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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언어의 역사 - 데이비드 크리스털 / 서순승 : 별점 3점

언어의 역사 - 6점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소소의책

영국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이 쓴 인문학 서적. 언어가 무엇인지, 언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언어가 왜 필요한지, 언어를 어떻게 학습하게 되는지, 언어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왜 세계에 많은 언어가 존재하는지, 언어는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하는지, 표준어와 방언은 무엇인지, 문법은 무엇인지, 언어의 스타일이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 항목별로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한마디로, '언어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인걸 소개해드리자면, 우선은 아이들이 언어를 쉽게 배우는 까닭은 우선 리듬과 억양부터 배우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한 20여년 전 유행했던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 책에서도 무조건 들으면 귀가 뚫린다고 했는데, 같은 이치인것 같아요. 단어의 뜻이나 문법을 모르더라도 그냥 들으면서 그 나라 말의 리듬과 억양부터 깨우치면 된다는 의미일테니까요. 물론 저는 영어의 리듬과 억양을 깨우치지는 못했습니다만....
표준 영어 문법이 생겨난 이유는, 상류층이 하층민이나 평민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개발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운 악센트도 마찬가지고요. 또 악센트나 방언을 진화의 '적자생존'과 연결하는 발상은 신선했습니다. 낯선 악센트는 우리 소속이 아닌 '적'임을 드러내기 때문이라나요. 이를 이튼, 해로 등의 학교에 갓 입학한 지역 악센트 아이가 놀림당하는걸 예로  든 것도 영국 학자답더군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상도에 전학간 전라도 사투리 소년 상황과 비슷하겠지요? 아, 상상만해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마지막 부분의 응용 언어학자 같은 연관 학문에 대한 소개도 좋았습니다. 언어학이 언어를 연구만 하는게 아니라 언어를 어떻게 더 쉽게, 잘 배울 수 있도록 하는지, 언어 학습을 어떻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지 등은 충분히 실용적으로 써 먹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제가 관심있는 범죄 분야에서도 응용 언어학이 한 분야인 '법 언어학' 전문가들이 활약하여 증거인 문서 자료를 누가 말했고 누가 썼는지를 밝혀낸다니, 언어학의 쓰임은 정말 방대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예를 통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글 솜씨도 좋습니다. 문법은 지겹게 외워야 하는게 아니고, 단어들의 의미를 통하게 하는 방법이라며 'BAND'라는 단어의 사용 예를 알려주는 식으로요. 이 중 속어를 설명하면서 런던 이스트엔드의 코크니들 말을 예로 든 부분은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의 "존 크리시를 읽은 소녀"와 내용과 거의 똑같기도 했고요. 이 작품을 예로 들어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그런데 '한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고, 대부분 영어로 된 예제만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영국 학자의 책이니 영어 예제만 포함된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안내할 수 있는 설명이 포함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소의 지루한 부분과, 각 부문별로 지엽적 접근이 이루어지는 구성을 통사적으로 보완하면 좋겠다 싶고요.
그래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좋은 책인건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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