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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 이광연 : 별점 2.5점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 6점
이광연 지음/한국문학사

인문학이 문학이나 철학 등 문과 계열 뿐 아니라 수학이나 건축 등 이과 계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걸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청소년용 교양서. 수학이 인간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학문이라는걸 여러가지 알기 쉬운 예제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딸 아이 논술 교재라서 겸사겸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중 수학 공부와 건축의 원리가 같다는 주장은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건물을 설계하는게 책의 목차라는 주장이요. 수학책에서 목차를 보면 앞으로 공부할 내용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조감도를 그릴 수 있고, 목차를 알면 이미 50%를 알고 들어간다는데 수학책에서 목차가 중요하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앞으로 목차를 좀 더 꼼꼼히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또 기둥이 튼튼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데, 수학에서의 기둥은 기하와 대수이며 기하와 대수는 3,000년 전 고대 수학부터 통합되어 있었다는 주장과 매듭이론에 대한 쉬운 설명도 좋았습니다. 이론적으로 완전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딸은 음악에 대한 설명을 좋아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피타고라스가 음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요. 저는 피보나치수는 장음정 6도와 단음정 6도로 귀로 들어도 아름답다는게 기억에 남습니다. 유튜브로 한 번 찾아보니 과연 그러하네요.
또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다양하게 피보나치수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악절을 황금비로 나누는 건데, 이건 과연 무슨 효과가 있었을지 궁금해 집니다.
주식 시장의 엘리엇 파동 원리가 피보나치 수열이고, 블랙 숄즈 방정식은 확률 미적분 이론을 이용해 파생상품 옵션의 가격을 계산한 모델이라는걸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가난한 수학자가 이세계에 환생한 뒤, 그곳의 시장 경제를 가지고 노는 환생물이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용(드래곤)을 파는 시장을 지배해서 수학자가 용왕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영화를 가지고 수학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국열차 등을 예로 드는데, 이 중에서 바이러스 감염률 한계 이론에는 놀랐습니다. 100만 명으로 모수가 늘어나면, 정밀도 99%의 검사라도 무려 9,999 명이 잘못 판단된다는데 여태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에요.
그 외에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직선보다 훨씬 빠르게 특정 물체를 이동시킬 수 있어서 겅사면에는 사이클로이드를 적용한다, 동물들, 독수리나 매도 땅 위에 있는 사냥감을 잡을 때 사이클로이드에 가깝게 목표물을 향해 곡선 비행을 한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전통 건축은 전형적인 황금비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금강비(5:7)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동양인이 키가 작아서 황금비보다 작은 비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자 모양에서 중국에서 결승법 - 끈을 묶어 수를 표시하는 방법 - 을 썼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지만 뒷부분 이야기는 억지가 심해서 아쉬웠습니다. 대표적인건 삼국지 속 계륵이 암호이며, 이건 수학이는 주장입니다. 암호가 수학일 수는 있지만, 계륵은 수학과는 관련이 없는 심리적인 말장난에 가까우니까요. 또 그 뒤에 이어지는 암호에 대한 이야기는 수학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다른 책에서 지겹게 많이 접혔던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망스러웠어요.
김삿갓, 이순신과 조선 수군 이야기도 수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수군에 훈도라는 수군직급이 있고 그들이 각종 계산을 담당했다고 해서 그들이 수학자라는 말도 안되지요. 지금 육군의 관측병들이 모두 수학자인가요? 마방진 이야기도 분량에 비하면 별다른 알맹이는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그림 그리는 얘기도 황금비라든가 외상 예술 같은 건 뻔하고 대단한 수학적인 이론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카르타고를 세웠다는 디도의 문제라던가, 달리의 4차원 그림 같이 그림의 주제가 된 수학 문제를 설명하는게 훨씬 좋았습니다. 이런 쪽으로 방향을 잡있어야 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건질 내용이 없는건 아닙니다. 몇몇 주장은 와 닿기도 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학에 대해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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