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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 마사키 도시카 / 이정민 : 별점 2.5점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 6점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모로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5년 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다이키는 새벽에 경찰을 피해 도주하다가 차에 치어 사망했다. 탈주한 연쇄 살인범 하야시 류이치로 오인되었기 때문인데, 착실한 우등생이었던 다이키가 왜 부모 몰래 새벽에 집을 나갔었는지, 왜 경찰을 피해 도주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이키의 가족이 사건 후 붕괴해버린 15년 뒤, 고미네 아카리가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불륜남 모모이 다쓰히코는 사건 발생 직후 실종되었다. 모모이의 어머니는 며느리 이누코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손자를 유괴하려고 시도했다.
한편 고미네 아카리 살인사건 수사본부에 소속된 신입 형사 가쿠토는 괴짜로 유명한 고참 형사 미쓰야 슈헤이와 한 팀이 되어 사건 수사에 나섰다. 미쓰야 슈헤이는 고미네 사건이 15년 전 다이키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걸 직감했고, 끈질긴 수사를 통해 고미네 사건의 진범이 다이키의 모친 이즈미라는걸 밝혀내어 체포하였다. 이즈미는 이누코를 다이키의 며느리로, 이누코의 아이 린타를 다이키의 환생이라 여겨 다쓰히코에게 원한을 품었다.
그리고 모모이 이누코는 15년 전 다이키와 만남을 가졌고, 어머니의 재혼 상대이자 자신을 겁탈하려 했던 료를 죽여달라고 다이키에게 부탁했었다고 고백했다.

잘 모르는 일본 작가의 작품입니다. "미스터리의 책장"에서 "결말이 충격적인 미스터리 작품"으로 소개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재미는 있더군요. 일단 사건이 흥미로우니까요. "다이키가 왜 도망갔는지?"를 비중있게 드러내지 않다가, 모모이 사건을 통해 이를 서서히 드러내는게 좋았습니다. 다이키가 도망갔던 이유도 그럴싸합니다. 다이키는 그날 료(로 착각한 이누코가 모친의 지인)를 살해하고 사체를 숨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큰 범행을 저질렀으니, 경찰의 검문에 도망갈 수 밖에 없었겠지요. 이는 다이키가 버렸던 아버지 영업용 차량의 복제 열쇠, 2년 뒤 발견된 백골 사체 등으로 약간이나마 단서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한 다이키 가족의 붕괴도 서늘함을 전해줍니다. 여성 작가답게 두 명의 어머니 - 다이키의 모친 이즈미, 다쓰히코의 모친 지에 - 의 심리 묘사가 발군이라 더욱 와 닿았습니다. 아들을 잃고 미쳐가는 과정이 섬뜩할 정도로 상세하게 그려지거든요. 사건을 이용하려 하고,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비난하는 여러 주변 인물들도 잘 묘사되고 있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고미네 아카리 사건 진상은 추리가 개입될 여지가 전무한 탓입니다. 진범인 이즈미가 이누코의 아들 린타를 데리고 사라졌기 때문에 밝혀졌을 뿐이니까요. 경찰 수사만으로는 진범을 이렇게 빨리 찾아내는건 불가능했을겁니다. 이즈미가 린타를 데리고 사라질 이유도 딱히 없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 짓기 위한 목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이키가 이누코를 노리던 료(로 잘못 안 사람)를 살해한건 동기의 설득력이 낮습니다.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모범생이 살인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여서 범행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솔직히 말도 안됩니다. 차라리 이누코와 깊은 사이였기 때문에 복수의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게 나았을겁니다. 물론 그랬다면 이누코가 과거를 그렇게 쉽게 잊어버린채 다쓰히코같은 쓰레기와 결혼해서 맹하고 얼빠진 채로 생활한다는 현재와 잘 이어지지 않았겠지만, 최소한 더 말은 됐겠지요.
이즈미가 다이키의 환생을 믿고, 이누코를 며느리로 여기며 반 쯤은 환상과 착각 속에서 살아가다가 다쓰히코와 불륜녀를 살해했다는 동기도 설득력이 낮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추리할만한 그 어떤 단서도 제공되지 않고요.

불필요한 묘사와 설정도 너무 많습니다. 구사나기의 약혼자이자 결혼 사기범 사토 고타가 다이키가 료로 착각해 살해한 피해자였다는게 대표적입니다. 다이키가 사망 후에도 료가 살아있어서, 료는 이누코의 어머니가 죽였다고 이누코와 독자를 착각하게 만드는 장치에 불과합니다.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아놓으려는 의도만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쓰야 슈헤이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해당했던 과거가 있어서 마음의 병이 생겼다, 순간 기억의 소유자다 등의 설정도 과했습니다. 캐릭터 만들기의 일환인데, 이야기에 잘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묘사에서 화자를 너무 많이 바꾸는 것도 별로였어요. 이야기와 아무 상관없는 다이키의 누나 사라의 심리 묘사처럼 아예 불필요한 내용도 많았고요.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만큼 결말이 충격적이었냐?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긴, 거기 소개된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기는 하네요. 낚인 제가 잘못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점도 많지만 재미는 있었던 만큼, 후속작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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