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uts 20 -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대원씨아이(만화) |
카이타니 시노부의 출세작. 이른바 '원 아웃'으로 불리우는 갬블의 달인 토쿠치 토아가 합류한 후 만년 약체 리카온즈가 우승에 이르기까지의 한 시즌이 그려집니다.
시즌은 길지만 핵심 시합은 지장으로 불리우는 시로오카가 이끄는 버거브즈와 비밀무기인 대주자 존슨과의 대결, 온갖 방법으로 사기를 치며 홈 구장에서 승리를 계속해온 블루마즈의 트릭 파헤치기, 그리고 라이벌인 최강팀 마리너즈와의 우승 결전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토아와 사이카와 구단주와의 지략 대결이 함께 펼쳐지는 식이죠.
이 과정에서 시합의 승패와 토아, 사이카와의 대결은 실력 이외의 지략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야구만화라기 보다는 <<라이어 게임>>같은 두뇌 배틀물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도 작품의 근간이 되는 토아의 절묘한 제구력과 심리전은 분명 허구의 영역이니까요. 빗맞은 볼이 안타로 연결되는 등 공은 둥글기 때문에 이변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심리적 문제가 있던 무르와카와 쿠라이가 최대 승부처에서 각성한다는 내용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고요.
게다가 설정면에서의 오류도 있습니다. 토아의 공을 이데구치가 받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마지막 최종 결전을 앞두고 마리너즈의 타카미가 만들어낸 파해법은 '공을 받기 어렵다' 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던가, 리카온즈 타자들이 적응해서 부숴버린 요시다 히토시를 이후 만났을 때에는 그러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던가...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공은 둥글고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것이 야구인지라 오류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면에서는 정교함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도 야구 만화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요소는 많습니다. 마리너즈의 최강 타선에 숨겨진 비밀은 바로 '출루율'이라는 것이 대표적으로 야구 만화에서는 보기드문 디테일이었어요. 초반 토아가 처음으로 대량 실점하며 사이카와가 승기를 잡지만 결국 토아가 우천 노게임 - 게임 포기 선언을 이끌어내는 장면처럼 지략 대결이 중심이라고는 해도 철저하게 야구 '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시합 장면도 충분히 드라마틱합니다.
또 안티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토쿠치 토아의 캐릭터가 강렬한 것도 좋습니다. 그야말로 이기기 위해 태어난 듯한 갬블러라는 것이 너무나 설득력있게 묘사되어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안배하는 전개가 잘 와 닿았어요. 공 하나하나, 승패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프로야구의 본질은 이기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보여준 캐릭터는 많지 않기도 하고요. 헤어스타일에서 시작해서 승부욕과 승부사적 기질, 치밀한 심리전과 작전 구사 (헤어스타일까지) 등은 여러모로 <<아이실드 21>>의 히루마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결론은 추천작.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단 몇페이지로 정리해버리는 결말이 조금 미흡하기는 하지만 야구 만화로도, 두뇌 배틀물로도 모두 볼만한 괜찮은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된 인기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죠.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구단주와 특정 개인이 어마어마한 돈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베팅하고, 그 때문에 구단주와 대결한다는 내용은 <<공포의 외인구단>>과 비슷하네요. 이를 위해 영입된 사교성없는 선수들이 구 선수들과 대립하여 팀 내 분열을 가져온다던가, 막강한 라이벌팀과 천재 타자가 그것을 가로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 작품은 최종 보스 토아가 절대 흔들리지 않고, 여자 관계 따위는 등장하지도 않으며 끝까지 자기가 세운 계획대로 완벽하게 승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뭐 시대가 달라도 너무 다르긴 하지만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