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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7

던전 밥 1- 쿠이 료코 : 별점 4점

던전밥 1 - 8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던전 심층부에서 드래곤과 승부를 벌이다가 간신히 탈출한 주인공 라이오스 일행은 곧바로 던전에 복귀했다. 그들을 구하고 드래곤에게 잡혀버린 여동생 파린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짐을 잃어버려 곤경에 처했다. 그래서 식비를 줄이기 위해 라이오스는 던전 내의 마물들을 사냥해 먹자고 제안하는데!

쿠이 료코의 만화. 일전에 "서랍 속 테라리움"을 재미있게 읽어서 바로 구입해 본 작품입니다.

전사, 드워프, 엘프, 도둑(열쇠사)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던전을 공략한다는 점과 기본 세계관은 이제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전형적인 RPG 판타지의 룰과 설정을 따릅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물을 사냥해 먹는 이야기를 요리 만화 스타일로 풀어낸다는 아이디어가 탁월했습니다. 재료가 되는 마물들과 요리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도 돋보였고요.

어떻게 보면 뻔한 판타지와 뻔한 요리 만화의 결합인데, 서로의 장점과 재미를 극대화시켰기에 단순히 구루메 만화 붐에 편승한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장르라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판타지 세계에 어울리는 식재료와 요리를 정말로 있음직하게 그려낸 작가의 솜씨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 재미있지만 그중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를 꼽자면,

첫 번째는 만드레이크와 바실리스크의 알로 만든 오믈렛 이야기입니다. 만드레이크를 채취할 때 비명을 들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드워프 전사 센시는 소리를 지르기 전에 목을 베어버리는 방식으로 채취해서 멀쩡하죠. 그러나 엘프 마법사 마르실은 책에서 배운 대로 개와 연결된 밧줄로 만드레이크를 묶고 개를 달리게 해 채취하는 방법(그리고 개는 죽게 되는)을 쓰고자 합니다. 던전에는 개가 없으므로 박쥐 마물을 대신 사용해서요. 자신이 파티의 짐 같은 존재로 여겨져, 파티에 기여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탓입니다.

하지만 박쥐가 폭주하면서 되려 죽을 뻔하게 되고, 더 큰 실의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때 드워프 전사 센시가 바실리스크의 알에 만드레이크를 섞어 만든 오믈렛을 맛보고, "비명을 지른 쪽"이 더 맛있다고 인정하면서 훈훈한 결말을 맺습니다. 센시가 마르실에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만드레이크의 머리 부분을 특별히 챙겨주며 마무리되고요(이건 정말 만화를 봐야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는 움직이는 갑옷 에피소드입니다. 이 이야기는 요리보다는 판타지 설정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움직이는 갑옷이 실제로는 갑옷처럼 생긴 일종의 조개라는 설정은 정말 기발하더군요.

게다가 주역 캐릭터들도 전사 - 엘프 - 드워프 - 도둑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개성을 더해 각자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에피소드마다 번갈아가며 주역을 맡는 방식으로 비중 배분도 확실해서 좋았습니다. 쿠이 료코의 뛰어난 작화와 독특한 개그 센스 역시 더할 나위 없습니다.

동어 반복적인 요소가 조금 있으며, "죽음"을 가볍게 다루는 설정(죽어도 마법으로 소생 가능하다는 설정)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이세계 구루메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경지를 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점. 판타지와 구루메, 요리 만화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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