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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5점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하빌리스
아래 리뷰에는 진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의사 데지마 하쿠로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었다. 어머니 데이코는 병원 재벌 야가미가 후계자 야스하루와 결혼해서 이복동생 아키토를 낳았다. 이후 하쿠로는 야가미가와 연을 끊고 데지마 성을 쓰게 되었고, 어머니마저 16년 전 고향 집에서 사고로 죽고나서는 가족과 아예 멀어졌다.
그런데 동생 아키토의 아내라는 미녀 가에데가 나타나 아키토가 실종되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쿠로는 가에데를 도와 오랫만에 야가미 가문 사람들과 이모 준코 등 친척들을 만나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에 수수께끼가 얽혀있다는걸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가 2016년에 발표했던 장편. 적당한 분량에 꽤 많은 수수께끼를 담아내고 있는게 특징입니다. 대충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성공한 사업가인 아키토의 실종
  2. 가즈키요의 기묘한 추상화와 야스하루의 연구
  3. 데이코 살해 사건의 진상
  4. 데이코가 물려받았다는 귀한 유산의 정체
여기에 야가미 가문의 유산 상속 문제, 그리고 데이코가 고향집의 존재가 더해져 이야기는 아주 풍성합니다.

핵심 수수께끼 중 하나인 가즈키요의 그림과 야스하루의 연구에는 뇌과학, 그 중에서도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사용되어 재미를 더해줍니다. 과학과 관련된 최신 소재를 작품에 녹여내는데 능숙한 히가시노 게이고답더군요. 뇌를 자극하여 의도적으로 서번트와 같은 천재를 만들어내는게 가능하다는 이론으로 하쿠로의 친부 가즈키요는 뇌종양에 걸린 뒤, 야스하루의 생체 실험에 가까운 치료를 받고나서 '서번트 증후군'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소수의 분포에 법칙성이 있음을 증명'하는 그림 '관서의 망'을 그릴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진상은 세 번째 수수께끼인 데이코 살해 사건의 진상, 그리고 네 번째 수수께끼인 데이코가 받은 유산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수학자였던 데이코의 동서(하쿠로의 이모부) 겐조가 그림을 알아보고 탐냈고, 이를 알아챈 데이코의 입을 막으려 그녀를 살해했던겁니다. 마지막 데이코가 받은 유산은 '관서의 망' 이고요.

또 겐조가 범인으로 드러날 때, 최소한 야스하루의 보고서를 고향집에 가져다 놓을 수 있었던건 겐조밖에 없다는 추리는 아주 괜찮습니다. 유마가 보고서를 발견하기 전, 하쿠로가 왔을 때 보고서는 없었습니다. 보고서를 가져다 놓은 범인은 왜 진작에 가져다 두지 않있을까요? 그 이유는 고향집이 있다는걸 그날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겐조밖에 없습니다. 하쿠로가 방문하여 진작에 어머니로부터 받았다는 거짓말과 함께, 준코 이모에게 어머니의 유품인 앨범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겐조는 16년전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기에 앨범이 고향 집에 있었다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이코가 하쿠로에게 앨범을 줄 수는 없으니, 하쿠로는 고향 집에서 앨범을 가져왔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겐조는 고향집이 그대로 있다는걸 그날 알아챘고, 보고서를 건네주어 하쿠로 일행이 고향집에서 손을 떼게 만든 뒤 '관서의 망'을 독차지할 속셈이었던 겁니다. 꽤 잘 짜여진 추리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수수께끼와 이와 관련된 설정들은 모두 별로입니다. 아키토가 실종된 이유부터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겐조가 아키토를 납치하려 했는데 그걸 사전에 알아챈 경찰이 아키토가 실종된 척 하고 아키토의 아내를 가장한 수사관 가에데를 사건에 투입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공개 수사로 전환해서 주모자를 체포했어야죠. 그랬다면 데이코의 고향집과 '관서의 망'도 불타지 않고 남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수수께끼는 거의 모두 겐조의 자백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추리 소설로는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안드는건 주인공 하쿠로입니다. 첫 눈에 가에데에게 반했다치더라도, 엄연히 동생의 아내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최악이에요. 심지어 동생은 실종 상태인데 말이지요. 야가미 가문의 유마가 가에데에게 추근거리는걸 불쾌해하고 방해하지만, 하쿠로도 그에 뒤지지 않게 추근거리는 상황이라는걸 본인만 모르더라고요. 동물 병원에서 일하는 가게야마와의 관계도 뭔가 싶고요. 한마디로 '발암' 캐릭터였습니다.
가에데도 만만치 않아요. 비현실적이며 애매한 탓입니다. 팜므 파탈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활약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목의 '위험한 비너스'는 가에데를 의미하는 듯 한데, 그 정도 비중과 현실성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하쿠로라면, 그녀의 주장을 절대 믿지 않았을겁니다.
이런 별로인데다가 비현실적인 커플을 주인공으로 삼느니 아키토를 주인공으로 해서, 아키토가 재력과 힘을 손에 넣기 전인 중학생 쯤 시기에 어머니 살해 사건과 아버지 그림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를 그려내는게 더 나았을겁니다. 키도 크고 미남인데다가 천재이니까요. 하쿠로는 조력자가 어울리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기본적인 재미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주인공과 기본 설정이 문제일 뿐이지요. 당연히 영상화되었던데, 기회가 되면 한 번 보고 싶네요. 영상물에 더 어울리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주연이 츠마부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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