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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요괴 헌터 1 : 지편 - 모로호시 다이지로 / 서현아 : 별점 2.5점

요괴 헌터 1 : 지(地)편 - 6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서현아 옮김/시공사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가 생활 초기인 1974년부터 꾸준히 발표해 온 고고학자 히에다 레이지로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호러 단편 연작입니다. 요새 좀 복잡한 스토리, 설정을 갖춘 고전 만화에 꽂혀서 호시노 유키노부를 비롯한 몇몇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쭉 찾아보고 있는데, 이러한 저만의 유행에 편승하여 이번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명성이야 전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지만 나이가 드니 이런게 취향이 되는게 신기하네요.

읽어보니 과연, 명성이 허언은 아니더군요. 무려 4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독특하다 느껴질 정도거든요. 발표 당시에는 독자들에게 대단한 충격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러브크래프트 느낌의 코즈믹 호러 분위기를 한껏 풍겨주는 묘사들은 왜 이 작가가 우메즈 카즈오와 호러 만화계에서 같은 급으로 인정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며, 이런 저런 설정들의 적절한 이종 교배를 통해 참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대체로 앞서 말씀드린 코즈믹 호러, 크리처를 일본 전통 문화와 교배시키는 식인데 예를 들자면, 코스믹 호러와 크리처 세계관에 일본 고전 설화를 끼얹은 <<검은 탐구자>>, 가쿠레 키리시탄 설정을 이용하여 역시나 코즈믹 호러 느낌의 새로운 성경, 기적을 그려낸 <<생명의 나무>>, 코즈믹 호러 크리처와 일본 고사기에 기반한 역사를 섞어 '해룡을 맞이하는 해룡제' 라는 행사로 그려낸 <<해룡제의 밤>> 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에서도 <<생명의 나무>> 는 이렇게 짧게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 성서에 지극히 일본적인 설정을 잘 짜깁기한 대단한 작품이었거든요. 가쿠레 키리시탄이 성경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자신들만의 성경을 만들어 전승시켰다는 역사 속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아담 외에 쥬스헤루라는 인류의 선조가 있으며, 쥬스헤루는 생명의 나무 열매를 먹어 낙원에서 추방당했다는 작품 속 창세기 설정부터 참신합니다. 죽지도 못하고 고통받는 쥬스헤루의 후손들 중에서 그들만의 "예수"가 태어나 모두를 구원한다는 결말도 무척 대담했고요. 이런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는건 정말이지 놀라운 재능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하지만 단점과 한계 역시 명확합니다. 우선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설명의 부족은 여전한 편입니다. 설정은 좋지만 펼쳐놓은 설정을 수습하는데 급급한 이야기들이 제법 되거든요. 
게다가 괜찮은 설정을 갖춘 작품들도 전체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붉은 입술>은 단순한 크리처 호러물에 불과하고, 지극히 평범한 좀비물 클리셰 투성이인 <<죽은 자가 돌아왔다>> 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요. 그나마 특이한 점이라면 남편을 아이보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점인데, 오히려 이 설정을 강조하는게 더 독특하고 공포심을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사인초>> 는 아내를 살해하고 묻은 자리에서 아내와 똑같은 풀이 돋아났다는 이야기로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내용이었고요. <<우주해적 코브라>> 에서 다이아몬드 이빨을 가진 인면초가 시체에서 피어난다는 <<만드라고라>> 에피소드가 떠오르더군요.
<<개미지옥>>은 여러개의 구멍이 있는 공간이 있고, 특정 구멍은 죽음과 영원한 고통을, 특정 구멍은 바라는 걸 이루어 준다는 설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원숭이 손>> 이라는 유명 단편과 흡사한 결말이 뻔해서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한건 주인공 히에다 레이지로의 무존재감입니다. 이 작자는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에 휩쓸려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만 볼 뿐입니다. 그리고 복잡한 설정을 독자에게 설명, 전달해 주는게 전부에요. 한마디로 나레이터에 불과합니다. <<죠죠>> 시리즈의 스피드 웨곤보다도 활약이 못하니 당쵀 존재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스트레이트 롱 헤어에 어딜가나 정장을 갖춰입는 독특한 비쥬얼만 기억에 남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앞으로 계속 구입해야 할 지는 조금 망설여지는데, 혹 후속권을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계속 읽어봐도 좋을지 고견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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