건 단점입니다. 그냥 닮았다고만 해도 충분했을 텐데 흉터까지 같다는 것은 무리수였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조금 쉬어가는 느낌의 작품입니다.

"지옥"

이즈미 로안과 미미히코는 여행 중 강도를 만났다. 사로잡힌 미미히코는 신혼부부 후지와 요이치와 함께 축축한 구덩이 속에 갇혔다. 셋은 강도 가족이 던져주는 육포 조각을 먹으며 삶을 이어갔는데, 강도들이 한 명을 꺼내 준다고 제안해서 여성 후지를 올려 보냈다...

구더기 그득한 축축한 구덩이 감옥 묘사도 사람 잡는데, '후지가 빠져나간 뒤 육포가 아니라 신선한 고기가 던져진다'에서 시작되는 공포스러운 묘사가 압권인 작품입니다.

핵심은 강도 가족이 사람을 죽여 먹고, 가죽으로 생활용품 등을 만든다는 설정으로 스코틀랜드의 소니 빈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게 분명해 보입니다. 허나 단순히 영감을 얻은 수준은 아닙니다. 아이가 사람 얼굴 가죽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노는 등의 디테일이 잘 살아 있거든요.

이러한 묘사에 더해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미미히코가 머리카락을 엮은 줄을 이용하여 요이치를 끌어 올렸던 밧줄을 회수하고, 구덩이에서 탈출하여 역으로 강도 가족을 구덩이에 쳐 넣는 데 성공했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찾아가 보니 강도 가족이 구덩이 속에서 서로를 잡아먹고 있었기에 뚜껑만 덮고 도망쳐 온다는 결말까지 정말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이런 류의 돌직구 고어 호러는 오츠 이치의 특기이기도 하죠. "ZOO - seven rooms"처럼요.

물론 해당 단편과 단점은 동일합니다. 왜 강도 가족이 포로를 잡자마자 죽이지 않고 귀한 육포를 먹여 가며 살려두는지가 설명되지 않는 점 등 세부 설정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제법 있는 탓입니다.

그래도 섬찟함과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은 수록작 중 최고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이전 작품이 쉬어가는 느낌이라 공포심이 더욱 배가된 듯한데, 목차도 작가의 의도인지 살짝 궁금해지는군요.

"빗을 주워서는 아니 된다"

전편의 경험으로 미미히코가 여행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즈미 로안은 다른 고용인과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로안은 미미히코에게 동행인이 죽었다며, 그의 죽음에 대해 알려주는데...

떨어진 빗을 줍는 것은 고통과 죽음을 줍는 것이기에 꼭 빗을 주워야 할 때는 발로 한 번 밟은 뒤 주워야 한다는 설정이 바탕입니다. 빗을 그냥 주웠다는 고용인이 머리카락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입에 들어 있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니 엄청난 양이 나왔다는 부분까지는 평범한 괴담입니다.

그러나 노파가 빗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거짓말로 그가 지어낸 이야기이며, 머리카락은 죽은 어머니의 것이라고 밝혀지는 결말이 아주 독특했습니다. 괴담을 너무 좋아한 청년이 자작극을 벌이면서까지 괴담이 되려 했다는 내용이니까요. 누군가의 이야기가 괴담이 된다는 점에서 "백귀야행"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단순 괴담이 아니라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자. 가요." 소년이 말했다

결혼한 뒤 온갖 괴롭힘을 당하던 여자가 우연히 한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데...

이즈미 로안이 길치가 아니라 사실은 차원을 이동하는 능력을 가진 텐구의 자식이라는 설정을 알려주기 위한 이야기.

단순한 설정 보강용이라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자를 괴롭히던 시댁에 뭔가 천벌이 내렸다는 이야기라도 있었더라면 완결성이 있었을 텐데요. 별점은 빵점입니다.

2020/07/25

흉가 - 미쓰다 신조 / 현정수 : 별점 4점

흉가 - 8점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 윗집에 살면 안 돼! 지금 당장 도망쳐! (토코의 일기)

초등학교 4학년 쇼타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교토 근처 안라 시의 시골 신흥 주택으로 이사왔다. 그러나 쇼타는 어린 시절부터 흉조가 있을 때 마다 느꼈던 불길함을 새 집에서 느꼈고, 집 안에서 유령과 같은 형체들과 조우했다. 다음날 어린 여동생 모모미마저 한 밤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히히코'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하자, 쇼타는 혼자서 집에 관련된 조사를 나섰다. 그러다가 마을 소년인 코헤이와 친구가 되는데...

