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원의 여신 (裁判員の女神 ) 1~5 - 毛利 甚八 외: 별점 2점
재판관 헨미 지키루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칭 "하이드"라는 존재. 그는 시공을 멈춘뒤 사람들의 "톤톤"을 불러내어 그 사람의 기억과 행동을 재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요새 몸이 좀 안좋고 해서 주로 만화만 보게 되네요.... 앞서 보았던 "재판원의 여신"과 동일하게 일본의 재판원 제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법정 만화입니다. 줄거리 소개대로 판타지 설정을 도입해서 다른 흔해빠진 법정 관련 컨텐츠와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하이드"덕분에 헨미 지키루가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설정은 독특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표면적으로 드러난 증거를 피고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조작하는 지키루의 활약이 재미의 핵심 포인트고요. 첫 번째 사건에서 무죄인 피고인이 현장에서 도망치는걸 피해자 동생이 목격했다는 결정적 증언을 "증언심리학"으로 뒤집는다던가, 두 번째 사건에서 유죄인 피고인의 거짓말을 밝혀내기 위해 재판에 사용할 수 없는 자료 이외의 잡지 기사를 인용해가며 재판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 번째 사건에서 피고에게 살인 미수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것도 좋았고요. 미리 피고의 유죄 - 무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도서추리소설"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점도 장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지키루가 존경하는 선배 재판관 야쿠시지의 말 -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실을 놓치게 된다 - 대로라면 하이드라는 존재와 지키루가 본 톤톤에 의한 피고인의 진실이 왜곡된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판타지와 법정물의 줄타기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듯 싶어요. 결국 지키루의 판단은 "자기가 본 것"에 기반하고 있거든요. 뭐 이 부분은 두고봐야겠죠.
그러나 재판원들을 조종해 나가는 과정이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는 것은 감점 요소였으며 재판원들의 심리를 단순하게 그린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재판원 제도에 대한 고민 없이 오락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강하고, 분량에 비하면 너무 깊이가 없는 탓입니다. 3권 이후 지키루의 연인 아버지가 뒤집어쓴 누명과 관련된 사건은 정말로 지루했고요.
또한, 재판관이 재판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재판장 가네마루의 재판원 제도를 비판하는 발언, 재판관의 "책임"을 강조하는 듯한 묘사들은 재판원 제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 싶은데 이 부분 역시 향후 추이는 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권까지 읽었는데 현재까지의 별점은 2.5점. 오락적으로 승부하기에는 좀 지루하고 애매했습니다. "재판원 제도"와 실제 재판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었다고 보기에는 단순했고요. 추천하기는 부족한데, 별로라고 보기도 어려운 작품입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심 있으시다면 1권을 읽어보신 뒤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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