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개 - 미치오 슈스케 지음, 황미숙 옮김/해문출판사 |
아키우치는 택배 알바를 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어느날 알바 도중 대학 조교수의 아들로 친분이 있던 요스케가 애완견 오비의 급작스러운 행동으로 사망하게 되는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그 이후 아키우치는 당시 사건현장 근처에 있었던 친구 쿄야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학교 교수이자 동물생태학자인 마미야의 도움으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동물 이름을 제목으로 쓴 이른바 '12지' 시리즈의 한권입니다. 이 시리즈는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이후 두번째네요. 제목처럼 '개'가 실제 사건의 주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제가 읽은 미치오 슈스케 작품 중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어요. 일단 사건의 '트릭'이라 불릴만한 것이 너무 별볼일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이용한 일종의 원격 트릭 비스무레하긴 한데 이 작품처럼 개가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약했어요. 관련해서 동물전문 교수인 마미야의 설명을 곁들여 어떻게든 설명하려 노력은 하려 하는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우연에 의한 것일 뿐 아니라 우연치고는 너무 얄궂고 작위적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결국 사건 자체가'사고'라는 점은 큰 약점으로 보였습니다. 결국 진상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차라리 진상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작중 등장인물들의 말을 빌자면 '어차피 별 차이는 없었을 테니까요'
또 아키우치가 폭우의 와중에 친구들과 카페에서 대화하는 전개가 작품의 중요 부분인데 트릭 만큼이나 작위성이 지나쳤어요. 허무하기도 하지만 이 부분을 이용하여 작가가 마지막에 펼쳐놓는 깜짝쇼 역시 무리수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더군요. 어설픈 해피엔딩도 불만스러웠고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에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차라리 빼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쿄야의 알 수 없는 행동에서 빚어지는 긴장감과 의외의 진상이라는 결말은 비교적 잘 풀어놓고 있으며 동물 생태학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 등 여러 부분에서 빛나는 묘사가 있기는 합니다. 확실히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이기는 해요.
하지만 앞서 말한 문제점들을 종합해보자면 추리적으로는 크게 건질게 없는, 아무래도 장편화할만한 소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길게 늘여쓴게 아닌가 싶네요. 이런저런 부분들을 다 들어내고 마미아를 주인공으로 하여 중편 정도로 완성시키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 아쉽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작가의 단점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확실히 처지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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