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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Q.E.D. iff 증명종료 26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26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전권에 이어 바로 집어든 전통의 시리즈 신간. "사자에상 시공"으로 영원히 시간이 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나가 대학 진학 이후를 고민하는 묘사가 나오네요. 게다가 가나가 확실히 성장했다는걸 보여주는, 우수한 활약을 펼치는게 아주 이채로왔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Q.E.D라는 작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수학과 추리의 결합은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추리적으로는 아주 부실했던 탓입니다. 
오랜 팬으로 가나의 색다른 모습은 반가왔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다음 권에서는 기존의 매력을 다시 선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세 권 연속으로 기대 이하였으니까요. 야구에서도 세 번 아웃이면 공수가 교대된단 말입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검은 성모상"
마피아 조직원이기도 했던 작가 엔조 콜시니의 정신과 주치의 키케가 죽었다. 베니토 경감은 엔조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고로 위장했다 확신했다. 마침 장학금을 위해 엔조와의 인터뷰가 있던 가나는 사건 조사에 휩쓸리게 되었다...

15년 전 사건에 대한 추리는 깔끔합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보험금을 노리고 강도 총에 맞은 척 연기했는데, 진범이 나중에 살해했던겁니다. 진범은 CCTV 촬영 당시 알리바이가 있던 엔조였고요.
키케를 죽게 만드는 등 엔조를 서서히 궁지로 몰아 폭력의 세계로 끌어들이려했던게 엔조의 아내 마리아였다는 진상도 꽤 놀라왔고요. 

'검은 성모'와 '마리아'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신을 믿는 신자들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 실제 신의 생각은 빠져있다는 것을 통해 "신을 믿으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나?"를 냉정하게 분석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용서받았다는건 신자들의 착각일 뿐이라는건데, 나름 획기적인 발상이라 생각됩니다. 영화 "밀양"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요.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15년 전 범죄의 동영상 속의 이상한 점 - 피해자는 총을 맞을 때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시신은 도난 보험 증서를 쥐고 있었다 - 을 가나가 알아챌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건 이상합니다. 이 사건이 범인이 엔조라고 확신하고 쫓고 있던 베니토 경감은 15년간 대체 뭘 한걸까요?
정신과 의사가 사망한건 너무 간단한 조작에 의한 것으로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사건이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래전 시체를 다시 꺼내어 차 안에 가져다 놓은건 억지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가나가 능력을 발휘하며, 토마의 큰 도움 없이 스스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게 팬으로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몬티 홀 문제"
젊은 패션 CEO 릴리 랑베르는 어린 시절 소꼽친구 소년을 찾아 나섰다. 세 명의 남자가 자신이 그 소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누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릴리의 스토커가 나타나 폭탄 테러를 저질렀고, 점차 릴리의 목숨을 위협하게 되는데....

'몬티 홀 문제'가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학습 만화로도 가치가 높은 Q.E.D답게 '수형도'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본편 사건은 몬티 홀 문제와는 다릅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진짜인데, 그 중 한 명은 가짜라는게 밝혀진 - 경찰이 스토커 사건 조사를 위해 잠입시킨 형사 - 상황은 좀 비슷하지만, 주어진 정보가 랜덤이 아니라 일부러 틀린 답을 선택하게 만드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있지도 않고, '꽝' 시점에서 이런 조작이 일어납니다. 
게다가 어차피 정답도 랜덤이 아닙니다. 답은 정해져 있어요. 애초에 릴리가 추억의 소년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았더라면 문제될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학적 정보와 이야기가 잘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토마도 '다르다'는걸 지적하지요.

사건도 별로입니다.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는 탓입니다. 범인 카프리 형사가 사건을 일으킨 동기부터 설명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릴리가 진짜인 고트를 단박에 알아봤다면 어쩔 셈이었던건지도 모르겠고요. 경호 대상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스토커였다면, 이런 가짜 연극에 어울릴 필요도 없었지요.

이렇게 전개와 사건 측면에서는 점수를 줄 부분은 없는데, 놀랍게도 가나의 우수성이 증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팬이라면 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댓글 2개:

  1. 저는 몬티홀 문제 에피소드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몬티홀 문제는 '랜덤'을 전제로 한다는 이야기엔 무릎을 쳤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 몬티홀 문제를 접했을때 떠오른 생각이 바로 그거였지요. '사회자(=상품을 주는 사람) 입장에선 꽝을 뽑는게 좋을텐데, 꽝일땐 그냥 가만히 있고, 당첨을 골랐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 후 100개의 상자 이야기를 듣고는 '아, 그렇구나.' 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그때 그 생각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사실 공정하게 몬티 홀 문제를 한다고 한다면 사회자도 당첨인지 꽝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1. 무작위로 남은 두 상자 중에 사회자가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서 연다.
    2. 열린 상자에 당첨이 있다면, 도전자가 고른 상자는 어차피 꽝이니까 그대로 끝.
    3. 열린 상자가 꽝이라면, 그때 도전자가 선택을 바꿀 찬스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해야겠지요. 그런데 100개의 상자의 경우, 사회자가 어떤 상자가 당첨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경우이니, 조작도 가능한 상태란 뜻이 되니까 본래 문제의 의도와도 벗어나겠네요.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사건 추리와의 연관성은 적다는게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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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사건의 상황은 몬티홀과는 달라서... 이렇게 써먹기는 아쉬운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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