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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 로버트 바 / 이은선 : 별점 3점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 6점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시공사

프랑스 총경 출신으로 영국에서 탐정으로 일하는 외젠 발몽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집으로 1907년에 발표된 책입니다. 이 시리즈는 예전 하서출판사의 <세계추리명작단편선>을 통해 한번 접해보았었는데 그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국내 출간이 무척 반갑더군요. 책도 기대만큼이나 재미있어서 한번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재미요소는 여러가지이지만 굉장히 유쾌하게 쓰여졌다는 것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마크 트웨인이 쓴 단편 추리소설은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특히나 주인공 자뻑 프랑스인 탐정 외젠 발몽의 활약이 아주 대단합니다. 프랑스인으로서 영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냉소를 통한 시니컬한 유머와 함께 곳곳에 보이는 발몽의 허영심이나 자의식과잉에 따르는 부수적인 묘사가 굉장히 웃기기 때문이죠. 어떻게보면 자신의 국가에 자부심을 가지고 현재 거주하는 국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천재 명탐정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겠어요. 대표적인 예로는 '포와로'를 들 수 있겠죠. 물론 발몽은 여성에게 약하다는 묘사에서 벨기에인 탐정과 큰 차이를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유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리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살인사건보다는 도난과 사기행각이 많은데 추리의 과정도 좋지만 이러한 범죄계획 자체가 치밀하게 짜여져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울러 읽다보니 20세기 초반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이 활약하던 시기에 출간된 작품답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사실 1907년에 발표된 책이라는 사실을 책 뒤 해설을 보고서야 알았는데 깜짝 놀랐을 정도로 말이죠. 전체적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묘사도 그러하지만 발몽이 실패하는 이야기도 몇개 실려있고 '추리' 보다는 '모험' 에 치중하는 듯한 이야기도 있는 등 당대 기존 단편 추리소설의 전형을 깨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이 많이 나거든요. 지금 읽어도 별로 낡아보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시대를 앞서간 나름의 독특한 캐릭터와 매력, 재미를 전해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긴 합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약점을 보였다는 것인데,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작품 특성상 본격 추리의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약점을 극복하기는 조금 어려웠던 듯 싶긴 하네요. 그리고 이야기마다 수준의 편차가 좀 있다는 것도 역시 전체적으로는 점수를 깎아 먹는 요인이 되었고요.
마지막으로 외젠 발몽 시리즈 다음에 이어지는 셜록 홈즈의 패러디물 두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아쉽더군요. 최초의 셜록 홈즈 패러디물이라고 알려져있는 <셜로 콤즈의 모험>이 실려있는 등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그야말로 패러디나 친구들간의 장난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 내리자면 재미도 있고 추리적으로도 가치있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로 요약될 수 있겠죠. 별점은 3점입니다. 고전 추리단편집을 좋아하신다면, 또는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추리 단편집을 읽기를 원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이 책이 부디 잘 팔려서 고전 황금기 비출간 걸작들이 속속 출간되면 정말 좋겠네요.