납량특집용으로 읽게 된 미쓰다 신조공포, 호러 소설입니다. 이른바 '집 시리즈' 중 한 권이지요.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불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집과 관련된 여러가지 묘사에서 시작해서, 이런저런 수수께끼들이 하나씩 던져지기 때문입니다. 대충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 쇼타가 집에서 본 기묘한 형체는 무엇인지?
  • 왜 마을의 대지주였던 타츠미가가 붕괴하고, 일족이 몰살당해 당주인 센 할머니만 정신 이상이 된 채 폐가인 집에 남아 있는지?
  • 산에서 내려온다는 뭔가 안 좋은 것은 무엇인지?
  • 마을 사람들은 왜 산 윗집, 아래 맨션 사람들을 배척하는지?
  • 모모미에게 찾아온 '히히노'와 '히미코'는 무엇이고, 그들은 왜 모두 여섯명인지? 이들은 토코의 일기 속 '도도츠키' 등과 어떻게 다른지?
등입니다.

이에 대한 답도 산에 사는 '뱀신'을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쇼타가 집에서 본 기묘한 형체, 특정 장소를 내려다 보는 모습이라던가 매달린 끈은 가족들이 모두 목 매달아 자살하는 미래의 모습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집니다. 타츠미가가 뱀신이 살고 있는 신성한 산을 난개발하려다 뱀신의 저주로 죽었는데, 그 와중에 유일하게 개발된 쇼타네 집이 뱀신을 불러들이는 형태가 되어 뱀신이 씌워진 탓이지요.
산에서 내려온다는 안 좋은 것은 당연히 뱀신이며, 마을 사람들은 산 윗집과 아래 맨션 사람들 모두 뱀신의 저주를 받는다는걸 알고 있어서 멀리 했습니다. 누군가 윗 집에 살고 있는 동안은 괜찮다는 묘사 (센 할머니의 말)가 살짝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산제물'로 여겼을 여지도 충분하고요.

이를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섬찟함, 오싹함을 불러 일으키는 묘사는 명불허전입니다. 특히 가장 섬찟했던 건 '히히노' 등의 정체입니다. 뱀신에게 씌워진 아버지, 어머니, 누나 등 쇼타의 가족이거든요. 밤 중에 모모미에 의해 눈을 뜬 쇼타 앞에 아버지가 나타나 "처음 뵙겠습니다. 히히노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어요.
기묘한 이름은 원래 아버지, 어머니 등의 이름 한자를 분해하여 읽은 것이라는 일종의 암호 트릭도 아주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쇼타에게도 '뱀신'이 발현된다는 마지막 말에서 효과적으로 한 번 더 사용됩니다. 쇼타와 여동생 모모미만 남긴채 일가족이 죽어버려 둘은 후쿠오카의 외할머니 댁에서 살게 되는데, 모모미가 쇼타에게 쇼타의 이름을 분해한 누군가가 나타났다고 하거든요. 뱀신의 저주는 산 윗집에서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번 저주의 집, 흉가에 머물렀던 가족은 어디에 가서도 그 주박을 벗어버릴 수 없다, 즉 쇼타와 모모미도 곧 자살해버릴거라는 내용인 셈이지요. 놀러온다는 코헤이까지 같이요. 씁쓸하면서도 뱀신의 집요함이 무섭습니다.

핵심 열쇠 중 하나로 등장하는 토코의 일기도 현재의 쇼타 상황과 맞물려 섬찟함을 배가시킵니다. 여러가지 말을 할 줄 알았던 앵무새 구리코가 이사를 마친 뒤, "온다"라는 말만 반복하다가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특히나 소름돋았습니다.

"화가"에서 처럼 초등학생이 주인공인이라 일종의 모험물 속성도 있어서 관련 묘사도 많은데, 중반에 쇼타가 미친 할머니에게 쫓기는 장면 묘사는 개중 압권입니다. 이전 윗집에 살던 소녀 토코의 일기를 구하러 센 할머니 집에 갔다가 쫓기게 되는데, 박진감이 철철 흘러 넘치는 덕분입니다. 히히노의 정체는 일종의 오컬트, 심령 호러라면 이 쪽은 일종의 크리처물이나 슬래셔 호러물을 방불케합니다. 쇼타와 코헤이가 맨션 이웃집 코즈미 키미로부터 탈출하는 장면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눈에 뜨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 세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던, 쇼타네가 살고 있는 윗 집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예' 기사화가 되지 않은 점입니다. 쇼타의 가족이 동반자살한 사건도 온갖 매체에서 기자들이 달려왔다는 설명이 있을 정도인데, 왜 이전 사건은 기사화가 아예 되지 않았을까요? 토코의 일기는 마지막이 훼손되어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람이 죽은건 분명한데 말이지요. 바로 이사를 가서 괜찮았다 치더라도, 이전의 세 가구 모두 무사했을리가 없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랫 맨션에 사는 코즈미 키미가 이상한 색녀가 되었다는 전개도 이상했습니다. 아랫 맨션까지 뱀신의 영향이 미친다는 묘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그런 것 치고는 묘사는 과했고 설명은 부족했어요.

