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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 전행성 : 별점 3점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6점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살림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29년에 수학교사 스테파노스가 살해된다. 그의 유일한 친구인 미카엘 이게리노스는 경찰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그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던 1900년 파리 수학자 대회를 떠올린다.

1900년 파리 수학자 대회에서 힐베르트가 제시한 23개의 문제 중 2번 문제, "산술의 공리들이 무모순임을 증명하라"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 20세기 초반 수학계의 주요 흐름을 짚는 수학 소설입니다. 덕분에 당대 수학계의 핵심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에 충실하죠.
하지만 그냥 수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의 형태를 띄고 있기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물로의 수준도 높은 편이에요. 힐베르트의 강의가 있었던 날 부터 독자에게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는 복선에 더해 범행의 진상도 깔끔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마지막 반전! 스테파노스의 증명은 범행 직후 발표된 쿠르트 괴델의 논문을 통해 오류가 있는 증명이며, 때문에 이게리노스의 범행은 아무런 필요가 없는 삽질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반전이 아주 돋보였거든요.

또한 여러모로 <장미의 이름>과 유사하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장미의 이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을 숨기고 살인을 저질렀다면, 이 책에서도 이게리노스가 수학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테파노스의 논문이 발표되어 사람들이 알게되는 것을 막을 수 밖에 없어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동기가 굉장히 비슷해요. 다양한 수학 이론을 설명해 줌으로써 독자에게 고급스럽고 현학적인 느낌을 한껏 갖게 만드는 점, 그리고 주인공들을 제외하면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고 실제 역사와 결합하여 진행한다는 팩션 스타일 역시도 비슷하고요.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핵심 내용 몇가지를 제외하면 내용 대부분은 딱히 필요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파리에서 파블로 피카소를 만난다던가, 이게리노스가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한다던가, 스테파노스가 우연찮게 이게리노스의 전처와 정부와 엮인다는 것들이 그러합니다. 파블로 피카소가 기하학에 관심이 많다는 설정이 입체파의 시작을 알린 "아비뇽의 처녀들"로 이어진다는 발상은 나쁘지 않습니다. 허나 수학자들이 피카소에게 기하학 강의를 해 준다는 내용은 독자에게 해당 수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할 뿐,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너무 장황하기도 하고요. 
물론 이 작품은 추리, 미스터리물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수학 소설" 이기에 이러한 수학 이론이 설명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추리애호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문제점일 뿐이죠.

그래서 별점은 3점. 지식 전달을 소설이라는 형태를 빌어 시도한 결과물치고는 재미와 지식 전달 양쪽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장미의 이름>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레베르테의 작품들처럼 현학적인 지식을 과시하는데 치중하는 작품들보다는 훨씬 좋네요. 수학에 관심이 있고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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