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4/08/31

테스카틀리포카 - 사토 기와무 / 최현영 : 별점 2점

테스카틀리포카 - 4점
사토 기와무 지음, 최현영 옮김/직선과곡선

<<아래 리뷰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 로스 카사솔라스를 지휘하던 네 명의 카사솔라 형제는 신흥 세력 도고 카르텔과의 전쟁에서 셋째 발미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고 말았다. 겨우 멕시코를 탈출한 발미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은신하며 재기와 복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골몰하다가 일본인 심장외과의 스에나가와 만났다. 스에나가의 제안으로 발미로는 일본인 아이의 심장을 밀매하여 이식하는 새로운 비지니스를 시작했고, 이를 위해 일본으로 거처를 옮겨 자신만의 조직을 새롭게 꾸몄다.
한편, 멕시코 어머니와 일본인 야쿠자 사이에서 태어난 히지카타 코시모는 부모의 방임 하에 자라다가 부모를 모두 살해하고 소년원에 갔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발미로의 눈에 든 코시모는 발미로의 아들처럼 대우받으며, 그로부터 고대 아스테카의 역사와 주술에 대해 전수받았다.


일본인 작가가 멕시코 마약 조직과 일본인 장기 밀매 조직 범죄를 결합하여 선보인 범죄 스릴러.
마약 조직 범죄에 대한 부분은 특별한건 없습니다. 이 분야는 "개의 힘"이 압도적으로 꽉 잡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발미로가 도고 카르텔의 추적을 피해 지구를 반바퀴 돌아 자카르타에 몸을 숨기는 과정, 일본인 장기 밀매 브로커가 '심장 이식'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사업을 펼치는 과정, 일본에서 발미로가 자신만의 조직을 만드는 과정은 모두 설득력 높게 잘 설명됩니다. 다른 데에서 보기 힘든 내용이라 신선하다는 장점도 크고요. 특히 범죄 조직이 일종의 인권 단체의 탈을 뒤집어 쓰고, 모든게 선의라고 착각하고 있는 직원을 앞세워 무호적 아이들을 모은 뒤, 아이들을 수용하는 비밀 시설에서 심장을 적출하여 도쿄 근처 항구에 정박한 거대 크루즈 내 비밀 수술실로 드론을 통해 옮긴다는건 스케일도 크면서 잘 짜여진,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스테카 문명과 신들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입니다. 특히 '아스테카의 신들은 백인 문명에 잡아먹인 채했던 것이다, 그들은 지금 전 세계에 마약을 뿌려 복수하고 있다'는 발상은 새로왔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잘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장대한 이야기의 90% 가까운 분량이 발미로(엘 코시네로)가 복수를 결심하며, 스에니가와 손을 잡고 일본에 범죄 조직을 재건하는 내용인데, 정작 스에나가의 배신으로 말미암은 발미로 조직의 몰락은 나머지 10% 내에서 서둘러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스에나가가 배신한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며, 앞서 온갖 훈련을 통해 인간 병기로 키워낸 발미로의 킬러들이 스에나가 한 명에 의해 산소 결핍으로 모두 죽고만다는 내용도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심장 밀매 비지니스도 설득력있게 설명되고는 있으나 과연 이게 산업으로 성립할까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입니다. 그렇게 수요가 많을 시장이 아니니까요. 어느정도 수요가 있다 치더라도, 발미로가 마약 카르텔을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으는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아스테카의 제물로 바치던 심장과 비즈니스를 억지로 엮은 느낌입니다.
 
그 외에도 아스테카의 주술을 이야기에 엮은건 모두 별로였습니다. 이야기에 잘 녹아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탓입니다. 마약 카르텔의 보스가 아스테카 주술에 깊이 빠져있다는 것도 설득력이 낮지만, 머나먼 일본에서 태어난 소년이 이 주술에 감복해서 아스테카의 무기인 마쿠아우이틀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푹 빠진다는건 억지스럽기만 했어요. 
발비로가 믿는 '연기나는 검은 거울'은 '일식'을 의미하므로,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코시모가 '신'이 되어 홀로 남은 '전사' 발미로를 죽인다는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꽃 전쟁'에서는 심장을 제물로 바쳐야 하니 발미로는 코시모를 죽일 수 없다, 하지만 코시모는 발미로가 죽을지 안 죽을지 운명에 맡긴다는 코시모만의 편의적인 설정부터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거든요. 주술을 엮으려면, "가다라의 돼지"의 아프리카 주술 수준 정도로 이야기에 포함시키는게 좋았습니다.
코시모의 비정상적인 신체 능력, 마지막에 코시모가 어떻게 도주했는지 등 설명없이 대충 넘어가는 것도 너무 많아요. 마약 중독자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그래서 별점은 2점. 볼만한 부분도 있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전설없는 땅"처럼 잘 알지 못하는 이국에 대한 상세한 설정만 장황할 뿐입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