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맛 - 가쓰미 요이치 지음, 임정은 옮김/교양인 |
중국 근현대사를 베이징이라는 장소와 마오쩌둥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음식과 함께 설명해주는 독특한 책입니다. 왕조 시절(주로 청나라)에서부터 유래한 유명 음식들과 음식점들의 흥망성쇠를 급변하는 정치 환경과 연결하여 흥미롭게 풀어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청나라 시기 다양한 지방의 요리들을 바탕으로 베이징에서 식문화가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혁명 초기, 1950년대 마오쩌둥의 "농민 선호, 도시 혐오" 기조 때문에 식당들은 이른바 "혁명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후 경영의 어려움으로 정부가 경영권을 소유하는 공사합영 체제로 전환되었고요. 문화혁명 시기에는 식당 이름조차 바뀌었다가, 개방 정책 이후 다시 부활하는 과정까지 설명해줍니다.
역사와 정치 상황, 음식과 식당 이야기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구성이 인상적이며, 무엇보다도 문화혁명 시기부터 중국을 드나들었던 저자의 직접 경험이 바탕이 된 덕분에 높은 현장감을 자랑합니다. "루쉰이 본 베이징 풍경"을 정말 그 시절에 있던 사람처럼 묘사한 부분은 자료적 가치도 높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는 음식 문화사나 미시사 같은 책을 기대했는데, 수필에 가까운 글들로 전체적으로는 정리되지 않은 잡문을 읽는 느낌마저 전해주는 탓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중국 음식의 역사나 문화가 어떤 사료를 바탕으로 했는지 설명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인지 의심이 드니까요.
아울러 저자가 직접 찍은 몇몇 사진 외에는 도판 구성이 부실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유명 요리들 정도는 사진으로 소개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읽히는 재미는 괜찮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중국 음식 문화사를 다룬 책은 많지만, 재미 면에서는 상급에 속한다고 생각됩니다. 가볍게 역사와 음식을 버무린 글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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