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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재판원의 여신 (裁判員の女神 ) 1~5 - 毛利 甚八 외: 별점 2점

 

<2010년 12월 15일 수정>

모리 진파치가 글을 쓰고 <대사각하의 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가와스미 히로시가 그림을 맡아 발표한 만화입니다. 간만에 읽어본 일본 원서로 "재판원 제도"라는 일본의 재판제도, 즉 일종의 배심원 재판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작품 자체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유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제일 먼저 작품 특성상 "재판원 제도"에 대해서 설명하는 학습만화의 성격이 강해서 지루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꼽고 싶네요. 특히 1권의 경우는 대부분의 분량이 재판원의 선발과정과 재판 과정의 설명이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고 3권도 "사법의 독립"이라는 주제를 거의 절반에 걸쳐 설명하는 등 법정 장면과는 실질적으로 무관한, 지루한 전개가 많았습니다.

두번째로 재판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불꽃튀는 두뇌게임은 전무하고 재판원 (배심원) 들이 피고인의 유-무죄 및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딜레마가 중심인 것도 문제라 생각됩니다. 이렇듯 일반인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참여재판에서의 심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작품은 그간 꽤 있어왔고 재미가 없는 소재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반복묘사가 많은 등 전개에 문제가 많은 편이라 좀 지루하더군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라는 식의 논조도 공감하기 어려웠고요.

마지막으로 독특한 법정 추리물, 또는 재판물을 기대했는데 작품이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도 실망스러운 점이었습니다. 1권부터 4권까지 등장하는 3건의 사건 중 2건, 1권의 '강도 살인사건'과 2권의 '강간 살인사건'은 피고가 범행을 일부, 또는 전부 인정한 상황이기에 실질적으로 "양형", 즉 형을 부과하는 부분에서의 재판원들의 딜레마 이외의 극적 긴장 요소가 전무합니다. 그나마 3권 중반부터 4권에 이르는 사건은 피고가 무죄이고 결정적 단서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마지막 "도보로 30분 거리"라는 기소내용에 주목하는 장면은 썩 괜찮았습니다만 역시나 '심리묘사'가 중심이라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어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의한 자백 이외의 증거가 없다는 것도 좀 말이 안되는 것 같았고요.
그래도 법의 맹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5권의 사형판결, 즉 "집행은 최소 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며 그 안에 사형제도가 폐지될 것이다" 라는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괜찮더군요. 문제는 5권의 에피소드 역시 피고가 사형선고를 받아 마땅한 죄를 저질렀고 사형선고를 내리는데 재판원들이 갈등하는 이야기라는 점이겠죠. 심리적 딜레마 설명도 정도껏 해야지....

그 외에도 제목이 <재판원의 여신>인 만큼 주인공인 유우키 미치코 판사가 뭔가 역할을 해 줄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재판원들이 주인공이라서 작품이 중심을 못 잡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유우키 미치코는 자신의 논조를 설파하는 앵무새 역할 밖에는 없거든요. 이래서야 구태여 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여신 없이 재판원들만 나와도 이야기가 성립되는데 말이죠.

물론 심리 묘사 그 자체만 즐긴다면 어느정도 기본 재미는 보장하는 소재이고 디테일한 재판과정의 묘사도 볼거리이긴 해서 아주 건질게 없는 작품은 아닙니다. 작화도 전혀 동적이지가 못하기에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읽기 쉽게 그려졌다는 점 하나는 높이 평가할 만 하고요. 제 일본어 실력이 부족하고 어려운 재판과정 묘사가 대부분임에도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제 기대와 많이 달랐다는 점, 그리고 기본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일본 재판원 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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