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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트레몬의 모험 - 로버트 바 / 남원우 : 별점 1점

트레몬의 모험 - 2점
로버트 바 지음, 남원우 옮김/단한권의책

전 재산을 미국인에게 사기당해 잃은 뒤, 나가사키에 머물며 자신을 구해줄 인연을 기다리고 있던 트레몬 눈 앞에 미국의 대부호 헴스터 씨의 요트가 나타났다. 트레몬은 헴스터 씨와의 면회로 그의 비서로 고용되었다. 트레몬이 외교 쪽 연줄이 있고, 여러 외국어에 능통했던 덕분이었다. 햄스터 씨의 딸 거트루드의 허영심 충족을 위한, 각 나라의 왕들을 만나려는 여행 목적을 이루기 위해 트레몬은 연줄이 있던 코레아의 황제를 만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항해 도중, 그리고 황제 알현 중에 거트루드의 오만방자함과 철없음으로 분란이 일어났지만, 트레몬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헤쳐나가며 헴스터 씨가 보호해 왔던 헴스터 씨 친구의 딸 힐다 스트레톤과 연인이 되었다.

외젠 발몽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바의 역사 모험 연애 소설. 
여자 마음을 가지고 놀 줄 알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영국식 화법의 귀재 트레몬의 입담은 볼만했습니다. 말 안 듣는 여자는 때려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신기했고요. 지금 시점에서는 당연히 말도 안되는 발상이지만, 솔직히 작품 속 거트루드 헴스터는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원본에서 각색이 이루어진 듯 한데, '코레아'가 무대라는 점도 독특했어요.

그러나 재미는 입담 뿐입니다. 내용은 유치했고, 정교하지도 못합니다. 기껏 거트루드를 납치한 코레아의 황제가 그녀를 선뜻 순순히 다시 보내준다는 결말이 특히 어처구니 없었어요. 거트루드가 평소의 패악질을 궁 내에서도 부려서 못이겨 쫓아낸다는 설명 정도는 덧붙여줬어야 했습니다. 
 트레몬을 사기쳐 먹었던 미국인 사업기 캐머포드가 거트루드와 결혼하는 결말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연애물에서 가장 중요할 둘 사이의 빌드업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초반에 거트루드에게 마음이 있어 보였던 트레몬의 마음이 힐다에게로 쏠리는, 심지어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청혼부터 하는 급작스러운 전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 헤이스팅스의 뜬금없는 청혼과 굉장히 비슷했는데, 당시 영국 남자들의 사고방식이었나 봅니다. 빌드업 따위는 건너뛰고 돌직구를 한복판에 던지는 상남자들!

더 큰 문제는 코레아와 고종 황제의 등장입니다. 후진적이며 남성 중심의 강압적 문화라는걸 강조하는 요소일 뿐더러, 명성 황후 시해 사건가지 집어넣었는데 이건 정말이지 최악 오브 최악이에요. 황후가 무도한 외국 세력에게 살해당했는데, 황제는 여자에 미친 나머지 납치까지 해서 새로 후궁을 들일 생각만 하는 상황으로 그려지니까요. 이 정도면 각색자가 고종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각색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그냥도 수준 이하인데, 불필요했던 각색으로 읽을 가치가 전무한 쓰레기가 되어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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