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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2

북오프 방문기

한국 1호점이 생긴지는 꽤 되었지만 못 가보다가 오늘 일요일이기도 하고, 할인행사 이야기도 들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첫 인상은 일본 직영점이 맞구나 하는 생각. 점원도 일본인이지만 손님도 일본인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안에만 있으면 흡사 도쿄 시내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더군요.

책들은 구색을 그런대로 갖추어는 놓았지만 그다지 특별히 땡기거나 괜찮아 보이는 책은 많지 않았습니다. 만화는 정말 너무 뻔한 작품들만 있어서 실망스럽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문고판이 더 많았으면 했는데 문고판 보다는 일반 코믹스가 훨씬 많아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만화만 사러 간다면 구태여 여기 북오프에 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쨌건 호시사토 모치루의 "오무라이스" 4권을 일단 1000원에 겟! 한국판으로 1~3권은 구했는데 4권을 못구했던 차에 눈에 띄여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소설로 넘어갔는데 하야카와 미스테리 문고같은 문고본은 거의 없고 거의 일본 작가 추리물로 가득해서 그다지 눈에 띄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아카가와 지로와 니시무라 교타로 책이 2/3는 되는 듯 하더군요. 장편을 고르고 싶기도 하지만 일어 실력이 너무 딸려서 장편은 선뜻 손대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주로 단편집 위주로만 찾아 보아서 더더욱 손이 가는 책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고르고 골라 몇권 샀는데 제일 먼저 고른 것은 "와트슨 박사의 미발표 수기"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고 있는 셜록 홈즈 모작 "셜록 홈즈의 굉장한 모험"이라는 니콜라스 메이야의 단편집입니다. 원제는 "7퍼센트 용액" 이군요. 홈즈 관련 모작을 저도 요새 쓰고 있기도 하고 뒷표지 작품 소개를 보니 실존인물인 지그문트 프로이드까지 등장하는 등 왠지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그리고 고른 것은 아토다 다카시의 정통 추리 단편집인 "A 사이즈 살인사건" 입니다. 그동안 아토다 다카시는 "Y의 거리"에서와 같이 섬뜩한 느낌을 주는 단편을 많이 접해 보았지만 정통 추리물까지 썼는지는 몰랐는데 의외더군요. 좋아하는 작가라 무지 반갑기도 했고요. 맨 앞의 표제작만 우선 읽어 보았는데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로 꽤 괜찮은 수준의 트릭과 내용을 보여주어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탐정역이 "스님" 이라는 것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목이 왜 "A 사이즈 살인사건" 인지는 그다지 명쾌하지는 않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페르시야 고양이의 수수께끼"라는 이른바 "국명 시리즈" 단편집 한권을 집어들었습니다. 전에 읽었던 "러시아 홍차의 비밀" 과 같은 국명 시리즈의 하나인데 그런데로 읽을 만 했었거든요. 이 책은 충동구매한 느낌이 강하지만요.

그 외에 구입할까 말까 망설였던 것은 헨리 슬레셔의 "괴도 루비의 모험"이라는 단편집인데 뒤의 요약을 보니 정통 추리물은 아닌 듯 해서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꽤 호기심이 가는 작품이라 다음에 혹 방문할 기회가 되면 다시 고민해 봐야겠네요.

전체적으로 일본 북오프 왠만한 매장보다 작은 규모에 책들도 그닥 땡기는 작품들이 없어서 좀 실망하기는 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렇게 구입해도 전부 만원이 안되니 상당히 기분이 좋더군요. 원서를 읽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그 덕에 당분간 책 살 일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차피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는 제 취향에 딱 맞는 서점이긴 합니다. 가끔 간다면 오늘처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가끔 시간날때 들려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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