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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07 Dr.No (1962) - 테렌스 영 : 별점 3점

자메이카 어딘가에서 방해 전파를 쏴 미국의 미사일 및 로켓 발사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조사하던 스트렝웨이 대령이 실종되자, 영국 정보부는 007 제임스 본드를 급파했다. 본드는 미국 요원 펠릭스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여 '닥터 노'라는 인물이 크랩 키 섬에서 방해 전파를 쏘았다는 증거를 확보한 뒤, 몰래 섬에 침투하는데...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 평가받는 007 신화를 연 작품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이라는 책을 계기로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숀 코너리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없기도 했고요.

이 작품은 영화로는 첫 번째지만, 이언 플레밍의 007 원작 소설 중에서는 여섯 번째 장편으로 195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왜 이 작품부터 영화화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차피 이후 원작들도 모두 영화화되었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요. 그런데 1958년 발표된 소설이고, 1962년 개봉된 영화라 당연히 구소련이 주적으로 등장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건 다소 의외였습니다. 영화 속 악당 닥터 노는 악의 조직 '스펙터' 소속이거든요. 별다른 목적 없이 테러를 저지르는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하여튼, 영화는 초반부 정보부원 스트렝웨이 대령의 죽음과 미국 로켓을 향한 방해 전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007이 출동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이후 본드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추리를 통해 방해 전파가 크랩 키 섬에서 발신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요. 몇몇 증언과 단서를 조합하는데 나름대로 합리적이었고, 악당들의 암살 시도 등 몇몇 격투 장면도 효과적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본드가 닥터 노의 섬으로 향하면서부터는 재미가 크게 떨어집니다. 우슬라 안드레스의 전설적인 비키니 착용 장면을 제외하면 볼거리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드가 직면한 위기는 하나같이 유치하고, 마지막 대결도 결국 악당의 방심 덕분에 승리하는 방식이라 긴장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던 탓입니다.

최근의 007 영화들은 이러한 각본의 부실함을 화려한 액션과 막대한 제작비로 보완했지만, 이 작품은 저예산 영화였으니 액션과 연출이 부실하고 조악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연출보다는, 긴장감 넘치고 탄탄한 구성을 갖추지 못한 각본과 전개의 문제가 훨씬 커 보입니다. 제 기억 속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재미있었거든요. 이렇게 별로인 각본이 나올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숀 코너리의 9등신 폭풍 간지,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추리적 전개, 훌륭한 미술적 요소들 – 특히 자메이카와 닥터 노의 섬에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구로 꾸민 세트와 의상들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더군요 –,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거대한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별점을 매기자면 점수가 낮을 수도 있겠지만, 1960년대 당시의 시선으로 본다면 별점은 3점입니다.

PS :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007 리포트(1) : 007 제 1탄 '닥터 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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