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아내와 함께 데이트 느낌으로 감상한 작품입니다. 추석 연휴 때 감상했는데 리뷰는 좀 많이 늦었네요. 현재 흥행 중이라 이런 저런 리뷰와 정보가 이미 인터넷 상에 많이 퍼졌을 터이니 짤막하게 정리하겠습니다.
감상 전에는 독립군들이 조국을 위해 활약하는 그런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다르더군요. 좀 오래된 표현이지만 "첩보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밀정인지?"를 밝히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긴장감이 제법으로 특히 기차에서 벌어지는 이정출과 김우진, 하시모토가 벌이는 신경전과 추격전은 개중 백미입니다. 마지막 하시모토의 급습, 이윽고 벌어지는 총격전까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계속 이어집니다.
와중에 배신자를 밝혀내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모두에게 다르게 알려주는 장면도 전형적이지만 재미나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무간도>> 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특정 조직에서 다른 특정 조직을 없애기 위해 누군가를 밀정으로 파견한다... 그런데 그는 그 다른 조직에서도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는 식의 전개가 똑같으니까요. 조직에서 자신이 배신자라는 것을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한 몸부림도 그 처절함이 비슷한 수준이에요.
이를 뒷받침하는 송강호씨의 연기가 아주 출중하다는 것, 그에 반해 공유씨 연기는 조금 처져보인다는 것도 무간도스러웠습니다. '양조위 - 송강호, 유덕화 - 공유'인 것이죠. 송강호씨는 정말 이정출 그 사람이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데 법정씬은 그 중에서도 최고로 꼽고 싶네요.
덧붙이자면, 의열단 단장으로 특별 출연한 이병헌씨의 등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게를 잘 잡아 주었어요.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가 너무 길다는 것이에요.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긴 러닝타임 내내 재미와 흥분을 가져다 주지는 못하거든요. 초중반까지는 조금 지루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설정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왜 의열단원들 모두가 꼭 폭탄과 함께 경성에 잠입해야 했을까요? 그리고 의열단원들은 이정출처럼 중간에 기차에서 뛰어내리면 안 되었던 걸까요?
마지막의 테러도 수많은 의열단원들의 희생을 감안하면 큰 성과는 아닌듯 싶어 보였습니다. 이러느니 군경에게 포위되었을 때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게 나았을 겁니다...
그래도 아팠던 시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계기도 되었고 그럭저럭 재미도 있었던 작품입니다. 경성과 상해에 대한 묘사는 해당 시대를 다룬 작품을 창작하는 입장에서 참고도 되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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