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작가정신 |
하자키 시에 위치한 주택지 '빌라 하자키 매그놀리아'의 비어있는 3호실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는 얼굴과 손이 뭉개져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사건으로 빌라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이 오가던 와중 '중요한 단서'를 잡았다고 떠벌이고 다닌 5호의 아케미마저 다음날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시(市) 시리즈" 1탄입니다. 바다 옆 작은 소도시 하자키 시를 무대로 한, 이른바 "코지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으로 2탄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를 먼저 읽었더랬죠.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력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쨌건, 이 작품도 역시나 "헌책방..."과 마찬가지로 수다스럽고 왁자지껄한, 유머러스한 추리물로 읽는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탐정역인 형사반장 고마지와 부하 형사 히토쓰바시의 대화가 특히 압권이죠.
사소한 대화와 에피소드들 모두가 결국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교묘하게 사건의 내용과 단서가 엮인 전개도 좋습니다. 산길에서 발견된 "팬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그냥 날려간 빨래인 줄 알았는데, 나름 사건과 연관이 있었거든요. 이노 게이코의 협박 사건 등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서 전개하다가, 결국 결말에서 두 건의 사건이 전혀 별개라는게 밝혀지는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작가의 장점이 잘 부각된 작품입니다. 유머러스한 분위기, 교묘하게 배치된 복선과 단서에 따라 결말에 이르는 복잡하면서도 명쾌한 구성이라는 장점 말이죠. 덧붙이자면 "누구나 죽이고 싶어하는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 솜씨는 확실히 와카타케 나나미를 따라올 작가가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 묘사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추리적인 부분에서 살짝 기대에 미치지 못한건 조금 아쉽습니다. 두 건의 살인이 벌어지는데, 빌라에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은 너무 뜬금없었을 뿐더러 '사고'에 가까운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인 아케미 살인 사건은 범인의 알리바이에 우연과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 마쓰무라 켄에게 어머니가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면? 사건이 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아울러 첫 번째 사건은 경찰이 가지고 있는 정보 없이는 해결하기가 불가능했고, 아케미 살인사건 역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마지막에서야 제공된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썩 공정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의 두 개의 반전도 지나친 사족으로 여겨졌고요.
그래도 앞서 말한 장점과 더불어 책의 구성과 번역도 훌륭하고, 시리즈답게 이어지는 캐릭터들, 그리고 헌책방 '기토당'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하무라'라는 직원이 등장하는 등 작가의 팬으로서 즐길 거리도 많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지치고 무료한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그야말로 '킬링 타임용' 재미에 최적화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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