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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6

블러디 머더 - 줄리안 시먼스 / 김명남 : 별점 2.5점

블러디 머더 - 6점
줄리안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을유문화사

추리 작가인 줄리언 시먼스가 쓴 추리, 범죄 장르 문학 역사서. 이쪽 바닥(?)에서는 확고한 명성을 다지고 있는 책입니다.
1794년 출간된 윌리엄 고드윈의 <<칼렙 윌리엄스 >> 부터 시작해서 비도크, 에드거 앨런 포와 찰스 디킨스, 월키 콜린스, 에밀 가보리오로 이어진 범죄 문학이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단편 추리물로 만개하고, 애거서 크리스티도로시 세이어스앤서니 버클리 콕스반 다인 등 거장들에 의해 추리 문학 "황금기"인 1920~30년대에 이른 후 정통파에서 하드보일드 등으로 변주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범죄 문학 역사의 주요 변곡점과 주요 작품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및 기타 국가의 추리, 범죄 소설도 비중있게 언급됩니다. 뒤렌마트의 범죄 소설들이라던가 부알로 - 나르스자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작품들이 그러하죠. 스웨덴의 페르 - 마이셰발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특히나 페르 - 마이셰발 작품이 좌파적 견해를 드러낸다는 시각이 독특한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떠오르기는 하네요. 저는 이런게 유럽 스타일이구나 싶었는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스파이 소설은 아예 한 단락을 할애합니다. 대부분 아는 작가와 작품들인데 오히려 문학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최초의 스파이 소설인 어스킨 칠더스의 <<사막의 수수께끼>>야 말로 모든 스파이 소설과 모험 소설 중 최고작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번역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북이 저렴하게 나와 있더라고요.

사실 대략적인 추리, 범죄 문학의 역사는 익히 잘 알고 있던 내용이라 딱히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길이 간 건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저자 본인이 추리 소설 작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트릭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하고 문학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추리 소설은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선호합니다만 작가의 말 대로 수수께끼 풀이는 그냥 핏기없고 인물없는 게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더군요. 하지만 수수께끼 없이 범죄와 인물에만 기댄 작품도 반쪽짜리일텐데, 그런 부분에 관대한건 좀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해밋의 <<유리 열쇠>>를 당대 최고작이라 극찬하는데 그 이유가 캐릭터 묘사로 대표되는 문학적 성취 때문이라고 합니다. 트릭은 부차적이고요. 하지만 단지 캐릭터와 인간관계만으로 최고 성과라니 평이 과하다 싶습니다. 스펜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B 파커를 챈들러의 후계자로 언급된다고 소개한 단락은 뭔가 싶었고요. 전형적인 펄프 픽션 작가로 좋은 평을 줄 만한 부분이 전혀 없는데 말이죠.
반대로 윌리엄 아이리쉬를 플롯이 한심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을 작가는 아닌데 말이죠. 평가 절하된 작가는 또 있습니다. 조세핀 테이가 대표적이에요. 지루하다는 이유인데 역시나 수긍하기 힘듭니다. 그 외에도 존 르 카레, 제임스 엘로이 등도 평이 좋지 않고요.
작가 특성상 단편에 좋은 평을 주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러리 퀸의 초기 단편집에 좋은 평가를 한 건 눈에 뜨입니다. 암, 좋은 작품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는 푸아로와 미스 마플 단편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주지 않는건 의외더라고요. 장편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진다는게 그 이유인데 말도 안됩니다!

비록 평가는 좀 갈리더라도 잘 몰랐던 작품들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개는 일품입니다. 몇 몇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봅니다. 우선 1920년대 작가인 필립 맥도널드가 있습니다. <<줄>>에서 엔서니 게스린 대령을 소개했다는데 최고작은 <<리녹스>>와 <> 두편이라는군요. 존 딕슨 카는 저 역시 좋아하는 작가인데 줄리언 시몬스는 최고 작품으로 <<할로 맨>>을 꼽습니다.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1980년대 전문가 집단의 최고의 밀실 소설 투표에서 카의 다른 작품들 - <<구부러진 경첩>><<유다의 창>>, <<열개의 찻잔>> - 보다 두배 가까운 표를 얻었다고 하며 "환각과 위장에서 문제를 끌어낸" 소설이라니 궁금해서 미치겠네요. 마찬가지로 황금기 작품인 C.데일리 킹이 쓴 세 편의 "오벨리스트" 시리즈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학파의 심리학자들이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완벽하게 공정한 정통파 추리소설이라니까요. 
황금기 이후 작품 중에서는 페트릭 퀜틴의 <<두 아내를 가진 남자>>와 <<로널드 셸던의 아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와 <<피 흘리는 사랑>>에 대한 평이 괜찮네요. 시릴 헤어의 <<법정의 비극>>은 코미디적 감각과 인물에 대한 진실된 감정으로 순회 재판 판사의 삶이 잘 묘사된 그의 최고작이라고 하고요. 그 외에도 소개된 에드거 러스트가튼의 <<대답해야 할 사건>>, 케네스 피어링의 <<커다란 시계>>, 헬렌 유스티스의 <<수평의 남자>>, 존 프랭클린 바딘의 <<악마의 푸른 꼬리 파리>> 모두 한 번 읽고 싶어 집니다. 국내 소개된건 아쉽게도 <<커다란 시계>>밖에 없지만요.
이후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범죄 소설가 중 가장 중요하다며 소개하는 단락은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아주 좋아하는 작가라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이어서 소개되는 마고 베넷의 작품들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비행하는 남자들>은 국내에 소개되면 참 좋겠습니다. 로스 맥도널드에 대한 호평도 좋았고요. 마거릿 밀러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지만 여기소 최고로 치는 작품인 <<천사처럼>>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니 이 작품까지는 읽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작품 소개만 흥미롭다면 인터넷 서점 리뷰보다 나을게 없죠. 아니, 국내 소개된 작품이 드물다는 점에서는 인터넷 서점보다도 못합니다. 전문가적인 시각이 반영되었다고는 하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느낌이 강해서 마음에 들지 않고요.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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