무엇보다도 코헤이가 나타나자 '히히노' 등이 자살한 이유는 알 수가 없네요. 코헤이가 오면 6명이 되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숫자에 딱히 집착하는 모습은 없었고, 외부에서 온 할머니까지 뱀신에게 씌워진걸 보면 '한가족' 이라는 형태도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고작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이 나타났다고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는건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코헤이가 자주 집을 비우는 등 평범한 소년이 아니라는 암시가 일부 있기는 한데, 다른 시리즈에서도 활약하는지 좀 두고 봐야 될 듯 합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호러, 공포 소설로서의 가치는 높습니다. 충분히 무섭고,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함도 잘 살아있으며 재미도 충분하니까요. 제가 읽었던 미쓰다 신조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 하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더운 여름, 납량 특집용으로 아주 제격인 작품이라 생각되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4/12/29

2024 블로그 리뷰 결산

안녕하세요. 어제의 "사카나와 일본"을 끝으로 올해 블로그 업로드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스물 한 번째 블로그 리뷰 결산을 진행하겠습니다. 2024년 동안 읽은 총 책 권수는 110권입니다. 카테고리별 독서 권수 및 카테고리별 베스트,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괄호는 작년):
  • 추리 / 호러: 76권 (61)
  • 기타: 14권 (15)
  • 역사서: 10권 (7)
  • 기타 장르문학: 5권 (4)
  • Food / 구루메: 5권 (3)

1. 추리 / 호러

베스트: 스파이와 배신자 - 벤 매킨타이어 : 별점 4.0
- 현실이 픽션을 능가한다는 증거.

워스트: 유리병 속 지옥 - 유메노 큐사쿠 : 별점 1.0
- 완독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던 망작.

2. 기타

베스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정재승 : 별점 3.5
- 일상 속 과학을 알게 해주는 즐거운 입문서.

워스트: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별점 1.5
- 비논리적이고 편협한 주장들.

3. 역사서

베스트: 사악한 소년 - 케이트 서머스케일 / 김희주 : 별점 4.0
- 19세기 살인 사건을 치밀하게 재구성한, 흥미진진한 논픽션.

워스트: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 하마모토 다카시 외 / 노경아 : 별점 1.5
- 소재는 흥미롭지만 깊이 없는 서술로 일관.

4. 디자인 / 스터디

베스트: 눈의 황홀 - 마쓰다 유키마사 / 송태욱 : 별점 4.0
- 독특한 시각과 감각이 돋보임.

워스트: 별점 2.5이 최하점이라 특별한 워스트는 없습니다.

5. 기타 장르문학

베스트: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 톰 앵글버거, 폴 델린저 / 김영란 : 별점 3.0
- 유쾌한 스토리와 따뜻한 메시지가 느껴지는 청소년 소설.

워스트: 트레몬의 모험 - 로버트 바 / 남원우 : 별점 1.0
- 빈약한 플롯, 단조로운 전개에 최악의 현지화 각색이 더해진 환장의 콜라보. 

6. Food / 구루메

베스트: 딜리셔스 - 롭 던, 모니카 산체스 / 김수진 : 별점 4.0
- 과학적으로 분석한 음식들의 놀라운 이야기들.

워스트: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 아이스맨 후쿠토메 / 김정원 : 별점 1.5
- 단순한 정보 나열에 불과.

2026/05/31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Season 2 : (5) 사람먹는 장르 문학

추리 소설을 비롯한 장르 문학에는 식인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소재 자체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한 번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독자에게 충격과 혐오감, 공포감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작품 속 식인은 모두 같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략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사람을 말 그대로 ‘먹이’나 ‘식량’으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사람이 평범한 먹잇감으로 취급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좀비물처럼 사람을 잡아먹는 크리처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하겠지요. 클라이브 바커의 "한밤의 식육 열차", 그러니까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은 조금 다릅니다. 작품 속 빌런인 푸주한 마호가니가 깊은 밤 지하철 승객들을 도살해 인육으로 만드는 이유는 직접 먹기 위해서가 아니거든요. 미지의 절대자에게 대접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먹이’가 아니라 ‘미식’의 영역으로 발전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전에 소개드렸던 스탠리 엘린의 "특별요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계보를 잇는 타쿠미 츠카사의 "금단의 팬더"는 한술 더 떠서, 아예 인육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소재만 놓고 보면 끔찍하지만, 장르 문학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사람을 먹이로 삼는 경우 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육을 먹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다시 재료의 정체를 숨기고 먹느냐, 대놓고 먹느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체를 숨기는 대표작은 고전 SF "소일렌트 그린"입니다. 작품 속 “소일렌트 그린”은 인구 폭발과 환경 오염으로 식량이 사라져가는 미래 세계에 등장한 먹거리입니다. 공식적으로는 플랑크톤으로 만들었다고 소개되지만 그 정체는! 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대사 “Soylent Green is people!”로 밝혀집니다.

