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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5

솔로몬의 개 - 미치오 슈스케 / 황미숙 : 별점 2점

솔로몬의 개 - 4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황미숙 옮김/해문출판사

아키우치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어느 날 일하는 도중, 대학 조교수의 아들로 친분이 있던 요스케가 애완견 오비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후 아키우치는 당시 사건 현장 근처에 있었던 친구 쿄야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학교 교수이자 동물생태학자인 마미야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소설로, 동물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12지'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는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이후 두 번째로 접한 작품인데, 제목처럼 '개'가 실제 사건의 핵심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었던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사건의 '트릭'이 별 볼일 없던 탓이 가장 큽니다. 동물을 이용한 일종의 원격 트릭인데, 개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설득력이 약하지요. 동물 생태학자인 마미야 교수를 통해 설명을 덧붙이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우연에 의존한 요소가 너무 강했고, 그 우연조차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사건이 결국 '사고'였다는 점도 큰 약점입니다. 이래서야 진상이 밝혀지든 말든 큰 의미는 없어요. 차라리 결말을 열어두고 진실을 밝히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말처럼 "어차피 별 차이는 없었을 테니까요.".

또한, 아키우치가 폭우 속에서 친구들과 카페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중요한데, 전개가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마지막에 작가가 펼쳐놓은 깜짝 반전도 무리수였고요. 어설픈 해피엔딩도 불만스러웠습니다. 솔직히 이야기의 흐름상 이 부분은 빼는게 훨씬 깔끔했을 것 같네요.

물론 쿄야의 알 수 없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긴장감, 그리고 의외의 진상이라는 결말은 비교적 잘 풀어놓았고, 동물 생태학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 등 일부 빛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확실히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이긴 해요.

그러나 장점은 적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는 건질게 없고, 소재도 빈약했으니까요. 장편으로 쓸만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억지로 길게 늘여 쓴 느낌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마미야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중편 정도 길이가 적당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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