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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 김남주 : 별점 2점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 4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휴가를 얻은 뒤, 오랜 친구 존 캐번디시의 초대로 스타일스 저택에 머물게 되었다. 가족의 돈주머니를 틀어쥐고 있는 존의 어머니는 젊은 앨프리드 잉글소프와 갓 재혼한 상태로, 앨프리드는 존과 로렌스 형제 및 다른 가족들의 미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존의 어머니 잉글소프 부인이 밀실에서 스트리크닌 중독으로 사망했다. 헤이스팅스는 마침 그곳에 머물던 옛 지인이자 뛰어난 탐정 푸아로에게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은 요청했고, 평소 잉글소프 부인에게 도움을 받던 푸아로는 흔쾌히 승락하여 사건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앨프리드 잉글소프의 범행이 명백해 보였지만, 그는 알리바이를 증명하며 혐의를 벗었고 오히려 존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푸아로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어 진범을 밝히고 사건을 해결한다.

"가장 간단한 설명이 언제나 사실에 가장 가까운 법이지."
"모든 살인범은 누군가의 오랜 친구일세. 감정과 이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네."

기념비적인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데뷰작. 놀랍게도 저는 이 작품을 처음 읽어봅니다. 대표작으로 꼽히지도 않고, 푸아로도 별로 좋아하는 탐정이 아닌 탓입니다.

데뷰작이지만 거장의 편린은 엿보입니다. 잉글소프 부인의 '급작스러운 유언장 변경'과 '말다툼과 고민'이라는 상황의 시간차를 통해, '더운 날씨에도 방 난로에 불을 피운 이유'는 '방금 만든 유언장을 태우기 위해서'였다는걸 밝혀내는 추리가 특히 백미입니다. 고작 30분 동안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는, 우표를 찾다가 남편의 비밀을 알아챘기 때문이며, 이 편지 때문에 메리 캐번디시 부인과 신시아의 수사한 행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는 설명도 합리적입니다. 추리를 위한 모든 보는 독자들에게도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물론 독자들이 알아채기 어렵도록 잘 숨기는 솜씨, 그리고 이야기를 진해하며 다양한 인물들에게 수상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야기를 끌고가는 솜씨도 탁월합니다.
누가 보아도 수상한 앨프리드 잉글소프가 체포되기 직전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진상도 시대를 앞서간 측면이 있습니다. 푸아로는 앨프리드 잉글소프가 마을 약국에서 자기 이름으로 서명을 하여 스트리크닌을 샀고, 아내와 격렬한 말다툼을 한 날 아내를 죽일 정도로 멍청한 바보가 아니라며 그의 체포를 막습니다. 하지만 앨프리드 잉글소프는 체포되어 기소되는걸 노리고 있었습니다. 기소되면 알리바이를 증명할 생각으로요. 왜냐하면 한 번 기소되었다가 풀려난 인물은 똑같은 범죄로 기소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이용하여 영원한 안전망을 구축할 생각이었거든요. 이야기 하나는 뚝딱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았던 아이디어입니다.
잉글소프 부인을 극도로 걱정하는, 진짜 친구였던것 같은 하워드 부인과 잉글소프가 내연의 관계를 맺은 공범이었다는 진상도 놀라왔습니다. 특히 이 캐릭터 구성은 여사의 대표작이기도 한 "나일강의 죽음"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자기 애인을 빼앗아 결혼한 친구를 원망하는 듯 했지만, 알고보니 애인과 공범으로 친구를 죽이고 유산을 독차지하려고 했다는게 똑같거든요. 다만 남들이 바라본 원망의 대상이 결혼한 친구이냐, 그 남편이냐의 차이일 뿐이죠.

그러나 데뷰작답게 부실한 부분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잉글소프 부인이 치사량의 스트리크닌을 먹게 된 건, 스트리크닌이 들어있는 강장제를 먹던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알고 있던 범인들은 강장제에 브룸화물을 넣어 스트리크닌이 침전되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마지막에 치사량 - 한 병 전체 분량- 을 한 번에 복용하게 된 겁니다. 이 트릭 자체는 기발한데 문제는 독자들이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스트리크닌의 효과가 지연된다는 것 역시 독자들에게 제대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합니다. 때문에 독자들은 다른 방법 - 캡슐을 썼다던가 - 을 고민할 수 밖에 없어요. 
결정적 증거인 잉글소프의 편지도 억지스럽습니다. 계획이 어긋나서 쓴 편지를 잉글소프 부인이 갑자기 보게 되었고, 그 편지를 잉글소프가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고 했던 과정도 억지지만, 기껏 찾은 편지를 바로 없애버리지 않고 점화용 심지로 만들어 숨겼다는건 설득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몸수색이 두려워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영장도 없이 아무나 몸수색을 한다는게 말이 되는 시대였던걸까요?

"완전공략"에서는 '본격 추리소설'의 원형인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스토리인 소설'이라면서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인 가치일 뿐, 지금 시점에서는 빛나는 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여사의 대표작이라고 하기는 무리에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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