반대로 살기 위해 대놓고 사람을 먹는 작품 중에서는 스티븐 킹의 "서바이버 타입"을 끝판왕으로 꼽고 싶습니다. 무인도에 표류한 생존자가 살아남기 위해 자기 자신을 조금씩 먹어버린다는 엽기적인 이야기인데, 스티븐 킹답게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묘하게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두 번째는 범죄 목적으로 식인을 행하는 경우입니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증거 인멸을 위한 식인일 것입니다. 로드 던세이니의 "두 개의 양념병"은 한 남자가 거처를 떠나지 않은 채, 함께 살던 동거녀를 감쪽같이 사라지게 만든 사건을 다룹니다. 남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장작 패기라는 적절한 운동, 그리고 입맛을 돋우기 위한 ‘두 개의 양념병’뿐이었다는 내용이지요.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호러 "오메가의 성찬"은 여기서 한 술 더 뜹니다. 아예 전문적으로 시체를 ‘먹어서’ 폐기하는 괴인이 등장하니까요. 증거 인멸이라는 범죄 목적과 식인이라는 혐오 소재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기괴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또 다른 범죄 목적은 복수입니다. “원수의 간을 씹어 먹는다”는 옛말처럼, 식인은 복수심의 극단적인 표현으로도 사용됩니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카니발리즘 소론"에 등장하는 식인이 바로 이런 목적에 가깝습니다. 다만 시각은 조금 독특합니다. 범인이 동거녀를 죽이고 먹은 이유가, 그녀를 ‘변’으로 내보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라니까요. 혐오스럽지만, 그래서 더 잊히지 않는 발상입니다.

세 번째는 의학적 목적의 식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관련된 속설이 구전되어 왔고, 실제 사건도 존재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발생한 ‘경성 죽첨정 단두여아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간질병의 특효약이 아이의 뇌수라는 속설을 믿은 범인이,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어린아이의 사체에서 뇌수를 긁어낸 사건이었지요.

비슷한 맥락에서 이우혁의 단편 "손가락"은 ‘문둥이가 아이의 간을 먹으면 낫는다’는 속설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비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마리 유키코의 "여자친구"도 넓게 보면 이 범주에 넣을 수 있겠습니다. 낙태한 태아의 사체를 섭취함으로써 극한에 이른 스트레스를 달래려는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치료라기보다는 병적인 해소에 가깝지만, 몸과 질병, 치유에 대한 왜곡된 믿음이 식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의학적 목적의 식인과 맞닿아 있습니다.

네 번째는 식인을 특별한 의미 없이, 캐릭터 형성을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식인만큼 ‘광기’를 즉각적으로 드러내기 좋은 소재도 드물기 때문이겠지요. 토머스 해리스가 창조해낸 한니발 렉터 박사가 가장 유명한 예입니다. 사실 한니발의 식인 행위는 이야기의 구조 자체를 크게 바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한니발이 평범한 인간의 윤리와 감각을 초월한 존재라는 사실을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저는 아직도 “내 오랜 친구를 먹으러 가야 하거든”이라는 한니발의 대사만큼 유머러스하면서도 잔혹하게, 동시에 절대자 같은 면모를 드러내는 문장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식인이 캐릭터의 기괴함과 매력을 동시에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장르 문학 속 식인은 여러 목적과 형태로 변주되어 왔습니다. 먹이, 미식, 생존, 증거 인멸, 복수, 의학적 속설, 캐릭터의 광기까지. 충격과 혐오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이만큼 효과적인 소재도 드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만큼 많이 사용되어 이제는 더 새로운 설정이나 이야기가 나오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와카타케 나나미의 "광취"처럼, 제 분류로는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아이디어가 도입된 작품이 발표되는 걸 보면 여전히 놀랍습니다. 저도 언젠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해 보고 싶은 주제이지만, 러시아의 ‘인육을 먹었다는 살인마 부부 사건’ 같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자신이 없어지네요. 과연 실화를 뛰어넘는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 시리즈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