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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3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 조동섭 : 별점 2점

빅 픽처 - 4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밝은세상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때 사진가를 꿈꿨지만, 월가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변호사로 살아가는 벤은 아내 베스가 이웃집 사진가 게리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걸 알아챘다. 베스와의 결혼 생활이 끝장날 위기에 처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게리를 살해하고 말았다. 벤은 범죄를 숨기기 위해 자기는 요트 사고로 죽은척 꾸몄다. 그리고 게리가 되어 머나먼 몬태나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몇 년 전 크게 성공했던 베스트셀러 범죄 스릴러 드라마. 벤이 요트 사고로 죽은척 위장한 뒤,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 게리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는 중간 부분은 범죄물로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안배함으로써 설득력도 높은 덕분입니다. 핵심인 요트에 설치한 수제 폭탄에 대한 설명은 대충이지만, 그 외 과정은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분 위장물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그 장르를 대표할만하다 싶을 정도에요.

그러나 그 외 내용은 허술합니다. 특히 게리가 된 벤이 몬태나로 이주한 뒤 부터는 최악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사진가로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되는 과정은 모두 운과 우연이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 전국구적 명성을 얻는것도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요. 얼마전 트럼프 암살 시도 당시 사진으로 유명해진 미국 사진가도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정도이지, 무슨 대단한 스타가 된건 아닙니다. 성공과 실패는 단지 운에 의해 좌우되며, 행복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걸 알려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억지스러웠어요.
유명해진 벤 앞에 전처 베스가 나타나고, 루디 워렌이 벤의 정체를 알아내서 협박을 하는 등의 후반부는 급하게 마무리지은 티가 물씬 납니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루디가 벤으로 오인되었다는건 비현실적이고요. 작가 편의적인 결말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앞서 신분 위장에서의 치밀함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기 힘듭니다.

게리를 살해한 결정적 동기를 제외한 다른 부분도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무너진 결혼 생활부터가 말이 안돼요.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던 베스가 전업 주부가 되고 나서는 소설을 쓰지 않게된걸 벤 탓을 한다는 것 부터가 이상했습니다. 벤이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던 조언을 따른건 본인 선택이었으니까요. 작가의 길을 포기한 것도 역시 본인 선택이고요. 그런데 벤 탓을 하며 가정의 화목을 깨고 불륜까지 저지른 주제에 벤에게 적반하장식으로 이혼을 통보한다? 저는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이혼 통보 시점에 벤은 베스와 게리의 불륜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혼 소송에서 유리했을거에요. 그런데 벤은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 역시 이해 안됐습니다. 심지어 벤은 변호사로 베스를 탈탈 털어서 끝장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말이지요. 차라리 벤이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조금 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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