1. 500개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수수께끼
외젠 발몽이 프랑스 총경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
백만달러짜리 마리 앙투아네트 목걸이의 경매와 경매이후 벌어진 목걸이 행방을 뒤쫓는 추격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능한' 발몽이 무능한 부하와 생각못한 방해로 작전에 실패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벌어지죠. 간단하지만 효과적이었던 범인의 다이아몬드 운송 계획도 볼거리지만 무엇보다도 '일반인'에게 주인공 명탐정이 패배하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등장해서 의외였습니다. 뤼뺑 시리즈 제 1작이 뤼뺑이 체포되는 이야기였던 충격과 버금가더군요.
이 시리즈의 특징, 자뻑 외젠 발몽과 그의 떠벌임, 자의식과잉 묘사와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반전까지 모두 등장하는 작품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2. 두 얼굴의 폭탄 테러범
발몽이 영국으로 온 이후 이중신분으로 무정부주의자 조직에서 정보를 캐 내다가 폭탄투척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것을 막으려 활약하는 모험담.
이 이야기는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첩보 - 모험물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당시 영국에 대한 발몽의 비판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죠.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으며 발몽의 옛 부하 아돌프 시마르가 등장하는 등 시리즈 팬으로 즐길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3. 은숟가락에 담긴 단서
벤섬 기브스가 발몽을 찾아와 사건해결을 의뢰한다. 사건은 그와 친구들이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라진 백파운드를 찾아달라는 것.
라이오넬 데이커라는 유력한 용의자를 등장시키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독특한 소품입니다. 두명의 대화도 맛깔나고 은숟가락을 이용한 마술이라는 단서도 꽤나 유용한 등 소품이지만 풍성한 느낌이 좋았어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라이오넬 데이커가 어떻게 빚을 갚았나?' 에 대해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좀 아쉽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4. 치젤리그 경의 사라진 재산
치젤리그 경이 숨겨둔 막대한 재산을 찾는 이야기.
이 단편집에서 가장 정통 추리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몇가지 단서와 치젤리그 경의 유언을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합리적으로 그려져 있거든요. 어떻게보면 좀 단순한 발상이기는 하나 다른 곳에서 찾아보긴 힘든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별점은 4점입니다.

5. 건망증 클럽
예전 하서출판사의 <세계추리명작단편선>을 통해 접했던 단편.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습니다. 두가지 사건 - 은화 위조와 사기사건 - 이 묘하게 겹쳐져서 하나로 이어지는 전개도 좋았지만 발몽의 런던 경시청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활약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사기꾼에게 한방 맞는 결말도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 부분은 너무나도 기발한 사기꾼의 계획이겠죠. 지금 보기에는 허술하기도 하고 약간 설득력이 처지는 부분도 있긴 하나 아이디어만큼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별점은 4점입니다.

6. 기형 발 유령
랜트림리 경의 저택에 출몰한다는 기형 발 유령의 발소리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영국 경찰에 대한 발몽의 떠벌임같은 유쾌함은 잘 살아있긴 하지만 초반에 저택에 대한 묘사가 상세하지 않아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며 내용도 지나치게 과장이 심한 듯 싶어서 여러모로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7. 와이오밍 에드의 석방
와이오밍 에드로 불리우는 미국 무기징역수의 탈옥을 돕는 발몽이 탈옥에 감추어진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두가지 사건, 즉 와이오밍 에드의 탈옥과 탈옥에 관련된 사기사건이 등장하는데 탈옥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고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사기사건' 으로 보는게 적당하겠죠.
솔직히 탈옥도 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을까 읽으면서 기대가 컸었는데 좀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그러나 범인의 사기 계획이 나름 치밀하고 설득력이 있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마무리 되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마지막 '변장쇼'는 좀 오버라 생각되지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8. 레이디 알리시아의 에메랄드
도난당한 블레어 에메랄드를 되찾고 레이디 알리시아를 만족시키겠다는 발몽의 일념이 빛나는 이야기. 그러나 도난사건 자체가 일종의 장난같고 두 연인의 치기어린 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여성에게 약한 발몽의 일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은 즐거웠지만 전체적으로 평균 이하였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셜록 홈즈 패러디
1. 셜로 콤즈의 모험
셜로 콤즈가 페그럼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야기. 스코틀랜드에 대한 조롱과 더불어 패러디로서 즐길거리는 많으나 결국 셜로 콤즈의 추리와 수사는 치기어린 과대망상이었고 결국 운이 좋아서 단서를 찾았을 뿐이라는 결말은 추리소설 애독자로서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하더군요.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씁쓸함이 더 큽니다... 별점은 3점.

2. 두 번째 돈주머니의 모험
코난 도일에게 홈즈가 원고료를 요구하러 찾아오지만 도일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나름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내용에 알맹이도 없고 패러디도 아닌 이상한 작품이에요. 저자 로버트 바가 코난 도일의 절친한 친구라는데 친구에게 거는 가벼운 장난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친분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는 어렵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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