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4/08/30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별점 1.5점

선량한 차별주의자 - 4점
김지혜 지음/창비

딸아이 논술 교재. "결정장애"라는 흔하게 쓰는 말도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서두는 강렬합니다. 비하성 유머, 평상시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했던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이자 혐오성 표현이 될 수 있다는걸 새삼 느꼈습니다. 앞으로 더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대체로 내용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통계와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임금이 낮은건 여성들이 애초에 남성들보다 평균 임금이 낮은 직업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게 구조적 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구조적 차별이라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요. 남성들이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일련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정의한 것도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시스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잣대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건 알겠습니다. 토익 듣기 평가는 청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런 문제가 없는 보통 학생들을 '성적'을 기준으로 반을 가르는게 과연 부당할까요? 또 같은 학교라도 본교와 캠퍼스가 다른 대접을 받는게 이상한가요? 사회는 경쟁이고, 이 경쟁은 학생 때부터 존재합니다. 경쟁에서의 우열은 학생들이라면 성적으로 가를 수 밖에 없고요. 이전 "신입사원"이라는 만화에서 봤던 "학력 필터 이론"처럼, 누군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학력이 중요한 선택지가 되는건 당연합니다. 이런 능력주의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건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에요.

그리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 현상만 놓고 차별이라 주장하는건 잘못되었습니다. 예멘 난민을 거부했던 사례도 차별이라 하지만, 반대했던 사람들의 주요 논리인 난민에 의한 성폭행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노키즈존도 단순히 인종으로 차별했던 '흑인은 입장 금지'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노키즈 존'은 실제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켰던 많은 사례들, 그리고 최근 인터넷에 회자되는 철없는 엄마들의 황당한 요구와 불만 제기 탓이니까요. 개념 자체가 다른걸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건 완전 잘못한 겁니다. 노키즈존이 생겨난 이유를 고민하고 글을 쓴게 맞는지 의심스럽네요.
퀴어 축제를 거리에서 하는걸 비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사진만 보아도 퀴어 축제에서의 참가자 모습은 일반 사회 통념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이 많습니다. 이런 축제를 거리에서 하도록 놔둘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들 스스로가 자기들 지위를 낮추고 혐오 대상자로 만드는 행위를 벌이는걸 용납할 이유가 있을까요? 축제가 필요하면 자기들끼리 닫힌 공간에서 하면 됩니다. 풍기문란도 엄연한 죄니까요. 폭주족들이 달릴 권리가 있다며 사회 규범을 어기는 것과 다를게 없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불평등하다는 말, 정치적 올바름을 너무 폭넓게 사용하는 것도 불만스러웠어요.

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 외에는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 뿐이라 점수를 줄 부분이 없었습니다. 차별받을 원인을 제공하는 쪽도 문제가 있는데, 차별하면 안된다는 주장만 하면 어쩌자는 걸까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