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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오렌지와 빵칼 - 청예 : 별점 2점

오렌지와 빵칼 - 4점
청예 지음/허블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게 순종하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삶을 따라하며 모든걸 속으로 삭이며 살아가는 유치원 교사 오영아는 심리 상담을 통해 전두엽 기능을 일부 조절하는 시술을 받았다. 그 뒤 영아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고, 억압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모든 금기를 범하며 엄청난 쾌락을 얻는다. 그러나 시술 효과는 4주만 지속될 뿐이었다.

통제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금기를 범하는, 도덕에 반하는 행동(배덕의 맛)은 쾌락을 주지만 이는 마약과 같다는 설정의 일상 심리물. 

뇌를 건드려 사람이 변모한다는 설정의 작품은 많습니다. 전두엽 절제로 멀쩡한 사람을 로봇처럼 만든다던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혹성탈출 1" -, 아니면 바보를 천재로 만드는 - "앨저넌에게 꽃을", "론머맨" - 식으로요. 이 작품처럼 자기 통제를 없애는 설정은 뇌 조작으로 사악한 범죄자를 사회 규범에 충실하게 만드는 "시계 태엽 오렌지"의 반대 버젼이고요. 사회 비판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다들 자기가 옳다고 믿지만, 그걸 타인에게 강요하는건 잘못되었고 이런걸 추종하지말고 자기 자신의 뜻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이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자기 통제, 죄의식을 없애는 설정이라면 SF나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에서 완벽한 군인이나 범죄자, 혹은 킬러를 만들 때 써먹음직 한데, 이를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풀어나간건 분명한 차별화 요소입니다. 사회 비판적 요소도 공정무역, 환경보호와 친환경, 기부 등과 같은 일상과 맞닿아 있는 소소한 것들이라 신선했어요. 이런 작품이 체제와 제도의 비판을 하지 않는건 거의 처음 본 것 같네요.
덕분에 신선한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온갖 통제에 얽매여 살아가는 오영아의 답답한 모습에서,시술 후 통제를 다 부숴버리고 자신을 힘들게 했던 주변인들을 날려버리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묘사는 통쾌했고요.

그러나 통제를 벗어난 상황에서 극도의 쾌락을 느낀다는 핵심 설정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쾌락을 느끼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탓입니다. 자기 통제가 강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인지, 오영아에게만 해당되는 특별한 상황인지도 모르겠고요. 영아의 연인 수원도 피실험자로 영아를 희생양삼아 공짜 시술을 받은 듯 한데, 평상시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영아에 대한 지극정성을 보여준 이유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수원이 은우의 친부였다는 일종의 반전도 그다지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식의 결말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어딘가의 추천에서 접해서 읽어보았는데, 저는 그닥이었습니다. 기대했던 '장르 문학'은 아니었던 탓이 가장 큽니다.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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