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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던전밥 1~14 - 구이 료코 / 김완 : 별점 4.5점

[세트] 던전밥 1~14 세트 - 전14권 (완결) - 10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라이오스 파티는 "황금성" 던전을 탐험하다가 레드 드래곤을 만났다. 라이오스의 동생 파린의 마법으로 일행은 던전 탈출에 성공했지만, 파린은 드래곤에게 먹혀버렸다. 라이오스, 마르실, 칠책은 파린을 구하기 위해 곧바로 던전으로 다시 향했다. 던전은 죽더라도 영혼이 사체와 연결되어 소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일푼이라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물을 식량으로 삼기로 했다. 덕분에 10년 이상 던전에서 마물식을 연구한 드워프 센시가 일행으로 합류했고, 우여곡절 끝에 레드 드래곤을 해치우고 파린을 소생시켰다.
하지만 던전의 주인 '광란의 마법사'에 의해 파린은 마물이 되어버렸다. 소생시킬 때 마물 레드 드래곤의 사체를 쓴 탓이었다. 파린을 완전히 되찾으려면 '광란의 마법사'를 쓰러트리고 던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걸 깨달은 라이오스 일행은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 '광란의 마법사'를 쓰러트렸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을 먹기 위해 이 모든걸 조종하는 악마 '날개달린 사자'가 남아있었고, 마르실이 새로운 던전의 주인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현대인이 이세계로 날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지식이나 신에게 받은 치트로 무쌍을 찍는다는 이세계물이 넘쳐나는 요즈음, 정말로 보기 드문 정통파(?) 본격 판타지 만화입니다. 1권을 읽고 리뷰를 올린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드디어 완결되었네요. 동생을 구하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목적도 있고, 단순히 등장하는 마물을 사냥해가며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익히는게 아니라 파티원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과 머리를 써야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들이 이어지고, 퀘스트를 통해 동료와 능력을 얻어 결국 절대악을 쓰러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가져온다는 긴 호흡의 장대한 전개를 선보입니다. 결국 세상의 종말이 닥치지만, 라이오스와 날개달린 사자의 마지막 승부로 평화가 찾아오고 라이오스가 새로운 왕국의 왕이 된다는 결말도 나무랄데 없어요.

마물 요리라는 소재도 큰 재미 요소입니다. 현재의 식재료들과 거의 같거나 흡사한 마물 재료로 만드는 요리들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더러, 맨드레이크를 캘 때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게 나쁜 독소(?)를 빼내어 맛이 더 좋아진다는 등의 세세한 설정도 볼거리입니다. 또 이 설정은 단순한 재미 요소로 끝나지 않습니다. 파티의 리더 라이오스가 그리 뛰어난 전사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건, 그가 마물 요리를 즐길만큼 마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냥 이세계에 현대 요리를 선보이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이세계 구루메 만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개그 센스도 돋보입니다. 라이오스가 얼빠지거나 황당한 말을 하면 그걸 상식인(?) 마르실이나 칠첵이 받아치는 만담식 개그가 많은데,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게 그야말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이를 드러내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톨맨(인간)과 드워프 전사, 하프 엘프 마법사, 하프풋 열쇠공 (도둑?) 이라는 인종과 직업 설정은 정통 판타지그대로이지만, 성격과 개성이 확실해서 넘치는 생동감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이를 잘 그려낸 섬세한 작화도 발군이고요.

물론 앞서 '광란의 마법사' 시슬을 날개달린 사자가 어쩌지 못하는 묘사는 뒤의 상황을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렵고(광란의 사자야 말로 진짜 악마였으니), 라이오스가 책에 서둘러 휘갈겨 쓴 문구로 날개달린 사자를 해치운다는 결말은 다소 뻔하고 작위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라이오스 파티 외 인물들 배분이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엘프 부대 '카나리아'의 부대장과 함께 행동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블루야 그렇다쳐도, 나마리는 오크족보다도 '광란의 마법사'나 '날개달린 사자'를 막기 위해 하는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및 현재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한게 좋은 예입니다. 반면 슈로는 부하들을 이끌고 파린과의 싸움에서 활약하지만, 동방에서의 그의 지위라던가 부하들의 정체 등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냥 '동방에서 왔다'로 퉁치기에는 설명이 부족했어요. 물론 가이드북이나 후기 만화 등을 통해 약간의 정보를 더 얻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단점은 사소하다 못해 없는 수준입니다. 별점은 4.5점! 이세계 전생물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판타지 장르계에 정통 RPG 판타지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걸 보여준 걸작입니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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